AI가 업무 환경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지 2년이 지났다. 이제 우리는 보고서를 쓰거나 데이터를 분석하고,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등 거의 모든 업무 맥락에서 AI와 상호작용한다. 업무 자동화, 의사결정 지원, 심지어 채용과 평가까지 AI가 관여하는 영역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사 HRD는 조직 구성원들이 AI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에 힘을 쏟고 있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다. 매주 새로운 도구가 등장하고, 몇 달 전 배운 기술이 이미 구식이 된다. 교육과정이 기획되는 3개월 사이에도 시장의 패러다임은 바뀐다. 기업 교육은 이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콘텐츠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게 맞는 걸까?”라는 고민에 빠진다. 변화의 속도가 학습 설계의 속도를 넘어선 시대, 혹시 교육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게 된다. 지금 우리가 ‘ChatG-PT 활용법’을 가르치는 동안, 정작 필요한 것은 “AI 환경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적응하는 역량”일지도 모른다. 특정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뿐 아니라, 변화 자체에 대응하는 조직의 체질을 만드는 것에 힘써야 하는 것은 아닐까? SK는 지난 2년간 이 질문들과 씨름했다. SK의 교육 플랫폼인 mySUNI는 수년간 AI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의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고, 전사 구성원의 성장을 지원해왔다. 그런데 단순히 콘텐츠의 양이나 질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의 구조와 방향성, 그리고 학습이 일어나는 방식 자체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mySUNI는 2023년 말부터 학습 현황을 분석하며 개선이 필요한 지점들을 발굴했다. 첫 번째는 ‘전이(Transfer)’의 한계였다. 무언가를 배웠지만, 실제 업무로의 적용이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장에서는 나름의 노하우를 배우고 실습까지 하지만, “이해했다”는 순간이 “활용한다”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현장으로 돌아오면 “내 업무에는 어떻게 적용하지?” “이걸 이 맥락에 넣어도 되나?”라는 현실적 고민에 부딪힌다. 업무 맥락이 빠진 학습은 곧 휘발된다. SK가 운영한 교육 과정 이수자들을 추적해보니, 3개월 후 실제 업무에 학습내용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비율은 기대보다 훨씬 낮았다. 두 번째는 학습의 파편화였다. 개인은 학습했지만, 조직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학습의 주체가 ‘개인’에 머물러, 조직 차원의 변화로 확산되지 못한 것이라 판단했다. 학습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리더가 존재하는 조직에서는 아무리 개인이 학습해도 팀 단위의 변화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변화하지 않는 조직에서는 아무리 학습한 개인이라도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다. 세 번째는 임팩트의 문제였다. 학습 성과를 측정할 방법이 모호했다. 교육 이수율은 관리되지만, “이 교육이 실제 비즈니스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는 여전히 불투명했다. 학습 데이터가 인재 전략으로 연결되지 않고, 인재 수요가 다시 학습 설계로 반영되지 못하는 단절 구조가 문제였다. mySUNI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AI 교육만큼은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철저히 준비했다. 특히 ‘현장 중심 학습’, ‘리더십 기반 변화’, ‘학습 경로의 체계화’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1) 학습의 현장화 : 현장에서 배우고, 바로 적용하는 학습으로 mySUNI는 동시에 두 가지 방향으로 접근했다. 하나는 구성원의 AI 기본기를 전사적으로 높이는 것, 다른 하나는 실제 업무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천가를 양성하는 것이었다. 기본기 교육은 진입 장벽을 최대한 낮췄다. 목표는 ‘완벽한 이해’가 아니라 ‘두려움 없는 시작’이었다. 한편 실제 업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참가자들이 “내가 지금 현장에서 풀고 싶은 문제”를 직접 가져왔다. 영업팀은 고객 분석 자동화를, 제조팀은 불량 예측 모델을, 마케팅팀은 콘텐츠 생성 워크플로우를 설계했다. 학습이 끝나면 바로 현장에 적용 가능한 산출물이 나왔다. 또한, 구성원들이 AI 활용 사례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커뮤니티 플랫폼을 운영해 수만 명이 참여하는 자발적 학습 문화의 토대를 만들었다.
(2) 위에서부터의 변화 : 리더의 학습이 조직의 변화를 이끈다 아무리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이라도 리더가 이해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조직 전체가 움직이지 않는다. 구성원 학습의 기반에는 리더들의 이해도 제고와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인식 하에, 2024년 12월부터 팀장과 임원 대상 AI 교육을 다방면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2025년 10월 현재, 약 4천 명의 리더가 과정을 이수했다. 이 과정은 단순히 AI 도구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팀의 업무가 AI로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 “팀원들의 AI 활용을 어떻게 지원할까?”를 함께 고민했다. AI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리더는 ‘지시’가 아닌 ‘모델링’을 통해 변화를 이끌 수 있다. 리더 스스로 업무에 AI를 적용해보고, 그 경험을 팀과 공유하며, 실패 사례까지 솔직하게 나누는 과정에서 팀원들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심리적 안전감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