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제공할 수 없는 당신만의 가치는 뭔가요? (What value do you provide that AI cannot?)” 얼마 전부터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면접에서 묻기 시작한 대표적 질문이다. 한마디로 ‘당신이 AI로 대체되지 않는다는 걸 어디 한번 입증해 보라’는 취지다. 우리 기업들도 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자명하다. AI와 협업을 잘할 수 있는지와 창의력, 판단력, 소통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보려는 것. 또 사람이 하는 일을 AI가 할 수 있다면, 인력을 굳이 채용할 이유가 없다. 즉 역할의 본질적 필요성을 묻는 질문이다. 이에 당신은 뭐라 답할 건가?
심장 박동이 최고점을 찍고, 손은 끈적한 긴장으로 젖어든다. 평소 당당하던 이들을 순식간에 왜소하게 만드는 마법, 바로 면접이다. 그 압박감은 무대 공포증 다음으로 사람을 긴장시킨다는데. “당신 약점은 뭔가요?” “왜 그 회사를 그만뒀나요?” 같은 직격탄 질문은 지원자를 더욱 움츠러들게 한다. 머릿속은 하얘지고, 버벅대다 엉뚱한 말이 튀어나온다. 결국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만 보여주며 종료된다. 이런 면접이라면 기업과 지원자 모두에게 손해다. 지원자가 방어적 태도를 버리고 본연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 몇 가지 해외 사례를 살펴보자.
∙ 자포스(Zappos): 셔틀버스 테스트 면접관 앞에선 누구나 예의바르고 점잖을 수 있다. 허나 공항에서 회사까지 오는 셔틀버스에서 운전기사를 어떻게 대하고 행동할까? 자포스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이해·권력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드러나는 태도가 바로 그 사람의 온전한 인성이라고 봤다. 예의와 배려가 기획된 건지 평소 생활 습관인지를 가늠코자 했다. ∙ 구글(Google): 15% 프로젝트 질문 “업무 시간의 15%를 당신만의 프로젝트에 쓸 수 있다면 뭘 하겠는가?” 이 질문 하나로 지원자의 창의력과 자기 주도성, 문제 정의 능력을 간파한다. 단순한 지식 암기력보다, 세상을 달리 보는 시선과 혁신 DNA를 추구하는 구글다운 면접 방식이다. ∙ 에어비앤비(Airbnb): 집주인-게스트 역할극 지원자는 호스트와 게스트가 돼 번갈아 갈등 상황을 연기한다. 숙소 파손과 불친절한 응대, 예약 오류 같은 실제 시나리오 속에서 공감력과 위기 대응, 문제 해결 능력을 본다. 고객 응대를 벗어나, 에어비앤비의 철학인 ‘Belong Anywhere’(전 세계 어디서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미션을 몸소 체험하는 순간이다. ∙ 멘로 이노베이션(Menlo Innovations): 집단 오디션 면접 무대 위 댄서처럼 지원자들은 2인 1조로 짝을 이뤄 협업 과제를 수행한다. 파트너가 20분마다 계속 바뀌기 때문에 상대와의 협업 능력과 원활한 소통력이 중요하다. 파트너의 능력을 이끌어내 얼마나 돋보이게 만드는가(Make your partner look good)를 핵심 가치로 평가한다.
이처럼 혁신 기업들은 면접을 지원자의 진정한 능력과 성향(인성)을 발견하는 탐색의 시간으로 봤다. 정현종 시인의 “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만나는 것”이란 통찰처럼, 면접은 지원자의 과거 경험과 현재 역량, 미래 잠재력을 아울러야 한다. 이력서와 스펙에만 의존하지 않고, 그 사람이 가진 생각의 틀과 행동 양식을 디테일하게 파악하려는 노력이 성공 채용의 첫걸음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