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의 Global Expansion이 가속화되고, 더욱이 질적으로 심화되고 있다는 점은 여러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필자는 꾸준히 한국기업의 HR Practice와 Trend를 각 국의 컨설턴트들에게 여러 Conference를 통해서 소개해왔으나 최근처럼 그들의 관심이 폭발적인 경우가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그들은 한국기업의 사업적 성공을 지지하는 사람관리 방식에 주목하며, 과거와 달리 그들의 관점에서 ‘다르고’, 일견 ‘이해가 불가능한’ 특성을 기꺼이 공부하고자 한다. 전세계 권역ㆍ산업ㆍ국가 등 어떤 카테고리에서도 한국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서 주요한 플레이어가 되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이에 대한 반증일 테다. 그렇다면 한국기업의 Global HR 관리 역량(Capability)은 사업관점의 확장과 성공을 지속가능하게 해 줄만큼 견고한지 물어본다면 필자는 다소 주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여전히 본사와 현지법인 간 인사 관점의 ‘질서’가 정리 되지 못하고, 비싼 비용을 감수하면서 파견하는 주재원은 그 비용만큼의 역할에 미치지 못한다 여김과 동시에 현지화 관점에서 언젠가는 정리되어야 할 존재가 되어 버렸다. 당사자인 주재원의 행복지수가 바닥에 떨어진지는 꽤 오래되었다. 나라마다 다른 보상 방식에 당황스럽지만, 꽤 신경을 써 책정한 보상 수준은 언제나 이직률 원인의 1,2위를 점하고 있어 일견 억울하기 까지 하다. 이에 본고에서는 Global 인사 조직의 관리체계ㆍ운영과 관련된 1)Global HR Governance, 한국기업의 Global HR 담론에서 빠질 수 없는 2)주재원의 바람직한 역할, 제도 영역 중에서는 내부 고객에게 가장 많은 관심과 도전을 받는 3)현지 보상 정책에 대해 다루도록 한다. 논의에 앞서 한국기업의 Global HR 단계적 특성을 살펴보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Global HR의 발전 단계는 관리초점이 되는 지역 범위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하는데, 본국중심(Ethnocentric), 현지중심(Polycentric), 권역중심(Regiocentric), 세계중심(Geocentric)이 그것이다. Global Expansion의 자연스런 단계이기도 하다. 본국중심에 가까울수록 현채인보다 주재원의 역할이 크고 여러 정책적 결정에 본사의 영향력이 큰 특성을 보이며, 주로 진출 초기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리체계이다. 기업의 Globalization이 극도로 심화되어 본사의 개념이 희미해지는 세계중심 단계에서는 인력의 수급, 정책의 결정 등에 있어 글로벌 최적화가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기준이 된다. 당연히 본사의 인사정책 가이드라인 범위는 극히 제한되고, 각 권역ㆍ국가 별 인사운영 권한을 신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기업의 단계적 특성을 어떻게 규정지을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보면, 물론 기업별 특성ㆍ수준에 따라 상당부분 상이할 수 있겠으나, 대체로 본국중심에서 현지중심으로, 일부 앞선 기업의 경우 현지중심에서 권역중심으로 이동해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즉, 대부분의 한국기업은 ‘현지중심 HR’ 주변에서 발전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지중심 HR’ 주변에 있는 기업의 Global HR 현안을 핵심 키워드로 요약하면 현지화(Localization)와 동기부여(Motivation)이다. 어떻게 하면 현지의 우수한 인재로 구성된 ‘Excellence Team’을 구축하고(Localization), 이들이 상시 높은 수준의 충성도와 몰입을 통해 고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Motivation) 하루도 빠짐없이 고민한다. 이는 결코 간단하거나 쉬운 문제가 아니며, 앞으로 전개되는 논의 역시 궁극적으로 상기 문제의 솔루션에 보다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아래 세 질문에 대해 우리 기업은 어떠한지 상기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1. 우리 기업의 Global HR Governance는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 한국기업의 Global HR 정책 결정 및 관리ㆍ운영 흐름은 3단계 내외이다. 그룹사 기준 전형적인 단계를 예로 든다면, 한국본사(HQ) → 현지본사(Regional HQ; RHQ) → 현지법인으로 나타낼 수 있다. 진출 초기이거나 현지 운영 복잡도가 높지 않을 경우 RHQ가 없는 기업도 다수 존재한다. Global 업력이 길고 운영 수준이 높은 선진사들의 경우, Global HR Governance 체계가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고, 대부분의 의사결정 권한이 현지에 위임되어 있다. 이는 한국기업과 뚜렷한 차이를 나타낸다. 한국기업은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해당 Governance 체계가 없거나 몹시 모호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대부분 정책 결정 시 본사의 승인을 중요하게 여기고, 현지 최적화에 위배되더라도 본사 승인이 용이한 인사제도를 입안하기도 한다. 성공적인 현지화 달성 관점에서 Global HR Governance의 구조(Structure)보다 그 질적 속성(예. 위임수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RHQ를 보유한 기업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최근 한국기업의 RHQ 역할은 Shared Service Center(SSC)화하고 있다. 공식적 SSC를 표방하지 않더라도 현지 최적화된 지원 기능 중심으로 조직이 Setting된다는 점에서 RHQ 산하 인사 조직의 구조와 역할은 이미 한정된다고 볼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하위 인사조직에 무엇을 얼마나 위임할 것인지이다. 일반적으로 본사에 가까운 인사조직에서 수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영역은 그룹 핵심가치와 연계된 역량체계, 글로벌 핵심인재 육성체계, 글로벌 표준 직급체계(Global Grading), 기타 제반 영역의 가이드라인 수준의 정책 제시이다. 반대로 현지에 가까운 인사조직의 경우 현지 채용, 평가, 보상 등 제반 제도 운영 권한을 보유하되, 일부 영역에서는 그룹 핵심인재를 제외한다. 여전히 현지화가 가장 유효한 제도는 보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Global HR Governance에서 부가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은 집단의 전반적 HR 역량을 높이고 상/하위 인사조직 간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Global HR Governance의 성공은 고도의 역량을 가진 각 인사조직이 아주 ‘세련’되게 정제된 역할을 주고받는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역량 제고와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지 인사조직의 역량 제고를 위해 인사담당자 육성 프로그램의 운영, 지식 공유, 인사담당자 역량 프로파일 개발 등이, 인사조직 간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기 위해 최근 많은 그룹에서 운영하는 ‘Global HR Forum’, 현지 인사담당자 본사 교환근무, 정기적 화상회의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본사 조직은 정기적으로 현지 인사조직의 주요 인사지표(예. 이직률, 인건비 등)를 모니터링하는 것도 Global HR 효과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 2. 우리 기업은 주재원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가? 그러한 기대역할에 부합하는 인재를 선발ㆍ파견하는가? 한국기업의 평균 주재원 재임기간은 4(+1)년이다. 대부분의 주재원은 파견 전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대체로 현지 업무 수행 과정을 통해 경험적으로 체득해 가고 있다. 노력은 해보지만 여전히 현지문화와 언어는 현지에서의 ‘삶’을 불편하게 만들고, 항상 납기가 ‘내일’인 현지 현황 보고서는 다양한 부서에서 정형화되지 않은 형태로 요구된다. 본사에서의 손님 방문은 언제나 그렇듯 업무와 의전을 넘나든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본사는 주재원이 그들이 기대하는 역할에 미치지 못하며, 이를 더딘 현지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과연 한국기업에 있어 바람직한 주재원의 역할은 무엇일까? 여러 국내외 학술논문을 살펴보면 주재원의 역할은 본원적으로 다양성과 모호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주재원 입장에서는 원래 ‘주재원’이라는 것이 어디에도 명확히 속하기 어려운 중간자이면서 여러 역할을 다양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순간 약간의 편안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4가지 핵심 역할에 대해 살펴보자. 4가지 역할은 본사 및 현지관점, 사업ㆍ성과 및 가치ㆍ역량 관점으로 구분하여 설정되었다. 1) 본사 전략실행 점검 역할(Monitoring) 현지 관리ㆍ통제 및 소통채널 역할을 통해 본사 글로벌 사업전략의 효과적 지원 2) 본사 가치 전파(Visioning) 본사 핵심가치 및 경영방침의 지속적 전파 역할을 통해 본사에 대한 문화적 일체감을 유지 3) 현지 사업역량 제고(Developing) 현지 경영 기반 구축과 육성 역할을 통해 현지 사업성과의 지속가능한 창출을 지원 4) 현지 사업성과 창출(Executing) 현지 법인 사업전략의 실행 역할을 통해 진출 목적을 달성하고 그룹 글로벌 경영성과에 기여  

한국기업의 주재원은 위 4가지 역할군 중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Monitoring)에 대부분의 시간을 소요하면서 동시에 가장 생산성이 떨어지는 역할로 인식하고 있다. 주재원 파견 전 대상 법인의 프로파일(예. 진출 형태, 진출 시점, 진출 국가 등)을 면밀히 분석하여 상기 역할의 포트폴리오를 사전에 제시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짧은 재임기간 등을 고려하면 최소한 주재원에 대해서는 현지에서의 ‘육성’ 노력보다 가장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면서 유효한 방법이다. 그 선발기준에 상기 역할 모델을 반영할 경우 적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3. 우리 기업은 현지 최적화된 보상 정책을 운영하고 있는가? 현채인들은 크게 두 가지 기대로 한국기업을 선택한다. 더 많은 보상과 양질의 교육기회가 그것이다. (실제 필자가 컨설팅 현장에서 만난 거의 대부분의 현채인들은 이 두 가지를 지속적으로 언급하였다) 동시에 두 가지 이유로 인해 조직을 떠나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기업의 보상제도가 글로벌 인재에게 적정하게 제시된다면 동기부여 강화를 통한 이직 방지(충성도)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현지기업들이 보상 운영의 기준으로 ‘직무가치’를 활용하고 있지만 한국 본사에서의 이해도, 직무평가 과정과 결과에 대한 현지 인사부서의 대 직원 커뮤니케이션 역할 수준, 현채인 수용성 등 다양한 준비도 체크(Readiness Check)가 필요하다. 헤이그룹의 리서치 결과를 보면, 파견국의 인당 GDP는 저직급 레벨과 높은 상관성을 보이나 고직급으로 갈수록 상관성이 떨어진다. 즉, 우리가 핵심인재급으로 생각할 수 있는 현채인 매니저 레벨의 보상원칙 설정 시에는 그가 가진 역량, 스킬, 전문성 수준 등 보다 다양한 요소가 반영되어야 한다. 인당 GDP가 떨어지는 개발도상국에서 팀장급 현채인 채용 시 주재원 수준의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여 채용을 주저하는 것이 그 예다. 특히, 거의 모든 유형의 인재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국에서는 이러한 복잡도가 더욱 높아진다. 한국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과열된 연간 기본급 인상률은 평균 15% 내외에서 설정되고, 헤이그룹 직급 기준(Hay Reference Level)으로 두 단계 사이의 임금 격차는 거의 100% 수준에 이른다. 이는 영국, 미국, 독일 등 서구 국가의 해당 구간 임금 격차가 30% 내외라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에서는 다른 서구 국가들에 비해 동일한 일을 하는 보상의 중국 내 편차가 거의 3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즉, 퇴근 후 잡서칭을 잘만 하면 하는 일은 똑같지만 현재 급여의 3배 수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이런 환경에서 이직률 관리가 어려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겠다. 한국기업이 현지 최적화된 보상을 통해 인재 동기부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극히 기본적이게도 이러한 현지 보상 특성을 정말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한국기업의 Global HR 고민거리는 다양해지고 개별 이슈의 난이도도 높아진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지금과 같은 Global Expansion이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고 지금보다 더욱 도전적인 상황에서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Global HR에 대한 접근을 주재원 보상이나 본사 인사제도의 이식 수준으로 한정해 왔다면, 시급히 글로벌 사업전략의 성공과 Global 인사체계 간 연계 수준을 반드시 점검해 보아야 한다. 현지 진출 초기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점차 법인이 안정화되어 갈수록 미숙한 현지 인사 운영이 주요한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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