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경영’의 선구자, 김해동 비브라운코리아 대표이사

170년 전통의 유럽 최대 의료소모품 전문 기업‘비브라운’. 독일에 본사를 두고, 독일인만을 지역 본부 대표로 임명하던 이 기업에서 비독일인으로서는 최초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대표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 있다. 바로 한국인 김해동 대표이다. 김 대표의 도전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비브라운 코리아'를 설립하여 16년 연속 평균 30% 이상의 고속 성장을 이루어내는가 하면, 비브라운의 아시아·태평양 총괄 대표로 취임한 이후에는 5년 만에 순이익을 22배까지 증가시켰다. 김 대표의 이 같은 놀라운 성공 뒤에는 직원들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김 대표의 경영철학이 궤를 같이하고 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스키, 스킨 스쿠버, 테니스 등 직원들과 함께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며 팀워크를 강화시키고 있다. 회사 내에 직원들이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가 하면 생일을 맞은 직원을 위해서는 생일 파티를 열어 직접 축 하를 해주기도 한다. 김 대표는“굳은 의지로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끊임없이 노력했을 때 성공은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는 가난했던 20세기의 성공모델”이라며“초 경쟁시대로 통하는 21세기에는 억지로 노력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어떻게 즐길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행복경영론을 피력했다. 비브라운의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아시아·태평양 총괄 대표가 되기까지의 성공요인을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풀어봤다. 세계적인 기업, 비브라운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 비브라운은 독일에 본사를 둔, 174년의 역사를 가진 유럽 최대 다국적 의료기기 기업으로, 200년이 채 되지 않은 현대의료기기 역사와 궤를 같이 했다고 할 수 있는 기업이다. 1839년 독일의 멜숭엔에서 작은 약국으로 시작하여 초기에는 붕대와 같은 간단한 의약품을 생산했고, 이후 대를 이어 기술을 전수하고 혁신을 거듭하면서 원천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비브라운은 1908년 세계최초로 살균흡수봉합사를 대량생산화시켰고, 약물을 일정한 속도로 주입해주는 기계식 의약품 주입 펌프(1951)를 비롯하여 지질 영양수액(1962), 플라스틱 정맥 카테터(1962), 자상사고 예방용 카테터(1998) 등을 최초로 개발하였다. 최근에는 ‘The best stent is no stent’라는 슬로건 아래 철 스텐트를 혈관에 남기지 않고 동맥경화를 치료하는 약물용출풍선(Drug Eluting Balloon) 기술을 소개하여 각광받고 있다. 비브라운은 현재 전 세계 56개국에서 연간 50억 유로, 한화로는 7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인 의료 소모품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독일 최고의 Employer’로 여러 번 선정된 기록이 말해주 듯 170여 년의 긴 역사 동안 단 한 번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없었던, 직원을 가족처럼 여기는 직원 중심 기업문화를 자랑하는 기업이다. 비브라운이 174년 동안 지속성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만큼 지속 가능한 핵심가치들을 계속해서 추구해 왔기 때문이다. IT 기업들을 보면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이며 급속도로 팽창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속가능성 면에서 보았을 때 비브라운처럼 오랫동안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비브라운은 아무리 좋은 기회가 있어도 원칙, 즉 핵심가치(Innovation, Sustainability, Efficiency)에 벗어나는 일이라면 과감히 포기한다는 경영방침이 있다. 물론 이 같은 경영방침은 주주들의 압력에서 자유로운 비상장 가족경영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어떠한 유혹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이러한 경영방침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세계적인 기업 비브라운이 있는 것이다. 비브라운코리아를 설립하여 16년 연속 평균 30%이상의 고속 성장을 이뤄내는가 하면, 지난 2004년에는 비 독일인으로는 최초로 아시아 태평양 16개국을 총괄하는 회장으로 취임하여 5년 만에 순익을 22배까지 대폭 늘린 장본인이기도하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 먼저 비브라운코리아의 성공 비결에 대해 이야기하면, 자립경영 기반 조성을 위해 소사장제를 운영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사업부별 부서장들에게 모든 전권을 주고 기다려 주었는데, 부서장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목표를 달성해 주었다. 내가 2004년에 아태지역 회장으로 부임하면서 말레이시아로 떠난 뒤에도 2007년까지 지속적인 성장을 일구어 낸 것은 사업부별 부서장들이 얼마나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인 성공 비결에 대해서 얘기한다면,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굉장히 좋아한다.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몰입이 가능한 것이고, 또 몰입을 하게 되니까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또 좋은 아이디어는 우리의 경쟁력이 되어주고, 경쟁력이 있으니 계속해서 이기게 되고, 계속해서 경쟁에서 이기게 되니까 내 일을 더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구조에 빠져 계속해서 일을 즐기다 보니 중요한 자리도 맡게 된 것 같다. 굳은 의지로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끊임없이 노력했을 때 성공은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는 가난했던 20세기의 성공모델이다. 초경쟁 시대로 통하는 21세기에는 억지로 노력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어떻게 즐길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을 것 같다. ■ 처음부터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대학 시절 좋은 아이템이다 싶어 감만 믿고 창업한 무역회사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아이템도 변변치 않고 경험도 없고, 또 영업에도 특별한 재능이 없으니 당연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사업을 접기 전에 마지막 희망이라 생각하고 1980년대 초반에 동독까지 넘어가게 됐다. 그 당시 냉전이 한창이었던 동독에 들어간다는 것은 감히 누구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Carl Zeiss Jena’라는 독일 전통 광학회사의 한국 대리점을 맡아 사업의 발판을 마련하였으나 그도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 통일로 그 회사가 서독회사에 합병되면서 일거리를 잃게 되었다. 동·서양의 문화 차이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차이가 크다. 다른 문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리더로서 영향을 주고 이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단일 문화의 직원들을 경영하는 것보다 몇 배의 긴장이 더 필요하다. 항상 말하고 행동하기 전에 문화가 다르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를 면밀히 검토하고 나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독일기업에서 근무한지 벌써 25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긴장을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진짜 다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올해 비브라운 코리아의 경영 키워드는 무엇인가. ■ 1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무엇보다 임직원들과의 공통된 의사결정과정을 공유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올 3월부터는 ‘판단’이란 주제를 가지고 직접 강의를 하고 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통하여 직원들과 서로 공통된 방식으로 사고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체계를 만들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이상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결론을 내렸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합리적인 의사결정과정을 통하여 판단을 내렸는가가 중요하다. 그 과정을 같이 공유하면 임원들의 결론 또한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 수 있고, 직원들의 판단 또한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맘 놓고 일의 위임이 가능하게 된다. 또 피치 못하게 예상과 어긋나는 일이 생기더라도, 과정을 알기 때문에 그것을바로 잡기가 훨씬 수월하다, 인재확보와 육성은 개인의 의지를 넘어선 전세계 모든 리더들의 책무이다. 인재확보와 육성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 비슷한 상품을 비슷한 전략을 가지고 팔아도 어떤 회사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기도 하고, 또 다른 회사는 어려움을 겪어 도태되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는 결국 조직의 역량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동일한 제품을 가지고 서로 다른 국가와 시장을 공략했을 때 사업성과가 현저히 다르게 나타난 것을 연구한 끝에 그 근본적인 차이는 결국 역량을 가진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로 판가름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큰 전략적 가이드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건강한 경쟁적 업무환경을 조성하여 역량 있는 사람들로 조직을 채우는 것이고, 둘째는 역량 있는 사람들이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향상 시키고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학습 조직을 구현하는 것이다. 학습조직은 유능한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남들과 공유하도록 하며, 더 나아가 리더가 가진 생각과 비전을 직원들과 함께 탐구하게 함으로써 모든 조직 구성원의 관심과 행위가 회사의 비전과 일치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셋째는 비브라운을 최고의 일터로 만듦으로써 역량 있는 사람들이 도전을 즐기게 하고 지속적으로 그들의 성과를 높이는 것이다. 현재 비브라운 코리아에는 다양한 직원역량개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Sales Excellence Program(SEP)과 같은 업무에 필요한 기본적 스킬을 키우는 교육에서부터, 최고의 지성인 의사선생님들의 전문적 파트너가 되기 위하여, 직원들의 사고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뇌 공부까지 다양한 학습기회가 제공되고 있다. 평소 성과 창출의 원동력으로‘몰입’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과거 산업사회와는 달리 이제는 무언가 달라야 팔리는 시대다. 다르다는 것은 남과, 어제의 나와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것은 곧 직원들의 창의력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창의력, 혁신은 몰아붙여서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직원들이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지고 몰입했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실제로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지고 몰입하는 직원이 그렇지않은 직원들에 비해 연간 43% 이상 매출을 더 올린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결근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고객 만족을 위해서 더 자발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직원들이 많을수록 회사의 성과도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자기 일에 열정을 가지고 전념하는 직원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시간 일을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몰입 수준이 높다고 응답한 직장인이 단 10%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하니 정말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이제 기업을 경영하는 CEO들도 구성원들의 열정과 몰입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들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단편적인 접근으로는 쉽지 않을 것같다. 성장 비전, 리더십, 보상, 일 자체에 대한 만족도 제고 등 종합적인 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나눔 경영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 ‘나눔’이라는 것은 비브라운인에게는 매우 익숙한 말이다. 왜냐하면 ‘나눔’은 회사 철학(Sharing Expertise)과 그대로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회사 로고 ‘Sharing Expertise(전문성의 공유)’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는 우리가 가진 전문의료지식과 기술을 효과적으로 공유함으로써 인류사회의 건강증진에 기여하고자 한다. 이러한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비브라운코리아에서는 대학병원 및 지역단체와 연계하여 국내외 의료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단순히 우리의 의약품을 기부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필리핀, 네팔, 라오스, 에티오피아, 잠비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빈민촌에 직원들이 직접 방문하여 열악한 의료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을 보조하며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박사학위까지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배움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것 같다. ■ 기업을 경영하다 보니 알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아서 학계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한 궁금증이 풀리면 더 깊은 궁금증에 빠져들게 되고, 또 풀리면 또 빠져들게 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그러한 지적 탐구 자체를 스스로 즐기게 되었다. 학위는 그 과정에서 주어진 작은 보상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식사회에서 기업의 힘은 곧 직원들의 지적 역량의 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직원들의 역량을 어떻게 올리느냐가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 일맥상통한 것이다. 이처럼 직원들의 학습이 굉장히 중요한데, 리더는 공부 안 하면서 직원들에게만 공부하라고 강요한다면 그것은 리더의 모습이 아니다. 앞에 나서서 독려하다 보니 이 나이에 학위까지 받게 되었다. 비브라운코리아의 중장기 비전에 대해 말해 달라. ■ 지난 10년간 아·태 지역 회장으로서 16개국을 총괄하며 굉장히 넓은 책임을 가졌다면, 이제 비브라운코리아로 돌아와서 좁지만 깊은 책임을 가지게 되었다. 앞으로 비브라운코리아는 철저한 localization을 통해 한국에서의 입지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극동의 작은 나라의 조그만 자회사가 아니라 떠오르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중심 역할을 하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연구개발을 포함하여 여러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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