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성 한국잡월드 이사장
한국잡월드(이하 잡월드)의 인기몰이가 심상치 않다. 실제로 지금까지 150만여 명의 고객이 다녀갔고, 앞으로 방문할 예약자 수도 3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지난해 5월에 개관해 아직 2년이 채 되지 않았으니 이쯤 되면 소위 ‘대박’을 쳤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당초 잡월드는 개관한 지난해까지도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사그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장의성 잡월드 이사장은“우리 기관의 연착륙에 대해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그만큼 잡월드의 초대 수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웠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초기 운영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단 하루도 현장점검을 빠트린 날이 없었다”며“그렇게 현장에 빠져 직접 고객 한 분 한 분을 챙기면서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작은 것이라도 불편한 점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해결하려고 했던 노력이 지금의 성과로 이어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잡월드가 각광받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110개가 넘는‘리얼’직업현장을 체험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체험자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한 진로 설계까지 가능하도록 구현한 것이 주효했다. 장 이사장은“흥미 위주의 검사와 퀴즈를 풀고 나면 체험자의 적성이 어디에 있는지, 그에 부합하는 직업은 무엇인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리포트를 제공해 체험자 스스로 자신을 발견하고 꿈을 그릴 수 있도록 한 것”이 인기몰이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필요조건으로“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장의성 이사장을 만났다. 잡월드에 대해 소개해 달라. ■ 잡월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체험을 통해 자신의 적성과 재능에 맞는 직업을 찾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 위해 설립됐다. 지난 2004년 정부는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장기적인 대책의 일환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직업체험관 건립 계획을 수립하고 2006년 고용노동부 내 ‘종합직업체험관 설립추진기획단’을 출범시켰다.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부지공모를 통해 선정된 성남에서 2009년 6월 건축공사가 착공되었고, 2011년 7월 고용정책기본법에 법률근거가 마련되어 잡월드 법인이 설립되면서 8년만인 지난해 5월 15일 잡월드가 개관하게 되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업 수가 1만개가 넘는데, 우리 청소년들이 알고 있는 직업은 20여 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 대학에 가서도 자신의 진로에 대한 탐색이나 또는 그에 필요한 역량을 키워나가기 보다 성적과 취업에 필요한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느라 갈수록 전공과 직업의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우리 잡월드와 같은 기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방증인 셈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밀스(C.W.Mills)가 “경제활동(work)이란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아의 활기 넘치는 표현의 경험이며, 인간의 본성을 발달시키는 도구로서 한 사람의 내적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사람은 일단 자신의 직업생활에 만족을 해야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면 할수록 보람되고 만족스런 직업, 즉 자신에게 잘 맞고 자신의 재능이 돋보일 수 있는 그런 직업을 찾아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잡월드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잡월드를 찾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실제 직업현장과 똑같이 마련된 직업세계를 직접 체험함으로써 자신의 재능과 흥미가 어디에 있는지, 또 자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될 것이다. 잡월드의 초대 수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소회와 더불어 그간의 대표적인 성과를 꼽는다면. ■ 지난해 1월에 취임했으니까 벌써 2년이 다 되간다. 정말 ‘눈 깜짝할 새’라는 말이 실감난다. 취임 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고객수요가 어느 정도가 될지 가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관을 성공적으로 이루고, 초기 운영시점에 있어서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여 짧은 시간 내 잡월드의 초석을 다지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150만여 명의 고객이 잡월드를 다녀갔고, 또 앞으로 방문할 예약자 수도 30만 명이 넘는 것을 보면 초석을 다지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장에서 직접 고객 한 분 한분을 맞이하면서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작은 것이라도 불편한 점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해결하려는 현장 중심 경영이 고객 만족으로 이어져 이 같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국가로부터 예산지원을 받는 공공기관으로서 재정자립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55%를 달성했고 올해도 60%까지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독일박물관이나 프랑스 라빌레뜨과학관 등 해외 유사 기관이나 국내 국립과천과학관 등의 재정자립도가 20%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으로 단기간에 이 같은 성적을 거둔 것이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잡월드의 이 같은 성공비결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 잡월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하루 3천 명씩 오가는 곳이라 체험 콘텐츠는 물론, 시설과 안전문제에도 빈틈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늘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잡월드의 성공요인은 ‘현장 중심 경영’, 즉 ‘방문객의 눈높이에 맞는 현장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한분 한분 고객에게 ‘만족’을 드리고, 불만요소를 적극 찾아내어 끊임없이 개선해온 것이 가장 큰 성공요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나는 단 하루도 현장점검을 빠트린 날이 없다. 고객들의 눈을 맞추고 인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현장에서 발견되는 불만이나 제안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내 업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또한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와 콜센터를 통해 접수되는 불편사항과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체험자들의 체험후기 등을 샅샅이 훑어보면서 보완이 필요하다고생각되는 부분들을 체크하고 신속히 반영될 수 있도록 직원들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매일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다 보니 낯이 익은 분들이 간혹 계시는데, 그 분들께서 하시는 말씀이 “올 때마다 조금씩 발전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잡월드를 다녀 간 150만여 명의 고객이 우리의 홍보대사라고 생각하고, 고객 한분 한분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올해 잡월드의 경영 키워드는 무엇인가. ■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안정적인 고객 확보’와 ‘지속 가능한 재정자립도 달성’이다. 오늘 현재에도 방문예약자가 내년까지 30만여 명이 넘고, 오늘 3천 명이 다녀가더라도 금일 내 추가로 3천여 명이 인터넷 예약을 하여 방문예약자의 추이를 꾸준히 이어가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들이라면 항상 가고 싶어 하는 곳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재정자립도 달성을 위해서 매년 20% 이상 리뉴얼을 통해 재방문고객을 확보하고, 상시 현금유동성을 연매출의 20% 이상 확보해서 관련 사업 수행에 차질 없도록 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경영체제를 구축할 것이다. 잡월드는 직업에 대한 다양한 체험 및 직업탐색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직업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들이 있나. ■ 먼저 직업체험에 대해 소개하면, 만 4세부터 초등학교 4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체험관에서는 은행, 경찰서, 신문사, 패션쇼장, 과자가게, 마법사학교 등 37개 체험실에서 46개의 직종을 약 30여 분 동안 체험해 볼 수 있다. ‘조이’라는 가상화폐를 활용해서 일한만큼 조이를 벌고 또 소비하거나 저축하는 경제교육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이상 중‧고생들이 체험하는 청소년체험관에는 항공사나 법원, 경호회사, 수술실, 한의원, 여행사, 인터넷쇼핑몰, 자동차연구개발센터, 방송국 등 41개 체험실에서 65개 직종을 약 1시간씩 체험해 볼 수 있다. 어린이관보다 좀 더 심화된 프로그램으로, 실제 직업현장에 근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마치 해당 직업인이 된 것 같은 실감나는 체험을 하고, 또 해당 직업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아울러 체험프로그램으로 만들기 어려운 미래직업과 첨단직업, 직업의 역사,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숨어있는 일꾼 등에 대해서도 간접체험이 될 수 있도록 전시관 형태인 ‘직업세계관’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에서는 분야별로 성공한 직업인 19인의 인생여정을 통해 그들의 직업에 대한 이해를 돕는 ‘꿈을 실현한 직업인’ 코너와 4D영상관이 갖춰져 있다. 끝으로 빠트릴 수 없는 것이 ‘진로설계관’이다. 진로설계관에서는 직접 몸을 움직이고, 또 퀴즈를 풀어가면서 직업 흥미 검사와 다중지능 검사를 받게 되는데, 체험자는 검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제공받음으로써 자신이 어떤 직업에 적성이 맞고 재능이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직업이 있는가 하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속속 등장하는 새로운 직업들도 있다. 즉, 새로운 직업군에 대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운영 계획은. ■ 변화하는 직업세계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와 지표들이 매년 정부연구기관을 통해서 나오고 있다. 우리들은 이 자료들에 주목하고 검토하는 것은 물론, 체험프로그램의 예약 및 이용률 그리고 체험자들의 반응까지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 지난해에 14%에 해당하는 체험관 프로그램을 리뉴얼한 바 있으며, 올해에도 체험관의 21%를 리뉴얼했다. 또 진로설계관의 재능검사 장비를 두 배로 증설하여 총 수용인원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검사받을 수 있도록 했다. 향후에도 체험프로그램은 물론 환경변화를 반영한 업데이트와 신규 체험프로그램 개발, 청소년 진로프로그램 운영 등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해나갈 예정이다. 인력 미스매치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잡월드의 수장으로서 인력 미스매치 문제에 대한 생각을 말해 달라. ■ 이론과 성적 중심의 교육은 학생들의 진로와 직업선택에 있어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사회적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목표 없이 오로지 성적 높이기만을 위해 공부하다보면 결국은 한계에 부딪치게 돼 있다. 즉, 사회적 기준의 성공, 이를테면 상급학교에 진학하고 대기업에 취업을 했다 해도 행복하기는커녕 공허함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이직률이 높은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물론 연봉이나 조직문화 등 여러 문제로 이직을 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은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대학 졸업자들의 절반가량이 ‘다른 전공을 선택할 것을’ 하고 후회한다고 한다. 자신의 적성과 재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직업이 선택된다면 개인의 만족과 행복은 물론 인적자원에 대한 사회적인 개발비용도 감소될 것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잡월드가 행복한 직업생활의 밑그림을 그리는 곳이 되어 줄 것이다. 아울러 최근 불고 있는‘탈스펙 채용’에 대한 생각도 듣고 싶다. ■ 최근 출신학교나 지역, 연령, 토익점수 등 이른바 스펙을 보지 않고 ‘끼’와 ‘열정’, ‘관심’ 등으로 채용하는 탈스펙 채용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연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스펙 쌓기에만 몰두해온 학생들은 물론 그러한 것들을 기준으로 선택해온 기업들과 사회 모두가 스펙과 성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막연히 높이기만 한 영어성적과 해외연수, 기계적으로 암기한 수학공식보다 자신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목표가 뚜렷한 경험과 열정이 성공과 행복의 열쇠다.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깨닫게 됐고, 또 이러한 정서는 사회 전반에 걸쳐 앞으로 더 보편화되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취업 재수, 삼수 바람이 매섭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조언한다면. ■ 막연한 스펙 쌓기로 1~2년을 보내는 대신, 관심 가는 분야에 대해 ‘1만 시간의 법칙’을 적용하라고 말하고 싶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보면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휴일을 제외하고 하루 8시간씩 5년간 몰입하거나 10시간씩 매일 3년간 몰입하면 1만 시간에도달하게 된다. 달리 할일이 없어서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집중력 있게 투자할 때 달성할 수 있다. 지금 관심 가는 분야가 있다면, 그 분야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집중하라. 인재 확보와 육성에 힘쓰고 있는, 인재경영 독자이기도 한 기업 CEO와 인사담당자들에게 한 말씀 해 달라. ■ ‘인재’란 그가 가지고 있는 관심과 열정에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즉, 어떤 부분에 관심과 열정이 있는지, 또 관심 있는 분야에 얼마나 집중하고 노력했는지를 평가에 반영해 주기를 바란다. 예컨대, 지원자가 지원 기업이 추구하고 있는 분야에 어려서부터 관심과 열정을 보여 왔다면, 그 회사에 들어가서도 회사에 대한 충성도와 자긍심이 높은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포부를 말씀해 주십시오. ■ 잡월드를 다녀가신 어른들은 ‘이런 시설이 우리 어렸을 때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말씀하신다. 이 말은 곧 개개인의 적성이나 재능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어르신들이 오랜 경험을 통해 절실히 알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잡월드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재능을 찾아주는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지금의 어린이‧청소년들이 우리나라 주역이 되는 2020~2030 시대에는 행복지수가 북유럽 국가 수준을 웃도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