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첫째는 무엇을 창조하는 소수의 사람이요, 둘째는 무엇이 창조되는지를 구경하는 수많은 사람이요, 셋째는 무엇이 창조되는지를 모르는 대다수의 사람이다. 우리에게는 무엇을 창조하는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하다.” - 니컬러스 버틀러(Nicholas Murray Butler : 철학자-미국 컬럼비아대학 총장 역임, 1931년 노벨평화상 수상) 창조할 것인가, 다른 이의 창조물을 구경할 것인가, 또는 새롭게 창조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지나칠 것인가? 우리를 둘러싼 변화의 양상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세계경제의 장기 저성장 기조와 함께 양극화와 자본주의 진화, 기후변화 문제 등 정치, 경제, 사회 등 많은 분야에서 변화와 변환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와 복잡성(Complexity)의 심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외 많은 기업이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 구축을 준비 중이다. 특히 글로벌 저성장기라는 환경에 놓인 우리 기업은 변화한 여건 속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생존 전략 수립에 대한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이와 같은 저성장기 속에서 어떠한 솔루션이 필요할까? 6·25 전쟁 이후 맥아더 장군은 “폐허가 된 한국은 100년이 지나도 회복이 어렵다”라고 했다. 그러나 반세기 만에 대한민국은 경제적 기적을 이루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첫 번째 나라가 되었으며 많은 해외의 유명인사들이 한국 경제의 기적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발전의 선두에는 우리 기업들이 있다. 두 차례의 금융위기 속에서도 기존 시장의 숨겨진 기회를 포착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발굴해 눈부신 성과를 달성한 주역이다. 국내 주요 기업의 성과 - 1990년 대비 매출액 9배, 순이익 19배 달성 삼정KPMG가 KOSPI200 기업 중 1990년부터 2011년까지의 데이터가 유효한 기업을 선별해 분석한 결과, 국내 주요 기업들의 매출액은 1990년부터 2011년까지 최근 22년간 매년 10.7%씩 성장했으며 1990년 대비 9배로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순이익 또한 연평균 14%씩, 1990년 대비 19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외환위기, 카드대란, 미국 금융위기 속에서도 높은 성과를 보였다. 한국 기업이 1990년대부터 시장 상황의 변화와 위기 속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삼정KPMG는 한국이 전세계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주요 산업과 국내 기업들의 성공 사례 분석을 통해 5개의 성공 키워드를 선정했다. 한국 기업의 주요 성공요인 - SPEED 한국 기업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삼정KPMG는 한국 기업의 눈부신 성과를 분석하며 이를 SPEED(Swiftness·Passion·Excellence·Environment·Drive)라는 키워드로 도출했다. 각각의 요인들도 중요하지만 이들 요인이 하나로 합쳐져 빠른 속도(speed)의 변화를 추구한 것이 핵심이다. 경제여건이나 환경이 급변하는 와중에 크게 뒤처지지 않으려면 속도전에서 이기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기 때문이다 한국인 특유의 SPEED에서 Swiftness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추진력을, Passion은 끈끈한 조직 문화와 한국인의 역동성을, Excellence는 최고의 혁신제품을 통한 선발자(First Mover)로의 도전을 의미한다. Environment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따른 맞춤형 시장 진출을, Drive는 한국 기업의 핵심 원동력 중 하나인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뜻한다. Swiftness, 신속한 의사결정과 추진력으로 한국 기업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과감히 선택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능력을 보여왔다. 실례로 1980~1990년대 중반 세계적인 조선업의 불황 시기에 한국의 조선 기업은 대규모 설비 확장을 단행했다. ‘도박에 가까운 불황기 투자’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대내외적으로 드높았다. 하지만 당시의 투자에 대한 판단은 적중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조선산업의 대호황기로 전환되면서 세계의 물량을 흡수하여 한국의 조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철강 산업도 마찬가지이다. 1985년 세계 철강업 불황기에 광양제출소가 착공되었다. ‘세계 철강 흐름에 역행하는 투자’라는 비판을 들었지만 1986년부터 철강업 호황기를 맞아 고수익을 달성하게 되었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많은 이에게 사랑 받는 시 작품이 된 배경에는, 인간의 삶에서 맞닥뜨리는 수 많은 선택에 대한 고뇌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남들이 가지않는 길을 가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사실 또한 방증한다. 하지만 한국 기업은 과감한 의사결정을 기반으로 타인이 ‘가지 않는 길’을 걷는 차원을 넘어 빠른 속도로 뛰어갔다. 산업의 개척자로 가지 않는 길을 닦아 놓은 한국 기업은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Passion, 끈끈한 조직문화와 역동성으로 한국인은 경제와 사회, 문화 등 각 부문에서 경쟁력을 발휘해 왔다. 한국인 특유의 열정과 기질, 도전정신으로 1990년대 후반의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했다. 또한 스포츠와 문화 등 다방면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키며 역동성을 발휘하고 있다. Excellence, 최고의 혁신 제품을 통한 선두자(first mover)로의 도전은, 그동안 발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였던 우리 기업이 차세대 혁신제품을 개발하여 선두자로 점차 변화한 모습을 담아낸 키워드이다. Environment, 글로벌 시장 환경에 따른 맞춤형 시장 진출은, 한국이 수출 품목과 해외 진출 유형, 해외 진출 지역 다변화를 통해 적극적인 시장 개척을 추진해 온 결과를 담아낸 축약어이다. Drive, 불굴의 기업가 정신이라는 원동력은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의 표현에도 나타나 있다. 드러커는 “기업가 정신의 최고 실천국은 의심할 바 없이 한국”이라고 언급했다. 드러커는 “40년 전에 한국은 산업이 전혀 없었다”며 “오늘날 한국은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라고 덧붙이며 한국의 기업가 정신을 높이 샀다. SPEED와 힘(HIM)으로 글로벌 장기 저성장 환경을 돌파 이와 같이 높은 성과를 일궈오던 한국 기업은, 도전이라는 높은 산을 오르며 잠시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저성장’이라는 더 큰 산과 마주하게 되었다. 전 세계의 성장 속도가 더뎌진 글로벌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지난 50년 동안 우리는 한국기업 특유의 성공 유전자인 SPEED를 통해 눈부신 성과를 달성해왔다. 그러나 우리 눈앞에 다가온 장기 저성장 환경 속에서 그것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리 기업은 이제 ‘저성장’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저성장기에는 발전과 성장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사느냐 죽느냐의 생존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다. 글로벌 장기 저성장기를 맞아 ‘불확실성’ 시대에 진입하면서 이제 우리는 또 다른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장점인 SPEED에 시대적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배경에 따라 20년간 저성장 환경을 선제적으로 겪었던 일본 기업들을 분석해 보았다. 일본의 실패기업들은 복잡한 조직과 시스템 속에서 빠른 의사결정체제를 확립하지 못한 결과 기술과 시장 변화에 뒤늦게 대응하게 되면서 경쟁력을 상실했다. 반면 성공기업들은 핵심 기술력을 확보하고 기업에 적합한 인재경영 방식을 추구했으며 적극적으로 신시장을 개척해나갔다. 삼정KPMG는 이와 같은 시사점을 통해 불황기 솔루션을 도출해냈으며 그것은 바로 힘(HIM)으로 요약된다. 장기 저성장 시대 핵심역량인 ‘힘(HIM)’은 인재경영(Human Resources), 창조·혁신경영과 신뢰경영(Innovation & Integrity), 차별화된 글로벌 경영(Global Markets)을 의미한다. 우리말로 HIM(힘)이 주는 의미는는 “스스로 움직이거나 다른 물건을 움직이게 하는 작용”,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나 역량”이다. 이와같은 뜻과 같은 선상에서 영문 약어 HIM에도 창조적이고 혁신적이면서도 그 어떤 일도 헤쳐나가는 불굴의 도전정신이라는 뜻을 담았다. HIM이라는 불황기 솔루션과 더불어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도전을 기반으로 한 기업가 정신이 지금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책임지는 경영자로서의 기업가 정신이 절실한 시기이다. 먼저, 경영의 핵심은 바로 사람에 있으며 기업에 있어 그것은 결국 자산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HIM의 첫 번째 요소를 인재경영에 담았다. 인적 자산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 인재경영이 필요하다. 불황기에는 핵심 인적 자산을 내외부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리더는 기존의 관료주의에서 벗어나실무밀착형으로 전환해 업무에 대한 이해력을 강화해야 하며 소통과 감성 중심의 경영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두 번째로 창조∙혁신경영과 신뢰경영을 추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은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제품, 가격, 운영 측면에서의 혁신을 추구함과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신뢰받는 기업으로 다가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존과는 차별화된 글로벌 경영이 필수적이다. 제품, 고객, 현지화라는 세 축에 있어 적극적으로 신시장을 개척해나가야 하며 이 과정에 있어 M&A가 기회로 고려되어야 한다. [Human resources] 불황기일수록 사람이 경쟁력이다 20세기 산업화시대와 21세기 지식기반경제의 차이를 한눈에 보여주는 개념이 있다. 바로 대만 컴퓨터회사인 에이서(Acer)의 창업자인 스탠 시(Stan Shih)가 제안한 스마일 커브(Smile Curve)라는 그래프이다. 과거 20세기 산업화시대에는 산업이나 기업의 가치사슬의 가운데에 위치한 제조단계가 이익 창출의 가장 중요한 단계였다. 즉, 높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생산설비를 갖추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며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생산원가를 줄이는 제조단계에 많은 역량이 집중되었다. 포드 자동차가 성공할 수 있었던비결은 바로 컨베이어벨트에 있었다. 생산량과 작업효율이 개선되면서 원가가 절감, 결과적으로 수익 증대로 이어졌다. 반면 21세기 지식기반경제에서는 가치사슬의 앞 단인 혁신적인 기술력과 브랜드의 프리미엄, 아울러 뒷단의 고객 맞춤형 서비스,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 등이 높은 수준의 부가가치와 이익을 창출하는 U자 모양의 스마일 커브(Smile Curve)를 보이고 있다. 아이폰의 경우 미국의 애플은 제품 연구·개발·마케팅을 담당하며 한국, 일본기업 등이 핵심 부품을 제공, 마지막으로 팍스콘(Foxconn)과 같은 중국, 대만기업이 조립하는 분업구조를 이룬다. 리서치업체 아이서플라이(iSuppli)가 아이폰의 원가구조를 분석한 결과, 제조원가는 2%에 불과한 반면 제품마진은 51%에 달했다. 따라서 새로운 경쟁우위와 가치를 창출해내는 혁신 역량과 이를 주도해나갈 주체로서의 그 무엇보다 핵심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생사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기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부문에 집중해야 하는 동시에, 핵심 성장동력인 인재의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저성장기에서는 크게 세 가지의 인재전략 원칙이 대두된다. 첫 번째 원칙은 장기 불황일수록 핵심인력을 보유하는 것이다. 불황이 장기화될수록 외부의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페이스북(Facebook)은 前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브렛 테일러를 고용하기 위해 2009년 제 2의 트위터였던 프렌드피드를 인수하기도 했다. 인수(acquisition)와 고용(hire)를 합성한 ‘acqhired’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M&A를 통한 인재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기업 구성원에 대한 동기부여를 강화해 기존 핵심인재들의 이탈을 막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세계적인 기업 GE는 우수 인재를 빨리 승진시키는 FMP(Financial Management Program)라는 초고속 승진제도(fast track)를 운영하고 차별적인 리더십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금전적인 보상보다 동기부여를 강화하는 방안은 조직 내 핵심인력 이탈을 방지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리더는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실무형으로 변해야 한다. 불황기일수록 경험과 직관뿐 아니라 현장에 대한 이해, 많은 데이터의 분석력, 통찰력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은 중대형 모터, 소프트웨어, 반도체 등에 한정된 인수대상 리스트를 직접 가지고 다니며 매물을 물색했다. 마지막 원칙은 소통과 감성경영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모색해야 하는 저성장기이다. 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격의 없는 소통과 감성경영을 통해 인재들의 충성심을 확보하고 위기 극복에 동참하는 분위기를 창출해야 한다. IBM의 비하이브(Beehive)라는 사내 SNS 웹사이트는 직원 간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약 6만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가입해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공동 작업도 수행하는 채널로서 활용되고 있다. [Innovation] 창조·혁신 경영전략 저성장으로 인한 시장 축소와 경쟁 심화는 기업들의 낮은 성과와 긴축경영, 자원 감소를 초래한다. 따라서 이러한 저성장 시대에서 기업들은 창조와 혁신 전략을 통하여 체질을 개선하고 기존 경쟁우위는 유지하되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첫 번째 전략은 양손잡이 조직으로 제품 혁신을 이원화하는 것이다. 창조, 혁신경영을 위해서 제품개발영역에서는 창조적 혁신과 효율성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양손잡이 조직으로 제품 혁신을 이원화해야 한다. 즉, 기존 제품에 대해서는 오른손 조직으로서 지속적인 개량과 개선으로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다른 형태의 왼손 조직으로 창조적인 신제품을 개발, 새로운 시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BMW,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기존 가솔린 엔진의 다운사이징을 통해 연비를 개선하는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새로운 혁신문화 속에서 전기차와 같은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두 번째로 불황기 고객의 가치변화에 맞는 차별화된 가격으로 승부해야 한다. 착한 가격,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증가하면서 로우엔드(low-end) 가격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히트텍으로 대표되는 유니클로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기능성을 갖춘 ‘저가 고품질’ 의류를 출시하면서 동종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와 동시에 가치추구형 소비자 등장에도 주목해야 한다. 먹는 것은 줄여도 통신비는 줄이지 못하는 등의 특정 가치를 추구하는 가치추구형 소비자에 예의주시해야 한다. 가치추구형 소비자는 본인이 원하는 소비에 대한 지출은 아끼지 않는다. 일례로 패션계에서 최근 화두가 되는 키워드는 ‘불황형 가치소비’이다. 기본적인 의류 아이템은 저렴한 SPA 브랜드에서 구매하되 아웃터는 고가제품으로 구입하는 크로스오버 소비형태를 보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프로세스(Process) 혁신을 통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 수행되어야 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비행에 대기시간 단축을 위해 파일럿과 승무원들이 직접 기내청소에 참여해 다음 승객 탑승시간을 45분에서 25분으로 단축했다. 이처럼 저성장 시대에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프로세스 혁신이 필요하다. [Integrity]‘신뢰’, 장기 저성장 시대의 성공키워드 특히 저성장 시기에는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진다. 소위 ‘블랙스완’으로 불리는 통념에 빠져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충격과 파급효과가 큰 사건들은 기업을 절체절명의 위기로 내몰 수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엔론사태 이외에도 글로벌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간과 사례는 여럿이다. 스타벅스는 1998년 영국 진출 이후 총 30억 파운드의 매출을 올렸지만 860만 파운드의 법인세만 낸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에서 올린 매출을 세율이 낮은 이웃나라에 로열티 명목으로 송금해, 영국에서는 적자를 보는 것처럼 만들어 세금을 회피한 것이다. 고의적 세금회피에 대한 논란이 일자 시민단체와 1,000여명의 시위대가 불매운동을 벌였다. 여론이 악화되자 스타벅스는 앞으로 2년 동안 법인세 2,000만 파운드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기업들은 지속적인 소통으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의 식품회사인 홀푸즈마켓은 SNS의 진화 방향에 맞춰 창구를 확대하고 고객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쉽게 파악하여 좋은 성과를 낸 성공 사례이다. 또한 사회적 책임 리스크에 주목해야 한다. 작은 실수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행여 부정적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고 진정성 있게 시장과 소통하는 책임 있는 행동이 중요하다. BP의 원유 유출사태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 회피, 그리고 이와는 대조적으로 청산가리가 나온 타이레놀에 대한 즉각적인 리콜을 실시한 존슨앤존슨의 사례는 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투명한 기업이 신뢰를 얻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투명한 기업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기업의 회계 투명성은 기본이며 충분한 기업정보가 시장에 정직하게 공급되어야 한다. 이는 결국 기업가치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동시에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통제 강화로 투명경영 체제를 확보해야 한다. [Global Markets] 신시장 개척과 본업중심의 M&A 장기 저성장기에는 내수 및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므로 적극적인 신시장 개척으로 성장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기존 주력 수출시장이었던 선진국들이 한계를 직면함에 따라 신흥시장이 투자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성장하는 신흥국 시장을 과거처럼 저임금 생산기지로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 새롭고 거대한 소비시장으로인식하고 개척해야 지속적으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신흥시장을 개척할 때에는 기존 선진시장과 동일한 전략이 아닌,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에 이원화된 전략을 적용해야 한다. 지역별 고객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함으로써 선점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것이다.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에 따른 이원화된 전략은 기본 제품 포트폴리오에서부터 고객 전략, 품질 전략, 현지화까지 세분화된 부문별 가이드라인이 포함되어야 한다. 저성장 시대 신시장에서의 기회를 포착하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핵심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맞춤형 제품전략으로 승부해야 한다. 맞춤형 제품전략은 현지 고객의 트렌드를 반영함과 동시에 효율성을 추구하는 제품 개발을 의미한다. 일본의 도요토미(Toyotomi)사는 열효율을 최우선으로 하고 기름 냄새를 싫어하는 칠레 소비자를 위해 유지비가 적고 냄새가 없는 등유난로를 출시했다. 그 결과 2008년 진출 후 2년만에 칠레 난로시장의 80%를 차지했다. 둘째로 신흥시장 내 중산층 이상의 고객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OECD는 신흥국 중산층 인구가 2009년 18억명에서 2020년 32억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가인구의 85%가 아시아 지역에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들 신흥시장 내 중산층 소비자를 위한 적극적인 제품 개발 및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부합하여 신흥국 중산층을 겨냥한 ‘저가·고품질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닛산은 태국, 중국 등지에서 저가 소형차 ‘마치(March)’를 출시했다. 인도에서 철저한 시장조사를 선행한 후 일본제 강판과 유사한 고품질의 철강재를 인도에서 공수해서 가격 부담을 낮췄다. 이는 놀라운 판매로 이어졌다. 월 판매 목표의 세 배가 넘게 팔렸으며 일본으로까지 역수입되었다. 마지막으로는 철저한 현지화로 고객에게 접근해야 한다. GE는 기존 제품의 1/10 가격의 심전도기계를 인도 현지에서 생산·판매하여 저소득층 의료수요 확대에 기여했다. 네슬레의 경우에는 본사 마케팅 담당자가 현지 가정에서 함께 생활하며, 국가별 기호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현지와 소비자의 특성을고려한 현지화 접근 방법이 추진되어야 한다. 한편, 경기침체기의 M&A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과거 수년간 삼정KPMG는 M&A의 기회에 대해 주장한 바 있다. 특히 최근 EU의 경기침체로 유명 브랜드와 기술을 갖춘 많은 기업들이 매물로 나와 있다. 기업들의 인수는 보다 높은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측되고, 향후 게임의 양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M&A를 성공적으로 마치기까지 많은 리스크가 존재하므로 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M&A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 번째 원칙으로 본업중심의 M&A를 통해 핵심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즉, 기존의 성공공식/역량을 유지하되 이를 확대 또는 반복 적용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특히나 저성장이라는 위기를 직면할 때 개선해야 한다는 집착과 근시안적 변화를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본업의 성공역량이 붕괴되면 기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 실제로 삼정KPMG가 조사한 해외 선진 기업들의 M&A 성공률 결과를 살펴보면, 본업과 연관된 M&A의 성공률은 39%로 나타나지만 본업과 관련성이 없는 성공률은 4%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핵심역량, 고객, 유통 측면에서 연관성이 높은 본업 중심의 M&A는 저성장 환경에서 경쟁우위를 지키고 견고하게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저성장기 M&A는 리얼옵션(real option)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리얼옵션 방식이란 복수의 투자 대안들에 대해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성장기에는 불확실성 속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투자를 집중하는 것은 리스크가 지나치게 높을 수 있다. 따라서 단계별 성공 가능성과 예상 수익률을 재점검하여 투자의 지속여부와 중단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저성장기에는 한 번의 작은 실수로 기업의 생존이 위협당할 수 있으므로 소규모의 성공을 통해 차근차근 미래의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PMI는 딜(Deal) 단계부터 철저하게 고려해야 한다. 성공적인 M&A를 위하여 인수 후 통합(PMI : Post Merger Integration)이 철저히 추진되어야 한다. M&A를 다수 추진했던해외 선진기업들을 조사한 결과, M&A 추진 시 2건 중 1건 이상 성공할 확률이 42%에 불과했다. 실패 요인 중 56%는 PMI 추진에 대한 어려움 및 복잡성으로 조사되었다. PMI를 추진할 때에는 M&A와 별개로 가져가기보다는 M&A 딜 1단계에서부터 PMI와 관련된 변수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합병 목적이 기술확보에 있는지 생산거점 확보에 있는지, M&A방식은 우호적 합병인지 적대적 합병인지, 국경을 넘나드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PMI는 지리적 한계, 문화적 차이, 언어 장벽 등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해야 하는지 등이 주요 변수라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아디다스는 2005년 리복 인수 시 제품개발과 마케팅은 별도로 유지하지만 지원조직과 기업문화는 아디다스 가치를 중심으로 통합했다. 즉 전략, 문화, HR, 영업, 회계, IT 등 모든 영역에 대한 통합적 시각에서의 성공적인 인수를 수행한 것이다. 1984년부터 매년 1건 이상의 M&A를 추진해온 일본전산도 ‘2 Track PMI 추진 전략’을 고수했다. 먼저 철저한 MBO(Management Buyout) 전략으로 인수 기업의 인원 감축은 하지 않고 주어진 목표와 성과를 달성해야 회사 이름에 일본전산 수식어를 붙였다. 또한 적극적 통합전략을 통해 인수한 기업에게 자사의 기술을 신속히 전수하면서 내부 생산비율 향상, 공동설계, 공동구매, 원가관리 강화 등을 통해 인수한 기업의 수익성과 본사의 수익성을 함께 향상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추구했다. 일반적으로 M&A를 추진하는 경우 인수 후 문제에 대비한 출구 전략인 엑시트 플랜(Exit plan) 수립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저성장 환경에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M&A가 실패할 경우 매각을 포함한 스마트 엑시트(Smart exit) 전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시대에 걸맞은 기업가 정신 추구 한편, 최근 들어 한국 기업의 기업가 정신이 실종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며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정신은 사라지고 안정적인 사업만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작금과 같이 장기 저성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급변하는 경영환경을 극복하는 도전정신, 엄격한 윤리의식을 통해 우리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번영을 책임지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 사업상 위험을 감내하고 새로운 개혁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단, 기업가 정신은 기존의 것과 달리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정의의 재발견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삼정KPMG는 앞서 분석된 사례들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통찰력, 불굴의 도전 정신, 엄격한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책임지는 경영자”이라는 정의를 제안한다. 이러한 창업가, 개척자 정신은 21세기 글로벌 초경쟁 사회에서 사업이나 경영의 초반이 아니라 항상 유지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단기적인 성장만이 아닌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즉, 우리 기업은 장기 저성장기 속에서 항구적인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동시에 SPEED와 HIM을 토대로 복잡 다변한 경영환경을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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