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언제 일어날까? 혁신은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과정을 거쳐서 일어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혁신은 안정적인 상황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우연하고 돌발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다. 위기 상황은 안정적이지 않다. 그래서 위기 상황을 잘 관리하면 우연하고 돌발적인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전방위적인 위기는 기업 혁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본고에서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혁신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의 인사 정책과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한다. 위기를 낭비하지 마라 BCM(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사업연속성 관리)은 극도의 위기 상황에 빠진 기업이 핵심 업무를 회복할 수 있는 정책과 절차를 문서화 해 놓은 것을 말한다. 그리고 복구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과 거버넌스를 포함한다. 1) 한 통계에 의하면 BCM이 없는 회사의 40%는 5년 안에 파산한다고 한다. 하지만 BCM이 갖춰져 있고 경영진이 BCM에 관심이 있는 회사의 90%는 위기 상황에서 핵심 업무를 빠른 시간 안에 복구해냈다. 911 사태 시 월드트레이드센터에 입주해 있던 모건스탠리가 BCM의 실행으로 1영업일 이내에 핵심업무를 재개할 수 있었던 것은 미리 갖추어 놓은 BCM을 잘 실행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일하는 문화와 인사 정책은 BCM의 기반이 된다. 아무리 체계적으로 잘 갖춰진 프로세스와 거버넌스도 제대로 된 기업 문화와 인사 정책이 없으면 위기 속에서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똑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어떤 기업은 인공호흡기를 쓰고 간신히 연명한 다. 하지만 어떤 기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한다. 위기 속에서도 그 성 장성을 인정받아 오히려 시가총액이 무섭게 상승한 기업들도 있다. 아마존은 위기 속에서 혁신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다. 소비자의 구매 습관이 변했다고 해서 모든 온라인 업체가 성장성을 인정 받는 것은 아니다. 평소의 일하는 방식과 혁신적인 기술이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하게 만든다. 아마존은 2020년 들어서 시총이 무려 4,000억달러 이상 상승해서 1조달러를 돌파했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클라우드컴퓨팅 애저(Azure)의 성장성이 부각되고 협업 툴인 팀스의 이용자가 7,500만명이 넘으면서 시총이 2,700억달러 이상 상승했다. 2) 이러한 기업들의 혁신성이 단지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영위한다고 모든 기업이 글로벌 혁신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력풀을 더욱 다양화한다 “다양성은 미국 경제의 성공에 크게 기여해왔다. 미국을 기술 분야의 글로벌 지도자로 만들고 구글을 오늘날의 구글로 만들어줬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의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인 취업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는 정책을 발표하자 그가 트럼프의 정책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순다르 피차이는 인도 사람이다. 3) 다른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들도 앞 다투어 이러한 비판에 가세했다. 아마 존의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다. “고숙련 전문가의 입국을 제한하는 것은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태롭게 한다.” 왜 글로벌 혁신기업들이 대통령의 정책에 정면으로 맞설까? 그들은 인재의 다양성이 혁신성의 근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의 다양한 풀이 갖춰지지 않고는 글로벌 기업은 더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CDO(Chief Diversity Officer: 최고 다양성 책임자)를 두면서까지 인력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 미국의 이민정책센터 통계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기업의 50% 이상이 미국 본토 출신이 아닌 외국인에 의해서 창업된다. “페이스북이 하나의 기업을 인수할 때 그 회사 자체를 목적으로 해본 적이 없다. 우리가 인수한 것은 우수한 인재들이었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의 말이다. 기업 인수합병이 단지 비즈니스 확장을 위한 목적이 아니고 인재 확보를 위한 전략이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팬데믹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실리콘밸리의 한임원의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이다. “현재 경영진은 위기를 냉정하게 분석해 보면서, 사업을 확장할 기회를 찾고 있다. 특히 자금난으로 위기에 처한 우량기업을 눈여겨 보면서 인재확보를 위한 acquiring(인수를 통한 인재확보) 등도 검토 중이다.” 같은 자동차 산업에 있는 기업들의 위기 대응 전략에도 차이가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과 테슬라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BMW는 팬데믹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16,00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다임러도 마찬가지다. 전세계적으로 15,000명 이상을 감원할 계획이다. 반면에 테슬라는 오히려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미국의 두 개의 작은 시가 테슬라 공장을 유치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유치에 성공하면 20,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기 때문이다. Bench Strength를 강화한다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사람이다. 평화시에는 나타나지 않던 영웅이 전쟁 상황에서 나타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극도의 위기가 닥치지 않으면 뛰어난 인재가 그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많지 않다. 성공 적인 글로벌 기업들의 공통점은 위기를 대비해서 Bench Strength를 평소에 강화해 놓는다는 것이다. 그래야 그들이 위기 상황에서 회사를 살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Succession plan)은 Bench Strength를 강화 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인사 정책과 프로세스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어서 기업의 최고 경영진들이 함께 참여한다. 모든 글로벌 기업들의 최고위 임원들은 최소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모인다. 기업의 리더들을 전체적으로 함께 리뷰하고 핵심 포지 션(보통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고위 임원 포지션)의 다음 후계자를 물색하고 정해 놓기 위해서이다. 핵심 포지션의 후계자는 몇 단계의 레벨로 구분된다. 예를 들면 즉시 승계가 가능한 사람, 1~2년 이내에 승계가 가능한 사람, 3년 이후에 승계가 가능한 후보자 등으로 구분해 놓는다. 이렇게 선정된 후보자는 외부로 노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더 많이 주어지고 고위 임원들과 일할 기회도 의도적으로 제공된 다. 계속 관찰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육성된 리더들이 위기 상황에서 힘을 발휘한다. 그들은 전사적인 위기 상황을 감지해 내는 능력이 있고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해 내는 실무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에서 포지션에 공석이 생기거나 변동이 생길 때 그 포지션을 즉시 대체할 수 있다. 위기 때 투자해야 한다 “회의가 좋은 예다. 결정을 지연시켜 또 다른 회의를 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있다. 이를테면 망설임, 애매모호함, 더 깊은 연구에 대한 열정 같은 것들이다. 바로 싹 사라졌다.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 진행된 우리의 첫 직원 화상 올핸즈 미팅은 1시간이 아닌 22분 만에 끝났다. 사업부문 리더들은 각자 긴 프레젠테이션을 하던 방식을 버리고, 정말 중요한 내용만 30초에서 90초 동안 공유하기 시작했다.” 슬랙(Slack)의 CEO인 스튜어트 버터필드(Stewart Butterfield)가 팬데믹 이후에 전사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재택근무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슬랙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업무용 메신저 업체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유니콘 기업이다. 글로벌 기업에게 재택근무와 원격근무는 일상이 되었다. 팬데믹 이전에도 많은 실리콘 밸리 기업들은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에 대한 폭넓은 유연성을 발휘해왔다. 이러한 일하는 방식이 팬데믹 이후에 더욱 가속화된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허물면 사고가 유연해진다. 불필요한 위계나 절차는 무시되고 결과에만 집중하게 된다. 스마트워크가 확장될수록 혁신성이 올라가는 이유이다. ADP Research Institute(세계 최대 HR아웃소싱회사의 연구소)의 재미있는 조사결과가 있다. ADP는 전 세계 19,000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직무몰입도를 조사해서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주일에 4일 또는 5일 동안 원격근무를 하는 직원들의 23%가 완전한 직무몰입도를 보여줬다. 반면에 원격근무를 전혀 하지 않는 직원들의 12%만이 완전한 직무몰입도를 나타냈다. 물리적 접근성과 밀집성이 오히려 오히려 직무몰입에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4)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는 스마트워크를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경영진의 의지와 노력이다. 이러한 것은 무형의 것이지만 경영진의 의지와 노력그 자체는 기업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말하는 것이고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두 번째는 물리적 투자이다. 원격근무나 재택근무의 성공은 고도의 협업툴이 있어야 가능하다. 고도의 IT기술이 동원된 시스템이 직원들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많은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 다. 클라우드컴퓨팅의 도입은 스마트워크의 효율성을 크게 높인다. 글로벌 기업의 68%는 클아우드컴퓨팅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고 한국은 24%에 불과하다(KRG Report 2020). 메드트로닉(Medtronic)은 글로벌 1위의 의료기기 회사이다. 이 회사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세 가지의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셧다운, 회복, 뉴노멀이 그것이다. 위기가 일상이 되고 있다. 누구에게나 닥친 위기이지만 소수만이 위기에서 회복해서 뉴노멀로 나아갈 수 있다. 위기를 간신히 극복한다 해도 과거의 전통적인 방식으로의 회귀는 별 의미가 없다. 5) 시스코시스템스의 CEO인 로빈스는 이렇게 말한다. “위기 때 직원을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나중에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 위기극복도 혁신의 실천도 결국 사람에게 달렸다. 그래서 인사 전략이 중요하다.
----------------------------------------------- 참고 1 ) PWC Report 2) Financial Times 3) 조선일보 2020.6.23 4) HBR 2019 9~10 5) HBR 2020 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