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우리 팀장은 업무를 지시하거나 대화를 할 때 말을 너무 함부로 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대놓고 심하게 해놓고, 부하 직원들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습니다. 그래서 지시를 받을 때마다 꺼려지고, 이제는 인간 자체가 싫어지고 있습니다.“김 대리, 이리 와 보세요. 제가 지난주 회의 때 이야기한 자료 분석, 이게 다 한 건가요?”“네, 팀장님. 그때 말씀하신 내용을 중심으로 만들어 봤습니다.”“참 답답하네요. 그게 자료 분석입니까? 자기 아이디어나 생각도 좀 넣어서 새로운 내용으로
유럽 문화의 근원은 어디인가? 유럽인들은 이집트라고 이야기한다. 고대 그리스가 이집트를 지배한 기간을 거치면서 이집트 문화가 그리스에 이식이 되었고 로마를 거쳐 유럽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집트에서 공부한 그리스의 대표적인 유학파로는 플라톤, 피타고라스, 호메로스가 있다. 이외에도 솔론, 헤로도토스, 디오도루스, 플루타르코스 등도 수년간 이집트에서 공부하면서 많은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눈치 빠른 사람은 이 대목에서 고대 이집트의 대표적인 신들이 이름만 바뀐 채로 그리스의 신화에 등장했음을 알 것이다. 그리고 이집트에 간다면 아테네
“이집트”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피라미드, 스핑크스, 미라를 떠올리지만, 내 머릿속에 이집트는 아스완(Aswan)의 카타락트 호텔(Old Cataract Hotel)에서 즐기는 나일강변의 풍광으로 채워져 있다. 지금도 그때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모습이 생생하다. 키 큰 야자수 사이로 이집트 전통 돛단배 펠루카가 암반을 드러낸 섬들 사이를 느리게 지나던 모습은 두고두고 꺼내 보고 싶은 사진처럼 기억에 남아 있다. 심지어 그 순간에 느꼈던 벅찬 감정이나 피부에 와닿는 바람, 코끝을 스미는 청량까지도 또렷이 기억에 저장돼 있다. 당
오랜 기간 여행작가로 활동하다 보니 “어디가 좋아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때면 “사막이 좋다”라는 대답을 자주 하는데, 디자인의 완성이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만들어지듯 사막은 자연이 만든 완전하고도 완벽한 디자인을 보여주는 곳이어서다. 여러 사막 중에서도 최고는 서아프리카 나미비아에 있는 붉은 사막이 품고 있는 데드블레이(Deadvlei-죽은 물 웅덩이)가 아닐까 싶다. 미스터리한 자연 현상과 마주할 수 있는 곳으로, 실제 많은 사진작가들의 버킷리스트이기도 하다. 물론 그곳까지 가는 여정이 쉽지 않지만 그만큼 문명
“에휴~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임원한테 불려갔던 팀장이 돌아와서 내뱉는 자조 섞인 말이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팀원 한 명이 급한 건이라며 결재를 받으러 갔더니 팀장의 날선 감정이 제대로 활개를 친다. “아니 이걸 이제 갖고 오면 어떡하나? 매번 중요하다 하면서 막판까지 뭉개는 이유는 뭐야? 사람이 왜 그래?” 그 다음 팀의 분위기는? 짐작하는 대로다. 난데없이 폭탄을 맞은 팀원은 죽을 상을 하고 앉아 있고 다른 팀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각자 일에 몰두하는 듯 조용하다.흔히 볼 수 있는 우리네 직장 풍경이다. 그래서
10~20년 쌓은 고수의 내공을, 1~2만원 달랑 지불하고서, 1~2시간에 내 걸로 만드는 비결? 인간의 소통 수단은 말(語)과 글(文), 두 가지다. 말만 존재한 시대는 역사가 아니다. 글이 존재하고서야 비로소 찬란한 인류사가 시작됐다. 국가 정책의 기본도 ‘어문’ 정책이다. 무슨 뜬금없는 얘기냐고.아는가, 선사(先史)시대와 역사(歷史)시대의 의미? 그 경계는 바로 ‘글(문자)의 사용 여부’였다. 인류의 궤적은 문자로 기록됨으로써 역사로 바뀌었다.왜 말은 인류사 범주에 끼지 못할까? 원인은 여럿 있겠으나 뭣보다 말의 휘발성 때문이
동기 이론 전문가인 리처드 라이언 박사는 전 세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업 동기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 결과, 한국 학생들의 학업 동기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다른 나라 학생들과 달리 한국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자식 공부라면 모든 것을 내던지고라도 헌신하는 한 국 부모들에게는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이유를 파고 들어가면 더 큰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한국 학생들이 공부에 흥미를 잃는 이유가 대부분 ‘부모의 관심’이었기 때문이다.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또 그 얘기?”“원래 그렇잖아!”“뭐, 어떻게든 되겠지.”합계출산율 0.8명대의 초(超)저출산 국가 사람들의 반응이다. 나라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인데, 구성원이 느끼는 위기감은 실상과 괴리가 커도 너무 크다. 삶이 팍팍해 나 하나도 건사하기 힘들다는 아우성뿐이다.▪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더 많은 나라▪전쟁도 아닌 시기에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OECD 회원국 유일의 합계출산율 0명대인 나라▪20년째 초저출산(1.3명 이하)이 계속되는 나라▪0~14세 인구 비율이 12.5%(세계평균 25.4%)인 나라▪전국 228개 시군구
Episode 24. “거짓말하면 나쁜 어린이야!”학교, 가정, 사회에서 그토록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건만 과거 어느 통계에 따르면 사람이 하루 동안 입 밖으로 꺼내는 거짓말이 수회라고 한다. 이타적인 거짓말 이를테면, 몸이 아픈데 부모님 걱정하실까 염려되어 안 아프다고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나 오늘 예뻐?”라고 묻는 여친 질문에 “너무 예쁘지, 항상 예쁘지!”라며 핑크빛 멘트를 날리는 것까지 물론, 거짓말의 순기능도 적지 않다.이런 착한 거짓말 외에, 진짜 대놓고 나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아왔다. 특히 사회생활
Episode 22.‘나이가 들수록 경사(慶事)보다는 조사(弔事)가 늘어난다’고 어른들은 종종 말했다. 어른의 기준이 무엇인지, 나이가 든다는 의미를 정확히 몇 세부터 부여해야 하는지 아리송했던 과거를 지나 요즘은 진짜 ‘나이가 드는 나이’로 접어든 기분이다.솔로생활을 즐기는 친구들도 아직 많고, 결혼이 워낙 늦어지는 추세이다 보니 여전히 젊디 젊은 나이이지만 나의 부모님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이제 내 또래 부모님들의 건강에 이상신호가 잡히기 시작했다. 정말 먼 일 같고 그저 남 일 같았던 일들이 서서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첫
Episode 20.다용도실이 또 꽉 찼다. 별로 산 것도 없는데, 냉장고에 들어가는 양보다 쓰레기봉투에 담기는 플라스틱과 각종 포장재가 훨씬 많게 느껴진다. 재래시장에서 사는 야채와 과일을 제외하고는 대형 마트나 온라인 배송을 이용하는데, 장을 볼 때마다 발생하는 쓰레기를 보고 있자면 답답하다.일회용 사용을 줄이기 위한 몇몇 대책으로 인해 대표적인 커피 프렌차이즈인 스***는 종이빨대로 바꾼 바 있고, 국내 모든 식음료 매장에서는 일회용컵 사용 금지라는 다소 강력한 정책으로 한동안 쓰레기 감소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잠시뿐, 요즘 커피전문점은 다시 일회용 일색이고 사람들은 여전히 환경이나 자신의 불편함보다 편리함을 선호한다. 나 역시도 반짝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다가 다시 일회용으로 돌아
Episode 19. 평소 집돌이, 집순이와 ‘이불 안전주의’를 외치던 사람들마저도 요 몇 달을 지내면서 몸이 근질근질한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외출도 부담스럽고 더군다나 사람이 붐비는 실내에서의 활동을 꺼리는 상황에서 나름의 해결책은 ‘사람이 덜 붐비는 야외’가 되는 모양새다. 특히나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현 시점에서 안전하고 경제적인 휴가를 보내는 방법으로 ‘캠핑’이 대세가 된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싶다.공중파 방송은 뉴스나 가끔 틀까 말까, 이제 TV도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풀가동 중이다. 내가 요즘 멍하니 틀어놓는 유튜브 채널은 주로 ‘솔로캠핑, 가족캠핑, 감성캠핑’ 등 야외로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어찌나 잘 먹고 잘 놀고 잘 쉬는지, 야외로 떠난 사람들 저마
Episode 18.나는 나를 사랑할까?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본 건 처음이다. 잘 먹고, 잘 자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하고, 쉬고 싶으면 쉬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부모나 누군가의 강요 없이 내가 선택해서 사는 삶이면 나를 사랑하는 것일까?불과 며칠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서 같은 질문을 던졌다면, ‘나는 꽤나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지’라고 생각했을 거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사는 인생이었으니까 말이다. 헌데, 우연히 어느 유튜브 채널을 보고서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라고.유년시절을 제외하고 돌이켜 보면 나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단 한 번도 만든 적이 없었다. 주어진 환경, 기회에 순응하거나 도피하거나 이
Episode 17. 나는 온라인 게임에 흥미가 없다. 단계를 높여가다 보면 어렵기도 하고, 하나에 오래도록 집중하는 끈기도 없는 덕분(?)이다. 보통 남자들은 다 게임을 좋아한다는데 내 주변 지인 중에는 신기하게도 게임에 빠져 사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그래서인지 끼니를 거르고,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게임에 푹 빠진 사람들을 보면 신기방기하다. 처음부터 게임을 사랑한 걸까, 아니면 그렇게 빠지도록 무언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까.하루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4인 가족이 내 옆자리로 들어왔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와 이제 막 걸음을 뗀 여자아이가 엄마의 도움을 받아 나란히 앉았다. 익숙하다는 듯 남자 아이는 엄마에게 휴대폰을 받아서는 주
Episode 16. 또 병이 도졌다. 제대로 키우지도 못하고 죽일 거면서, 봄만 되면 이런저런 화분을 사들인다. 분명 아주머니께 식물 이름, 특징, 물 주는 주기, 분갈이 방법 등을 상세히 듣고 데려오는데 이상하게도 서너 달을 넘기기가 힘들다. 남자친구는 제발 생명에게 몹쓸 짓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봄바람은 또 어떤 식물을 사겠느냐며 내게 속삭인다.5년 넘게 키운 식물도 있긴 있다. 흔히 돈나무라고 불리는 금전수, 학명은 자미오쿨카스 (Zamioculcas)다. 남자친구가 입사기념으로 회사에서 받고 혼자 5년을 키웠다. (솔직히 키웠다는 말보다는 방치가 더 정확하겠지.) 신통방통한 이 녀석은 무관심을 먹고 자란다. 연애시절, 윤기가 좔좔 흐르는 잎사귀를 보고 남
Episode 15.몸 빛깔을 자유롭게 바꾸는 카멜레온. 낮과 밤의 빛과 온도 차이나, 천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타고난 능력을 지녔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겠지만, 인간도 카멜레온처럼 자신의 모습을 상황에 따라 철저히 바꾸는 능력이 뛰어나다.TPO(time, place, occasion)에 맞게 행동과 태도를 조절하는 건 당연히 필요하고 또 사회생활에 있어서 상당한 이점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상식 선에서 카멜레온 같은 본능을 사용하고 능력을 업그레이드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특이하게도 상식 밖의 돌변을 보이는 사람들이 주변에 적지 않더라.강남 모 빌딩 관리소장은 약 3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주야간 경비원, 주차요원, 청소원 등 빌딩 소속 정직원부터 파트타임
Episode 14. 회사를 여러 번 옮겼고 그 과정에서 사람 간의 문제도 있었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일방적인 잘못은 없었다.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발생했든 결국 문제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모두가 힘을 쓰고 상처를 입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손뼉도 양쪽이 부딪혀야 나는 소리라고 한쪽의 잘못으로는 문제가 안 생길까? 지금은 작은 조직에서 맡은 일만 잘 하면 되기 때문에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크게 없는데, 부쩍 내 주변에서 직장 내 사람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어 고민이 깊다.- 정치의 선봉, 무능한 이사 때문에 괴로운 친구원천기술 하나로 단시간에 성장한 회사에 다니는 친구 A. 조직도 시스템도 어느 것 하나 갖춰지지 않았을 때 입사해 거의 창업 수준으로 회사
Episode 13. 어릴 때는 ‘꿈은 당연히 매일같이 꾸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늘을 나는 꿈, 떨어지는 꿈, 쫓기는 꿈, 허겁지겁 먹는 꿈, 대성통곡하는 꿈 등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나름대로 재미난 몽중 세계를 즐겼 다. 꿈에서는 늘 내가 주인공이고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흥미진진하니, 다음날은 어떤 꿈을 꿀까 살짝 기대도 했었다. 그런데 중학생 때인가, “꿈을 기억한다는 건 뇌가 깊은 잠에 들지 못했기 때문이야, 꿈을 안 꾸는 게 성장에도 좋고 다음날 몸도 가벼워”라는 어느 선생님의 말을 들은 뒤부터 꿈자리가 너무 불편해졌다. 그녀의 말처럼 꿈을 꾸고 난 아침은 잠도 잘 안 깨고 어깨도 무겁고 속도 더부룩했다. ‘꿈은 몸에 안 좋다’라는 인식이 박히면서 어떻게든 꿈을 안
Episode 12. “두 달 전, 점심으로 짬뽕을 먹는 게 아니었어. 자장면을 먹었어야 했는데......”자장면 먹을 것을 짬뽕 먹었다고, 잘못된 선택을 두 달이 지나서 후회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똑같은 선택에 평생토록 후회하기도 한다.“두 달 전, 그녀와 헤어지던 날 짬뽕을 먹는 게 아니었어.”서먹했던 연인, 점심을 먹는데 여자친구가 갑자기 헤어지자고 했다. 분위기 좋은 카페나 스산한 길거리였다면 멋진 한 장면으로 기억되련만. (중국집에서 아무렇지 않게 이별을 고하다니, 그녀는 진심 빨리 헤어지고 싶었나 보다.) 매콤짭쪼름한 국물에 안그래도 목이 메이고 콧물이 나는데 너무 진지한 여자친구의 태도에 당황과 슬픔과 매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마치 폭탄이
Episode 10.예전 어른들은 ‘내리사랑’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사전적 의미는 ‘손윗사람이 손아랫사람을 사랑함, 또는 그런 사랑, 특히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이른다’라고 쓰여 있다. 드물게 뉴스를 통해서 그에 반하는 범죄 사건들을 접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세상에 태어난 모두는 ‘내리사랑’이라는 마르지 않는 샘을 하나씩은 지니고 태어난 금수저들이다. 그럼에도 철없던 시절 우리는 부모에게 혼이 나거나, 불만이 있거나, 심보가 뒤틀렸을 때 속으로든 입밖으로든 이런 말도 서슴없이 했었다.“누가 나 낳으라고 했어?”“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어?”스스로 태어나기를 원한 것도 아니고 부모를 콕 짚어 세상에 난 것도 아니지만, 줄곧 먹을 거 다 먹고 놀 거 다 놀면서 뭐가 그리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