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기자의 일상다반사

Episode 20. 다용도실이 또 꽉 찼다. 별로 산 것도 없는데, 냉장고에 들어가는 양보다 쓰레기봉투에 담기는 플라스틱과 각종 포장재가 훨씬 많게 느껴진다. 재래시장에서 사는 야채와 과일을 제외하고는 대형 마트나 온라인 배송을 이용하는데, 장을 볼 때마다 발생하는 쓰레기를 보고 있자면 답답하다.

일회용 사용을 줄이기 위한 몇몇 대책으로 인해 대표적인 커피 프렌차이즈인 스***는 종이빨대로 바꾼 바 있고, 국내 모든 식음료 매장에서는 일회용컵 사용 금지라는 다소 강력한 정책으로 한동안 쓰레기 감소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잠시뿐, 요즘 커피전문점은 다시 일회용 일색이고 사람들은 여전히 환경이나 자신의 불편함보다 편리함을 선호한다. 나 역시도 반짝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다가 다시 일회용으로 돌아가고 있다.

우리가 구매하고 소비하는 대다수의 물품이 오프라인 마트든 우리 집으로 바로 오는 배송이든 물류과정을 통해 여러 사람의 손과 다양한 장소를 거치다 보니, 파손 방지를 위해 포장을 꼼꼼히 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문제는 포장의 재료와 방법이 그다지 환경친화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비닐, 플라스틱과 같은 합성수지가 대부분이고 종이류를 쓴다고 해도 철저한 분리수거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냥 쓰레기로 처리된다. 앞서가는 일부 기업들이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충전재를 사용하거나 아예 중복 포장을 줄이는 등 변화를 만들어가고는 있지만, 싸고 편리하게 쓸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고 새로운 비용과 파손위험을 감수하는 기업은 여전히 드물다.

장바구니를 백날 써도, 쓰레기 줄여보자고 다짐에 다짐을 해도, 내가 구매하는 물건을 만드는 곳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되지 않는다면 허공에 손 휘젓는 꼴이다. 긴 장마와 폭염 등 이상기후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가 매년 지적당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일인데, 정작 정부도 국민도 나도 변화가 없는 일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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