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경제 불황기, 인사담당자가 해야 할 일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내실 경영과 긴축경영 그리고 생존 경쟁

경기 불황이 장기화될 때 기업들은 ‘내실 경영’ 또는 ‘긴축 경영(비상 경영)’, 심지어 ‘생존 경쟁’이라는 모호한 기치를 내걸고 수비 경영에 돌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내실 경영은 무리한 외형 투자보다는 재무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한 비용 절감 및 인력 감축 등의 각종 후속 조치를 통해 전 임직원들의 혹독한 고통 분담 과정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투자를 지양하고 비용 구조를 개선해 어떻게든 영업 이익 악화를 막아보겠다는 고육지책인 것이다. 

물론 경기가 침체 국면이니 매출 예측을 소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고, 목표가 낮으니 당연히 그에 맞는 내실 경영이 필요하다. 그 동안 방만한 경영을 해왔던 기업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어느 정도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길수록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오랜 기간 내실 경영의 결과로 기업의 성장과 변화의 DNA가 멈추게 되고, 경쟁에서도 오히려 뒤처지게 되어 종국에는 기업의 존폐 위기를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황기에 모든 해답이 있다

내실 경영의 궁극적인 목적은 확보한 수익과 현금 흐름을 재원 삼아 재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부적인 수익 창출과 더불어 외형적인 성장이 함께 균형을 이룰 때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CEO들은 이런 기본적인 원칙도 지키지 못한 채 한쪽에만 치우친 내실 경영으로 경영 임기도 다 못 채우고 중도에 하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일부 오너 기업의 경우 경기가 불황일 때 오히려 위기를 기회삼아 성장 지향을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해 내실 경영에 치우치는 기업과의 격차를 더 벌리기도 한다. 어떤 게 정답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그건 바로 위기를 기회로 삼아 혁신적 변화의 도화선을 만들어 점화를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어렵다는 그 상황, 즉 불황기에 모든 해답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킹핀(King Pin)’과 ‘릴리(Lily)’

경기 불황기에는 ‘공격형 CEO’보다 ‘재무통 CEO’가 각광을 받는 경우가 많다. 내실 경영, 긴축 경영, 비상 경영이라는 극약처방을 통해 위기관리에 능통한 구원투수가 제 역할을 발휘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무지표나 수치에만 너무 집착하다 보면 단기적 현안과 문제점 해결에만 치중해 자칫 미래 핵심 역량과 경쟁력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을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볼링을 즐기는 이유 중 하나는 시원하게 모든 핀을 쓸어버리는 스트라이크의 쾌감 때문일 것이다. 스트라이크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운데에 위치한 5번 핀인 ‘킹핀(King Pin)’을 잘 맞춰야 한다. 킹핀을 공략하면 나머지 핀들은 자연스럽게 쓰러져 스트라이크가 나올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핵심이 되는 부분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킹핀 전략’이라고 부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S커피 프랜차이즈는 커피시장이라는 레드오션에서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커피를 마시는 동안 ‘편안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누릴 수 있도록 고객 가치를 드높이는 킹핀 전략을 효과적으로 잘 활용했기 때문에 지금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킹핀이 아닌 다른 핀을 잘못 쓰러뜨리면 스트라이크는커녕 5, 7, 10번 핀이 남는 릴리(Lily)가 발생해 남은 스플릿을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핵심이 되는 부분을 잘못 찾으면 일이 원만하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가 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원가절감도 쉬운 게 아니다. 광고비나 인력, 연구개발(R&D) 등을 줄이기보다는 구매, 신제품 개발, 고객 서비스 등 주요 업무 흐름에서 생기는 비효율을 제거하는 게 근본 대책인 것이다.

CEO가 맞닥뜨린 딜레마 존(Dilemma Zone)

혁신적 변화의 기류를 만들어 내는 혜안도 필요하다. 금융위기로 주식시장에 패닉 현상이 일어날 때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입하고, 리먼 쇼크로 부동산이 하락할 때 부동산을 매수하는 것이 바로 역발상의 혜안인 것처럼 말이다.

긴 불황의 터널이 끝을 보이지 않는 요즘 이 시기에 기업 CEO들의 수심도 깊어지고 있다. 난세(亂世)의 영웅(英雄)이 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불확실의 골이 깊다 보니 이렇다 저렇다 딱 잘라 의사결정을 내리기 힘든 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고객, 직원,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CEO의 선택의 폭은 더욱 좁아진다. 경기 불황과 침체도 문제지만 경영 현안에서 맞닥뜨리는 딜레마 존(Dilemma Zone) 또한 CEO의 의사결정에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 

딜레마 존은 교차로에 진입한 차량이 황색신호가 시작되는 것을 봤지만 속도 때문에 정지선에 정차가 불가능하거나 3초간 점등되는 황색신호가 끝날 때까지 교차로 상충지역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그냥 가야 할지? 정지해야 할지?’ 선택의 순간으로 교차로 상충지역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구간을 말한다. 

그냥 액셀을 밟자니 사고의 개연성이 있고, 그냥 서자니 뒤따라오는 차량과 충돌할 위험이 뒤따른다. 공격 경영으로 전환을 하고 싶지만 여전히 시간과 재원, 이해관계자들의 압박이 발목을 잡는 것처럼 말이다.

CEO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제한된 자원을 감안해 업무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분배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직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그 방향에 따라 조직을 지휘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한 마디로 역할을 규정짓기는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재무지표나 KPI의 달성이 성과로 귀결되는 것도 아니다. 데이터에 근거한 분석과 해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경영 이슈에 대한 상황을 직관과 경험으로 잘 알아차리고 상황에 맞는 판단과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오감을 넘는 식스 센스가 필요하다. 고객, 직원,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올바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만들어 시행해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경기 불황이 심화되고 있는 시기에는 더 많이 사업을 챙기고, 조직과 사람 돌보기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해야 한다. 어찌 보면 외형적인 매출과 내부적인 영업이익 두 가지를 모두 챙겨야 하는 균형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불황에 강한 기업의 성공요인 ‘유능한 최고경영자’

과거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불황에 강한 기업 조사에서 ‘나만의 장기’, ‘끊임없는 변신’, 그리고 이를 주도할 ‘유능한 최고경영자’가 세 가지 성공 요인이다.

불황기에 필요한 CEO의 역할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몇 가지만 축약하면 다음과 같다. 유능한 CEO는 무엇보다 핵심 인재를 중요시한다. 힘들수록 핵심 인력의 중요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유능한 CEO는 흔들림 없는 소신과 진정성, 그리고 소통 능력을 가져야 한다. 사소한 것을 중시하고, 기본과 초심 마인드를 잃지 않아야 한다. 

중장기 비전을 통해 성장점을 지향해야 한다. 단기계획이 경제 상황과 기업의 현 상황을 분석해 대응하고 해결방안을 중심으로 수립되는 것인 반면 중장기 계획은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을 중심으로 수립하는 것이다. 불황의 늪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할 수밖에 없다. 비전은 중장기 계획에서 나온다.

부서 간의 업무 장벽을 없애고 선의의 경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소수의 경영진들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동참할 수 있는 리더십을 구현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리더십 또한 변화하고 있다. 과거 환경 변화가 더딘 시절에는 지시, 통제, 감독 등을 통한 권위적인 리더십이 매우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사회가 복잡다단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가능한 수평적인 리더십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리더십은 조직 내 소수에게만 맡겨진 책임이 아니라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고 발휘해야 할 핵심 역량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건 자신의 업무 스트레스, 분노와 화를 다스릴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흔들림 없는 소신과 업무 에너지를 끊임없이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로 유명한 일본 아오모리현은 심한 태풍으로 전체 사과 중 3분의 1만 상품화를 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태풍 속에서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사과’라는 ‘합격 사과’를 시중에 출시해 10배 이상의 가격을 받음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이렇듯 기존의 상식에서 벗어나 사고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

경기 불황이 수년 간 이어지고 리세션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마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불황의 늪을 탈출하는 혜안을 가진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경기가 호황일 때도 불황일 때도 내실 경영과 비상 경영은 화두가 돼 왔다. ‘위기에 빛을 발하는 리더란 단기적인 재무성과보다는 조직의 근본적 체질 변화를 추구한다’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 내용이 불황기인 요즘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글 _ 김태환 경영학 박사 / 前 삼성테스코(주) 홈플러스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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