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리세션 시대의 HR 전략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경영 환경의 변화를 과거 불황과 같은 맥락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새로운 현상이 많다.

우선 팬데믹이 잦아듦에 따라 생긴 경기하강이란 점이다. 감염병의 기세가 완화되면 멈췄던 경제활동이 활성화되며 경기가 살아나야 하는데, 오히려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인상과 통화정책이 강화되면서 기업과 정부의 투자활력과 자금시장이 경색됐다. 또한 개인의 심리적 불안과 실질소득 감소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소비도 위축되고 있다. 

둘째, 지난 수년간 경험하지 않았던 스테크플레이션(Stagflation)이 현실화되고 있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된 2010년부터 2021년 말은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한 역사상 두 번째로 길고 성장세가 컸던 기간(Bull Market)이었다([그림 1] 참조).

[그림 1] 역대 성장세(Bull Market) 기간 비교. * 출처 - LPL Research Factset, Visualcapitalist.com
[그림 1] 역대 성장세(Bull Market) 기간 비교. * 출처 - LPL Research Factset, Visualcapitalist.com

금리는 낮고, 임금과 물가는 안정적으로 상향 곡선을 그렸다. 반면 지금은 고금리와 고물가, 수입 감소가 동시에 발생하며 실질소득 감소에 대한 불안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세 번째는 고용과 인건비의 역설이다. 불황기 인력시장은 수요자 즉 기업 우위의 시장이고 임금은 인상 억제 또는 하락하는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기업을 중심으로 여전히 인재확보와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즉, 공급자인 구직자 입장에서 고용시장은 나쁘지 않다. 인건비의 가파른 증가세는 작년 하반기부터 완화되기는 했지만, 그간 급격히 오른 임금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일부 직종에서는 여전히 인재 확보를 위한 비용이 증가 추세다. 

네 번째, 경기하강세 지속기간에 대한 예측의 불일치다. 보통 자금시장 경색, 주식시장 하락, 부동산 시장 침체, 고용 불안 등에는 선·후행 사이클이 있어서 불황이 시작되면 2~5년은 간다는 것이 정설임을 고수하는 전문가도 많으나, 바닥일 때 투자해야 함을 학습한 개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의 끊임없는 반등 시도 참여와 예측력 강화, 근본적으로 지속되는 디지털 전환,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사업과 상품의 라이프 사이클 등의 영향으로 불황의 엄습과 회복도 과거보다 더 빠르게 지나갈 것이라 예측하는 사람도 많다.

이중 HR 전략 수립과 대응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은 고용시장과 인건비 패러독스, 그리고 불황 지속기간의 불확실성이다.

나아가 경기하강으로 인한 전례 없는 현상 외에도, 팬데믹으로 촉발된 MZ세대 ‘보이스’ 강화와 구성원 가치관 변화, 디지털 전환 가속화, 일하는 방식의 변화, 필요직무와 역량의 급격한 변화라는 또 다른 차원의 전례 없는 현상들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거나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 역시 소홀히 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다. 2023년은 HR에게 전례 없이 새로운(Fresh) 전략 수립과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역량운영 계획(Competency Planning) 수립과
기민한 운영(Agile Implementation) 필요

팬데믹 완화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회수 시도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측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그간 급격히 투자와 성장에 몰두하던 테크기업을 중심으로 효율적 경영이 시작된 지는 이미 1년이 넘어간다([그림 2] 참조).

[그림 2] 미국 테크기업들의 해고 추이. 자료=필진 제공
[그림 2] 미국 테크기업들의 해고 추이. 자료=필진 제공

성장세를 구가하며 인재 블랙홀이 됐던 국내 테크기업들도 채용규모를 줄이기 시작했고, 전통 제조업체와 금융기관들은 작년 말부터 대대적인 명예퇴직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인력구조 개선을 통해 인건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은 시작됐지만, 아직 임금 자체를 낮추는 시도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또한 AI 관련 직종, 배터리 산업에서의 연구직 등 일부 직종에서의 인력확보 비용은 상승 중이며, 적합인재 확보도 쉽지 않다. 

보통 경기 하강이 시작되는 경우, 과거 HR Best Practice는 보수적 인력운영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선제적이며 단계적으로 실행하던 것이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람 중심의 인력운영 계획에서 필연적으로 생길 수 있는 조직 정서상의 문제로 출생연도 기준, ‘각 본부 ○○%’와 같은 일률적인 기준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중단되는 경우 바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디지털 전환과 같은 주요 활동의 지속 혹은 더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더욱이 경기하강 지속 기간의 불확실성으로 보수적인 운영과 공격적인 운영 두 역방향 전략을 동시에 수립하고 실행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상황도 패러독스, 대응전략도 패러독스인 셈이다. 

우선 과거와 같이 일률적인 접근방식이 아닌 역량계획 기반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사람이 중심이 된 인력 효율화가 아니라, 미래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투자역량, 현재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유지역량, 점차 외부화 혹은 축소해야 할 역량 등으로 구분한 후, 이에 매칭한 역량구조 합리화가 진행돼야 한다. 

특히 경기 하강기에는 상승기보다 상대적으로 역량 확보나 개발 비용이 낮아질 수 있고, 효율성 높은 역량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역량구조 합리화 계획이 더욱 필수다. 

계획을 일정기간 단계적으로 실행하기보다 환경변화를 면밀히 체크하며 탄력적으로 실행하는 운영 전략도 필요하다. 시간과 정확성이라는, 양립이 어려운 패러독스를 동시 목표로 하고, 테스트-리테스트로 지속적인 개선을 해나가는 것이 ‘Agile Approach’이기에, 결국 지금 HR에게 중요한 것은 역량운영 계획과 이의 애자일한 실행인 셈이다.

인력 구조조정 기반 전체 인건비 합리화 vs. 일하는 방식 다양화와 연계된 임금조정

불황기 고직급·고령의 고임금 인력을 성장 잠재성이 높은 저직급·저연령 인력으로 대체하는 것은 분명 전체 인건비 합리화 차원에서는 효과가 크다. 나아가 조직 활성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불황기가 인력구조 개선을 가장 용이하게 실행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노조와의 협상 등으로 인한 지난한 협상이 지속되다 경기가 반전되며 없던 일이 되기도 하고, 막대한 퇴직위로금 발생으로 단기적으로는 유동성에 심각한 문제를 끼치기도 한다.

특히 불황기는 유동성 확보가 중요한 만큼, 불황기를 이기고자 진행한 인력구조 개선이 되려 당장 유동성이 필요한 시기에 이를 더 악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불황일수록 심해지는 경쟁에서 경험 많고 숙련된 인재, 혹은 위로금을 받고도 다른 이직처를 구할 수 있는 우수인재의 유출도 위험요인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구조적인 접근방법도 필요는 하겠지만, 일하는 방식과 시간을 다양화하고 그 근로조건에 따라 임금 자체를 조정하는 탄력근무와 임금제의 병행을 고려할 시점이다. 특히 비직책 고직급자의 경우, 이러한 방식에 대한 수용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또한 최근 인사운영의 중심 철학으로 부상하고 있는 역량중심(Skill-based) 관점을 도입해 획일적인 연령과 직급기준이 아닌, 역량의 확보비용이 큰 인재나 직무수행자의 경우 명예퇴직 등의 제도에서 포함시키지 않도록 하는 기준과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유니레버(Unilever)의 경우, 일하는 방식과 역할을 다양한 유형으로 구분하고 이를 구성원과 회사의 합의 하에 가변적으로 선택하며, 근로조건이나 보상도 연동해 변동 가능한 ‘U-work’ 모델을 도입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물론 국내 노동규제 등 조건상 쉽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창의적 방법을 고안하고 도입을 시도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디지털 전환 효과 측정을 통한 업무와 인력 효율화

한편 그간 지속적으로 진행된 디지털 전환과 혁신으로 인해 생산성이 높아진 기업이 많다. 과거의 디지털 전환이 주로 조직적이고 미래를 위한 투자적인 관점이 주였다면, 이제는 그 효과성을 개인 차원에서 파악해 조직 효율화에 적용해 볼 시점이다. 

즉 디지털 전환으로 자동화한 업무, 용이해진 업무, 새롭게 추가된 업무 등을 파악하고,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업무 차원에서 효율성이 높아진 영역과 정도를 대략적이라도 파악해 개인 업무를 재구성하고, 조직 내 축소 혹은 중단할 업무를 도출하면 결국 여기에 해당하는 잉여인력이 사람 중심이 아닌 일과 역할 중심으로 도출될 수 있다. 이는 간접적으로 개인 인건비 및 전체 인건비 효율화 효과를 가져다준다. 

물론 이러한 접근방식이라고 효율화 실행의 용이성과 수용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투자한 디지털 전환 효과의 조직관리에의 반영, 환경에 대응한 조직관리, 미래성장 기반 유실방지 측면에서 사람 중심의 일률적 효율화 보다는 효과적일 것임은 분명하다.

개선 노력 낭비를 막기 위한 경영자 착각 영역 확인

경기 하강기에도 구성원의 불만과 요구를 경시할 수는 없다. 구성원 사기가 떨어지기 쉽고, 한번 떨어진 사기는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 때문에 각종 효율화 조치를 진행함과 동시에 직원 사기를 유지하거나 성장동력 인재, 변화 촉진자 등 특정 타깃 직원집단의 사기를 강화해 조직 분위기를 활성화해야 한다. 

불황기에는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한정적이기에, 경영자는 가장 효과성 높은 영역과 집단에 대한 정교한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다만 경영자의 자의적 판단과 선입견, 조직분위기에 대한 맹신 등으로 인해 효용성이 낮은 분야에 투자해 재원을 날리는 경우가 잦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경영자는 대다수 직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조직문화를 진단하고 개선해, 자신과 직원 대다수의 사고의 차이를 좁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림 3] 경영자 착각 영역 매트릭스. 자료=필진 제공
[그림 3] 경영자 착각 영역 매트릭스. 자료=필진 제공
[그림 4] 단기적 Momentum 이슈와 장기적 변환 이슈에 모두 대응 가능한 공통분모 전략. 자료=필진 제공
[그림 4] 단기적 Momentum 이슈와 장기적 변환 이슈에 모두 대응 가능한 공통분모 전략. 자료=필진 제공

맺으며

2023년은 패러독스 상황이 동시에 발생하는 전례 없는 경기하강 현상이라는 모멘텀(Momentum)적 이슈, 디지털 전환, 미래성장 역량과 인재 확보 전쟁,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새로운 세대의 노동시장 진입 및 성장이라는 장기지속 이슈가 동시에 공존하는 해다. 

따라서 이중 어느 한쪽에 치우친 인사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은 단기적 대응력과 장기적 지속성장을 위한 회복탄력성 모두에 위협이 된다. 다행히 역량기반(Skill-based) 인사전략과 인사관리의 디지털 전환은 단기와 장기 이슈 모두에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기본 체계라 볼 수 있다. 

미래 사업환경과 성장이라는 사업전략 관점에서 역량기반 인사체계로의 전환 가속화, 디지털 전환의 강화를 인재관리와 육성의 중심축으로 추진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근본적인 대응 방향일 것이다. 


글 _ 박형철 KPMG 인사조직컨설팅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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