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경제 불황기, 인사담당자가 해야 할 일

코로나19 펜데믹이 종식되면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과는 달리 인플레이션, 고금리, 원가 상승, 수요 침체 등 다양한 위기 요소가 우리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변화 속의 기업들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어느 때보다 현명하게 조직을 이끌어야 할 시점이다. 
본고에서는 2024년 우리 기업이 직면한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한 인사(HR) 전략의 큰 방향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1.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조직 구축
예측 불허의 환경 속에서 기업의 생존과 번영은 얼마나 민첩하게 변화에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사 부서는 조직이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해야 한다.
변화 속에서도 조직이 방향을 잃지 않고 나아가려면 전략적 포지션들이 우선 안정화되어야 한다. 조직의 핵심 인재와 리더십 후보들은 하루아침에 양성되지 않기 때문에 최우선으로 챙겨야 한다. 조직의 전략과 문화에 익숙한 핵심급 인력들은 경영의 지속성을 강화해준다. 전략적 포지션들이 안정화되는 것은 변화 상황에서 중요한 의사결정들이 타이밍에 맞게 이뤄지고 실행력을 높이도록 하는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조직의 승계계획을 세우는 것은 변화가 임박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미리 준비를 통해서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이나 조직 구조의 큰 변동이나 세대교체 역시 준비된 승계계획에 기반해서 진행되는 것이 필요하다.
유연한 인재 배치 및 활용도 중요하다. 내부 인력을 잘 활용하면 채용 비용도 줄일 수 있고 이미 보유한 지식과 노하우를 레버리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재 육성에 대한 메시지도 줄 수 있다. 
인재 배치 및 활용의 유연성을 높이려면 우선 직무와 업무 스킬에 대한 매핑이 이뤄져 있어야 하고 필요할 때 신속하게 이동 및 배치 프로세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내 잡마켓’과 같은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소속을 완전히 이동하기 어려운 경우는 원소속을 유지하면서 부분적 프로젝트 형태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활성화할 수도 있다. 이동이나 배치 변경에 따른 성과 귀속 변경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오해나 불만이 없도록 할 필요도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및 확산으로 연구개발, 마케팅, 홍보, 인사, 법률 등 기업 내 많은 조직 기능에 변화가 휘몰아치고 있다. 사람보다 일을 더 잘하는 인공지능은 업무 속도와 생산성 증대라는 장점과 더불어 기술 활용 격차로 인한 부적응과 민감한 법적 이슈 등 위기 요인도 동시에 가져다주고 있다. 인사 조직은 우선 채용, 온보딩, 교육, 성과관리, 직원몰입 등 주요 영역별로 인공지능 기술 적용을 위한 기회를 찾는 것과 동시에 인사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함으로써 데이터 기반의 인사 관리, 조직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조직 변화 역량 강화에 기여하는 길이 될 것이다.

#2. 미래 성장을 이끌어갈 인재 육성
모든 것이 변화할 때에도 인사 조직이 지켜야 하는 본질은 ‘인재’와 ‘성장’이다. 결국 조직과 사업의 성공은 사람을 통해서만 이뤄지고, 그런 사람을 잘 키우는 체계와 문화를 갖춘 조직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때문이다.
인재의 성장과 육성을 위한 하나의 베스트 프로그램이 있을 수는 없다. 인사 조직이 육성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책임도 있지만, 실은 ‘학습 문화’를 만드는 것이 진짜 중요한 역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리더와 구성원들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적극적, 자발적으로 스킬과 역량을 개발하도록 하는 여건을 만들고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니즈에 맞는 교육과 워크숍을 설계하여 운영하는 것 외에도 현장의 수평적인 지식 공유를 활성화하고, 점차 더 중요해질 스킬과 역량이 무엇인지 규명하고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은 구성원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경력 개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미 조직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밀레니얼과 Z세대 구성원들은 조직 소속감보다 자신의 경력에 더 높은 가치를 두기에 경력 비전이 불명확한 조직에서 1~2년 이상 근무하지 않으려고 한다. 인재를 통한 조직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그들이 조직 안에서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직원 누구나 자기 개발 계획(individual development plan: IDP)을 세우도록 하고 리더들이 커리어에 대한 멘토링을 해주어야 하는 이유다. 성장 대화는 성과에 대한 대화와 함께 이뤄지는 것이 효과적이며, 최근에는 이를 사내 코칭이라는 큰 틀 안에서 통합적으로 담아내는 기업들도 많아지고 있다.
인재 육성 분야에서 최근 주목을 끄는 키워드는 ‘스킬’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무(역량)’ 중심 인재 육성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2020년대 접어들면서 인재를 둘러싼 환경이 빨리 바뀌는 데 따른 변화다. 인재의 퇴직, 구조조정, 신규 입사 등으로 인적 유동성이 증대되고 원격근무, 프로젝트 근무 확대에 힘입어 업무/고용 형태도 더 유연해졌다. 비즈니스 혁신과 기술 발전 때문에 스킬 격차는 커졌고, 업무 능력을 빨리 높여서 커리어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싶은 욕구도 강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의 민첩성을 높이고 구성원의 역량을 실질적으로 높이려는 과정 중 스킬 기반 육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스킬 기반 육성을 위해서는 사전 진단을 통해 사업과 프로젝트에 필요한 세분된 스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스킬 갭을 분석한 뒤 맞춤형 학습 콘텐츠 및 인프라를 제공하게 된다.

#3. 새로운 시도를 위한 역동적인 조직 문화 조성
최근 인사 조직의 명칭을 ‘피플앤컬쳐(People & Culutre)’식으로 바꾸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람을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전통적인 관점을 탈피해 구성원의 주체성과 열린 조직문화의 중요성에 방점을 둔 변화로 보인다. 위기와 불확실성은 가만히 기다린다고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통해 모색할 때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 문화 관련 우리 기업의 경영진이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실행력’이다. 물론 실행력이 중요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지만, 지금은 더욱 절실하다.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가 지나가면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봤던 예상이 어긋나면서 조직의 역동성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전략을 세워도 평균 30% 정도는 성과 손실이 발생하는데 이는 실행력의 부족 때문이라는 연구도 있었다. 반면, 똑같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지속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내는 기업들은 이런 실행력 부족으로 인한 손실이 적었다. 실행력 강화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조직의 비전과 가치를 내재화하고 책임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되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자율성을 부여하는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많은 기업에서 OKR(Objectives & Key Results) 방식의 목표 관리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실행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구성원들이 조직에 대해 느끼는 소속감과 유대감을 강화하는 것도 큰 과제다. 코로나 이후 사무실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고 비대면 근무가 장기화되면서 구성원 간의 유대가 약해졌다. 소위 VUCA 시대라 불리는, 불연속성이 점점 높아지는 환경에서 기업의 변화와 혁신으로 인해 직원들은 압박감과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지속적인 변화에 대한 피로감은 직원의 건강을 해치고 주요 성과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긍정적인 직원 경험을 강화하는 것도 조직문화 구축의 핵심이다. 인사 부서가 긍정적인 직원 경험 강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으로는 소통과 협업 문화 조성, 신뢰와 존중의 리더십 개발, 직원 웰빙을 증진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 운영 등이 있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기반 마련
최근 기업 경영진들은 단순히 높은 수익을 거두는 것을 넘어 어떻게 사업과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ESG 경영은 환경, 사회, 지배 구조(Environment, Social,Governance)를 고려하는 경영 방식으로, 2006년 국제 투자기관 연합인 UN PRI가 금융 투자 원칙으로 ESG를 강조하면서 세계적으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경영이 특정 부서 책임으로 한정될 수 없는 일이지만, 인사 부서가 핵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우선 본격적인 ESG 경영 체계 수립을 위해서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기업의 비전, 추구 가치, 사업 특성에 맞는 ESG 경영 전략을 수립한 후 관련 정책 및 제도를 개발하여 적용하고 그 성과를 측정하여 대내외적으로 소통하고 개선을 주도하게 된다. 내부에 적절한 인재가 있다면 직무 전환이나 컨설팅 프로젝트 등을 통해 육성할 수도 있고, 외부에서 이미 경력을 쌓은 전문가를 직접 확보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전문가의 역량과 회사가 추구하는 ESG 경영의 방향성이 맞도록 하고, 전문가가 충분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지속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인재를 선발하고 관리함에 있어서도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 문제 해결 능력, 협업 능력 등을 갖춘 미래형 인재와 함께 사회적 취약계층 채용에도 관심이 필요하다. 인재 풀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도록 채용 기준과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선발한 인재들이 조직 안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이렇게 ESG 관점의 인재 관리가 잘 정착되면 기업 이미지 및 브랜드 가치 제고로 이어져 고용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경영과 관련 임직원 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 및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경영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회사 또는 부서 차원의 변화 노력에 동참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개방적이고 투명한 의사소통 문화를 조성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구성원들의 웰빙을 증진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성별, 연령, 인종, 종교, 장애, 성적 지향 등의 차별을 방지하고,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인재들이 협력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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