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경제 불황기, 인사담당자가 해야 할 일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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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어가는데 앞이 잘 안 보이고 뿌옇다면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갑작스럽게 위협적인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을 느낄 것이다.

사람이 불안해지면 몸에는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심박수가 증가하고 호흡이 가빠지는 등 교감 신경계가 활발해진다. 몸 속 혈액은 팔다리로 이동하고 급작스럽게 분비된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은 근육으로 쏟아져 들어간다. 위협적인 대상으로부터 도망가거나 아니면 맞서 싸울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함이다. 

이때 우리 뇌에서도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이 주춤거리고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변연계가 맹활약하게 된다. 이른바 생존모드로의 전환이다.

지금 우리 기업들의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 실적 부진이 차츰 현실화되기 시작하면서 잿빛 전망이 주를 이룬다. 앞날이 불투명하니 다들 잔뜩 움츠러든 기세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있다. 경영전략의 방향을 성장모드에서 생존모드로 바꾸고 있는 건데 ‘불안’에 휩싸인 기업들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그런데 전략 수정과 달리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은 급선회하기가 쉽지 않다. 조직이라는 것이 앞에서는 방향을 살짝 틀어도 뒤에서는 큰 움직임이 수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존모드에서 일하기, 자칫 빠질 수 있는 함정 두 가지를 짚어보자.

‘분주함’이 ‘몰입’은 아니다

기업이 생존모드로 진입하면 지원부서 인력을 줄이고 현장에 전진배치를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면 일부 부서에서는 줄어든 인력으로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때 빠지게 되는 함정이 있다.

바로 이것저것 많은 일을 쳐내는 ‘멀티태스킹(Muti-tasking)’이 효율적인 일 방식으로 급부상하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바쁨’을 요구받게 되는 상황인데 만약 구성원들 사이에서 다음과 같은 반응이 나온다면 어떨까? 

“매일 전화 받고, 서류 요청에 응대하고, 갑자기 떨어진 상사의 오더도 쳐내고, 수시로 들어오는 타 팀의 질문에 답하고…휴식 시간도 없이 엄청 바쁘게 시간을 쓰고 있는데 정작 제 업무 성과는 지지부진해요. 제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가요?”

만일 이런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한다면 멀티태스킹으로 인한 ‘분주함’이 중요한 성과에의 ‘몰입’을 저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찬찬히 들여다봐야 한다. 

사실 사람들이 하는 흔한 착각 중에 하나가 바로 멀티태스킹에 관한 것이다. 뇌는 한 번에 하나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실제 실험결과, 음악을 들으며 보고서를 쓰고 메신저에 답을 하고 있다면 뇌는 음악과 보고서와 메신저를 오가는 과정을 빠르게 반복해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시에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일에서 저 일로 계속 주의를 전환하는 것(Switch-tasking)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이 과정이 뇌에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분비시킨다. 읽어야 할 메시지가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이 생성된다고 하니까 멀티태스킹이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거라는 인식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효율성과 효과성 둘 다를 위해 한 번에 하나의 일에만 집중하는 ‘싱글태스킹(Single-tasking)’을 권한다. 

물론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조직에서 싱글태스킹을 하려면 서로 간에 합의된 룰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집중근무시간’ 제도다. 대개 하루 2시간 정도를 각자 본인 업무에만 집중하는 시간으로 정한다. 통화나 SNS는 물론 주변 동료에게 질문·요청하는 것도 자제하고 심지어 거래처에도 긴급한 일이 아니라면 나중에 전화해 주길 부탁해야 한다. 

다음으로, 리더가 구성원을 부르는 호출 시간에 대해서도 변화를 줄 수 있다. 리더가 불편함을 감수하고 배려를 할 의지가 있다면 말이다. 보통 상사의 호출이 문제가 되는 것은 급작스럽거나 너무 잦거나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출 시간대를 하루에 최대 2개로 미리 정해 놓을 수 있다. ‘맥스 투(Max 2)’라고 하는데, 오전에 1시간, 오후에 1시간 호출 가능한 시간 이외에는 상사의 호출에 방해받지 않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마지막 하나 더, 곧바로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 아니면 이메일이나 예약문자를 활용하자고 룰을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출근길에 ‘오늘 꼭 이 일을 먼저 해치우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사무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자마자 곧바로 ‘이 일’이 미뤄지는 순간을 다들 경험한다. 이메일을 읽고 답장을 하느라 이미 주의가 흐트러지고 또 ‘이 일’보다 더 쉬운 일을 발견하면 그냥 그것부터 잡게 되는 거다. 

이런 현상을 막으려면 개인은 인스턴트 메시지와 거리두기를 어느 정도 할 필요가 있다. 가령, 업무를 시작한 다음 2시간 동안은 이메일과 메신저를 열지 않는다거나 메일은 하루 두 번만 확인하기, SNS 알림을 끄고 특정 시간을 정해 확인하기 등과 같은 자신만의 룰을 정할 수 있다. 처음에는 다소 불편하고 불안할 수 있지만 하나의 일에 몰입하는 시간이 늘고 생산성이 좋아지는 걸 체감하게 되면 왜 진작 이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된다.

생존모드 속에서 일하기. 만약 이것저것 하느라 분주하기만 한 것인가, 아니면 중요한 것에 초점을 맞추느라 열중하고 있는가, 어느 쪽인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한정된 시간에 정말 스마트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빠름’과 ‘민첩함’은 다르다!

‘바쁨’과 함께 요구되는 것이 ‘빠름’이다. 힘들어진 상황에서 생존하려면 스피드를 챙기지 않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일 처리가 ‘워터폴(Waterfall)’로 진행되는 상황이 빈번해진다. 위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아래에서 실행해나가는 방식이다. 이러면 기존에 이뤄졌던 권한위임도 철회하는 경우가 생겨난다. 

“그 정도는 직접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맡겼는데 너무 기대에 못 미치니까 그냥 내가 하게 되더라고요. 그게 훨씬 빠르니까.”

리더가 하는 말이다. 기업이 성장모드에 있을 때는 구성원이 마음껏 자신의 역량을 펼치도록 동기부여 해줄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기대만큼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데드라인을 며칠 앞두고 어떻게 잘 돼가고 있는지 물어봤더니 너무 엉성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예전 같으면 시간을 더 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비상상황이니 그럴 여유가 없다. 그래서 리더는 다시 본인이 의사결정권을 쥐고 구성원에게는 지시받은 일만 하도록 하게 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바로 ‘빠름’과 ‘민첩함’을 혼동한 것은 아닌지 하는 거다. 생존을 위해서는 무조건 빠름보다 대응력을 갖춘 민첩함이 우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리더가 결정을 하면 과거의 경험에 비춰 ‘빨리’ 이뤄질 수는 있지만, 일선에서 급변하는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힘은 구성원들에게 뒤질 수 있다. 

따라서 ‘빠름’에만 초점을 두고 권한위임을 거둘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민첩’하게 일선에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권한위임의 기술을 더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 현명하다. 일선에 위임을 할 때 리더가 다음 세 가지를 꼭 챙겨보도록 함으로써 말이다.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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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맡길 만한 일인가? “과감히 주셔야 하는 일은 자꾸 간섭하시고 반대로 본인이 하셔야 하는 일은 떠넘기시고…” 간혹 구성원이 이런 볼멘소리를 할 때가 있다. 리더도 헷갈린다. 어떤 일을 위임하면 좋은지에 대해 딱 떨어지는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니까. 어떡하면 좋을까? 

대개 일은 중요도와 시급도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임원 보고와 같은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은 리더가 직접 챙겨야 한다. 일상적인 서류 작성과 같이 ‘급한데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일’은 구성원에게 과감하게 위임한 뒤 사후보고를 하게 하면 된다. 또 현업 개선전략과 같이 ‘중요하지만 당장 급하지 않은 일’도 위임을 하면 좋다.

지금까지 해오던 루틴한 일이 아니라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부분이므로 구성원도 한껏 자율적으로 일을 해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때 리더는 코치의 역할을 하면서 구성원을 육성시켜 나가면 된다. ‘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은? 이번 기회에 과감히 없애면 된다.

둘째, 맡길 만한 사람인가? “열정이 없어선지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겠다고 하니…” 권한위임을 하고 싶어도 구성원이 원치 않는다고 리더는 하소연을 한다. 일반적으로 권한위임을 하게 될 때는 구성원의 역량 수준만 볼 때가 많은데 자발성의 수준을 꼭 챙길 필요가 있다. 구성원이 업무에 임하는 태도를 잘 살펴보면 다음 5단계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알 수 있다. 

· 1단계 - 지시가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
· 2단계 - 무엇을 할 것인지 먼저 묻는다. 
· 3단계 -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반영해 보려고 노력한다. 
· 4단계 - 일부 영역에서 판단을 내리고 실행하고 정기적으로 보고한다.
· 5단계 - 자기 업무뿐 아니라 팀 내 일들에 관심을 갖고 자율적으로 일한다.

자발성 수준이 5단계에 해당된다면 과감하게 전권을 위임해도 되고 아래 단계로 내려갈수록 위임할 수 있는 권한의 폭이 줄어들어야 할 것이다.

셋째, 제대로 맡겼나? “다 마음대로 해보라고 하지 않으셨나…” Vs. “어느 정도 기본은 알 줄 알았는데….” 권한 위임한 일의 결과를 두고 벌어지는 리더와 구성원의 동상이몽이다. 일을 맡길 때 리더가 범하는 오류 때문이다. 바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고 후딱 맡겨버린 결과다.

그럴 경우 그건 ‘자율’이 아니라 ‘방임’이 되는 것이다. 일이 다 끝나고 난 후 잔소리를 하면 권한위임을 안 한 것만 못한 상황이 되니 일을 맡길 때 가이드라인에 대해 알려주는 과정을 꼭 가져야 한다. 

가이드라인이라고 하면 보통 ▲기대하는 목표 및 결과 ▲핵심 전략 ▲역할과 책임 ▲공식/비공식 규칙 ▲활용가능 자원 ▲진척상황 측정 방법 등이 된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실패하지 않는 위임이 되려면 최소한 어떤 수준의 아웃풋을 원하는지(기대하는 목표 및 결과), 그리고 반드시 따라야 하는 우선순위는 무엇인지(공식/비공식 규칙)는 꼭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생존모드에서 일하기. 무조건 속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인지, 민첩한 대응력을 갖추려 노력하고 있는지 따져보자. 적절한 권한의 분배가 이뤄지면 리더는 더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부분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되고 구성원은 생존모드 속에서도 성장을 할 수 있게 되며 팀 전체는 성과를 얻게 된다는 사실, 꼭 기억하자. 


글 _ 김미진 HSG 휴먼솔루션그룹 솔루션랩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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