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의 세상보기

회사에는 여러 구성원이 있지만 크게 창업주 등 소위 오너(경영자)와 직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래서 회사를 보는 데는 경영자로 대표되는 회사의 눈과 직원의 눈이 있다. 다른 말로 회사의 생각과 직원의 생각이다. 직원의 눈은 크게 두 가지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를 단지 돈을 버는 공간으로 보기 때문에 주인의식이 필요 없다는 사람, 회사를 삶의 일부로 보고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이다. 첫 번째 직원의 눈은 회사를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제공하는 시장처럼 보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회사라는 조직은 일을 해주고 돈을 받는 공간이다. 물론 일을 하면서 고객을 만나고 동료와 필요에 따라 협력하지만 본질적으로 회사를 보는 생각이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로 기대감이 크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일에 대한 사명감도 낮고 주인의식도 없다. 과거 제조업 중심 기업 환경에서 기계 부속처럼 일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된다. 회사를 판단하는 기준도 보다 많은 급여, 보다 편한 직무, 보다 가까운직장이기 때문에 조건만 맞으면 회사를 쉽게 옮긴다. 동료 관계 또한 업무 연관성과 이해관계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진지하게 동료들과 회사의 미래에 대해 대화를 나눌 일이 없는 사람이다. 두 번째 직원의 눈은 회사가 돈을 버는 공간인 것은 맞지만, 돈을 버는 것 외에도 사람들과 함께 미래를 개척해 가는 공동체로 보는 생각이다. 스스로 회사의 주인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회사의 여러 공간을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애착을 가지고 있다. 회사에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문제제기를 하며 진지하게 동료들과 회사의 미래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다. 회사의 눈도 크게 두 가지 생각이다. 경영자만이 주인이라는 생각, 경영자뿐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주인이라는 생각이다. 첫 번째 회사의 눈은 회사를 개인, 즉 오너의 전유물로 보는 생각이다. 그렇기에 직원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과 구분하여 종업원이라고 생각하고 그저 돈을 주고 사용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한다. 사용자라는 표현도 여기서 나왔다. 직원들은 절대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주인의식이 필요 없지만, 경영자의 이익을 위해 직원들이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해 줬으면한다. 두 번째 회사의 눈은 회사는 내가 창업했고 많은 주식을 가지고 있지만 회사를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만들어 가는 공동체로 보는 생각이다. 그렇기에 직원을 내가 창업한 회사를 함께 성장 시키는 파트너로 인식한다. 직원을 주인으로 인정하고 회사를 이끄는 중요한 구성원으로 생각한다. 요컨대 회사란 회사에 대한 이런 네 가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 공간이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마다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생긴다. 그렇다면, 경영자 입장에서 좋은 직원은 누구일까? 직원 입장에서 좋은 경영자는 누구일까? 자신을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직원일까, 직원을 주인으로 인정하고 직원을 회사의 중요한 파트너로 대접하는 사람일까? 좋은 경영자, 좋은 직원이라는 진리가 있을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 직원을 종업원이라고 생각하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주인의식을 가진 직원은 불편한 존재다. 주제파악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고 돈 받아가는 사람이 좋은 직원이다. 당연한 논리로 직원을 파트너로 생각하는 경영자 입장에서 회사를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제공하는 시장처럼 보는 직원은 나쁜 직원이다. 회사를 일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 입장에서도직원을 파트너로 인식하는 경영자는 불편한 존재다. 한마디로 요구하는 게 너무 많은 피곤한 사람이다. 오히려 직원을 종업원으로 생각하고 일해주고 돈 받는 존재로 여겨주는 사용자가 좋은 경영자다. 같은 논리로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는 직원 입장에서는 직원을 기계 부속처럼 부리는 사용자는 나쁜 경영자다. 정리해 보면 회사를 보는 생각이 같은 경영자와 직원의 만남은 좋은 만남이다. 비록 경영자가 직원을 종업원으로 부리고 직원은 회사가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제공하는 시장으로 볼지라도 말이다. 문제는 경영자와 직원의 생각이 서로 다른 경우다. 이러한 경우는 서로를 불편하게 만드는 잘못된 만남이다. 하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회사를 보는 좋은 생각이 있다. 우리나라 10대 기업 그리고 100대 기업은 비록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이건희 회장, 정몽구 회장, 최태원 회장이라는 오너가 있지만 기업을 개인의 소유물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직원들도 마찬가지로 경영자를 오너라고 표현하지만 스스로 자기도 주인이라 생각하고 주인의식을 갖고 있다. 그런데 수많은 중견,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아직도 회장, 사장 등 오너만이 주인이고 직원들은 그저 돈 벌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일개 종업원으로 생각한다. 직원들 또한 주인의식 없이 남의 일처럼 눈치 보며 일해주고 있는 사람이 많다. 경영자와 직원이 가진 생각과 회사 규모의 차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회사의 본질은 구성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회사를 보는 생각의 차이가 회사의 미래를 결정한다. 무엇보다 회사의 눈과 직원의 눈이 같아야 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회사를 공동운명체라고 생각하는 것이 경영자나 직원의 입장에서 훨씬 좋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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