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의 세상보기

가치관 경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대기업 경영자와 대화를 나눴다. 가치관 경영을 시작한 지 3년 정도 되었는데, 도무지 조직 분위기가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경영상황이 어려워 비상경영을 선포한 후로는 눈에 띄게 조직문화가 나빠지고 있다고 한다. 경영자는 주된 원인을 임원들에게서 찾았다. 가치관 경영을 강조하면 임원들은 “가치관 경영이 중요한 것은 잘 알지만, 지금은상황이 안 좋으니 당장 매출 올리고 비용 줄이는 게 더 중요하지 않냐?”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경영자는 임원들의 말에 반박하고 싶지만 경영상황을 개선하겠다며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임원들에게 뭐라 하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사실 이런 얘기는 한두 번 들은 얘기가 아니다. 가치관 경영을 하는 대부분 기업 경영자의 공통된 얘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임원들을 핵심가치 내재화의 중심에 세울 것인가?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치관이 중요하지만 회사가 망하게 생겼는데 회사부터 살리고 봐야 하지 않느냐?”라는 주장은 타당한가? 가치관 내재화, 구체적으로 핵심가치 내재화는 구성원의 행동변화다. 행동변화이기 때문에 핵심가치는 실천해야 하는 것이고 실천 여부는 관찰하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면 핵심가치 내재화가 잘 안되거나 어렵다면 원인을 점검해야 한다. 4단계로 점검하라. 1단계는 핵심가치를 인지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자. 경영자가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담당부서에서 교육하고 게시하는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여기 국내 대표벤처기업으로, 매출 1조 원이 넘는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가 있다. 그는 경쟁사인 삼성을 이길 수 있는 방법으로 고심 끝에 직원들이 똘똘 뭉치는 가치관 경영을 생각해 냈다. 그리하여 2009년에 가치관을 수립하고 2011년에 재수립하며 가치관 경영에 총력을 기울였다. 2012년 초 전 직원과 가치관 선포식을 했고, 그 결과 좋은 조직문화와 좋은 성과도 따라왔다. 그리고 2013년 산업 전반의 위기상황을 예측하여 다시금 가치관 경영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임원들과 개별 면담을 했다. 그런데 몇몇 임원들은 핵심가치의 세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고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충격을 받은 그는 두 번의 워크숍을 통해 임원들과 핵심가치의 의미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이 얘기는 가치관 경영 전도사를 자청한 휴맥스 변대규 사장의 경험담이다. 가치관 경영을 선포했다고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은 위험한 생각이다. 핵심가치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실천할 수 없다. 먼저 우리 기업의 핵심가치를 직원들이 정확히 알고 있는지 부터 점검하라. 2단계는 핵심가치를 공감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자. 핵심가치 내재화가 잘 되지 않는 기업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공통적으로 임원이나 리더들이 솔선수범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얘기는 비난이 아니라 사실이다. 핵심가치 실천에 앞장서지 않는 임원들은 “핵심가치 실천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성과를 내는 게 우선이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여기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정말 임원들이 핵심가치의 중요 성을 공감하고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말로는 중요하다고 얘기하지만, 핵심가치 실천의 중요성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경영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담당부서가 열심히 활동하니까 마지못해 하는 척하고, 임원이니까 회사 정책에 대놓고 반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공감이 중요한 이유는 임원이 핵심가치의 중요성을 공감한다면 무엇인가 실천해 보려고 하지 않겠는가? 직원들에게 핵심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도 않고 핵심가치를 기준으로 칭찬이나 질책도 하지 않는 실천 부재 상황은 핵심가치가 중요하다고 인지하는 임원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임원들이 자주 말하는 “핵심가치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이라는 말을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실천을 하지 않는 것과 하려다가 잘 안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말이다. 임원이 핵심가치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가치관 경영이 중요하다는 것을 공감하고 있는지부터 점검하라.

3단계는 핵심가치를 인지하고 공감한다면 방법을 알고 있는지 점검해 보자. 임원이 핵심가치의 중요성을 알고 공감하며 실천하려고 노력하지만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부족할 수 있고 코칭 스킬이 부족할 수도 있다. 스킬 부족은 교육이나 매뉴얼을 통해 커버할 수 있다. 또 임원이 스킬은 있지만 방법을 모를 수 있다. 모든 임원이 HR이나 조직문화를 잘 아는 것이 아니다. 담당부서에서 임원에게 다양한 실천 방법만 제시해 주거나 양식지 등을 제공하고 정기적인 점검해 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임원은 일이 정말 많기 때문에 실천을 위한 방법만 알려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공감하지 않는 것과 방법을 모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담당부서가 임원에게 핵심가치 실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지원해 주는 것은 의무사항이다. 4단계는 핵심가치를 인지하고 공감하고 방법도 알고 있는데 실천하지 않는 데는 임원 개인에게 이익 또는 손해가 없기 때문은 아닌지 점검해 보자. 임원 개인 차원에서 핵심가치 실천을 ‘하면 좋지만, 안 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면 적극적인 실천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것은 임원이 회사 차원의 가치관 경영 활동에 공감하는가 와는 별개 문제다. 임원에게 경영실적은 개인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실적이 나쁘면 쫓겨난다. 그런데 핵심가치 실천은 하면 좋지만 하지 않아도 특별히 자기에게 돌아오는 손해가 없다면 우선순위에서 확실히 밀리게 된다. 경영실적을 평가하듯이 단위 조직에서 핵심가치 실천 활동에 임원으로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직접적인 손해가 미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중요하지 않은 활동을 억지로 시키자는 말이 아니다. 핵심가치 실천은 기업의 지속 가능한 생존과 성장을 위한 토대, 즉 좋은 조직문화를 만드는 활동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실적 달성 이상으로 중요하다. 이상 필자는 핵심가치 내재화가 안 된다면 4가지 사항을 단계별로 점검할 것을 제시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핵심가치 내재화 활동에서 임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직원들이 가치관 경영에 신념을 가지고 핵심가치 실천을 하려고 해도 단위 조직 책임자인 임원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실천 동력은 급속히 떨어진다. 또한 이 같은 4단계 점검은 임원뿐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4단계 점검사항 중 유심히 관찰해야 할 부분을 다시 한 번 언급하자면 “가치관 경영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이라는 말의 진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정진호 IGM 세계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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