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의 세상보기

경영컨설턴트는 기업의 경영실태를 진단하기 위해 가장 먼저 조직을 들여다보는 일부터 시작한다. 최고경영자와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해당기업의 비전을 듣는가 하면, 가끔은 격의 없는 직원들의 리얼 스토리에 공분을 느끼기도 한다. 경영자와 직원들을 동시에 만나면서 직원을 보는 경영자의 생각과 회사나 경영자를보는 직원의 생각이 너무나 다른 것을 느낀다. 경영자는 나름대로 회사의 존재의미나 우선순위를 가지고 경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직원들은 경영자가 오로지 돈과 이익만을 좇는다고 얘기를 한다. 경영자는 무엇보다 상생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직원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직원들은 경영자의 관심사는 ‘단언컨대’ 돈이라고 말한다. 최근의 기업 환경처럼 장기간 경기침체가 계속돼 기업 경영이 어려운 때는 직원들이 기업이나 경영자를 보는 시각이 부정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회사를 보는 직원들의 생각이 객관적인 사실 이상으로 부정적으로 흐르는 것은 기업은 물론, 직원 개인의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나쁜 조직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에게 요즘 한국 사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부정적이거나 비난하는 말 일색이다. 온 국민을 슬픔과 분노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계속해서 터지는 안전사고들, 급기야 판교에서 벌어진 환풍구 붕괴 사망사건 등 도저히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 말이 절로 나온단다. 여기저기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어처구니없는 사건과 사고에 국민들을 더욱 더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정치권 힘겨루기까지, 그야말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지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래서인지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 늘 약자의 편에 서서 힘이 되어주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한국인들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열광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명량》은 그리 신선하지 않은 이순신 장군 스토리로 1800만 관객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보통의 한국인에게 “요즘 한국 어때요?”라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이 “별로예요”라고 답할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은 5천년 역사상 그리 나쁘지 않은, 아니 오히려 아주 좋은 상황이다. 실제로 대한민국 5천년 역사에서 지금처럼 가장 강한 국력과 영향력을 가진 시대는 없었다. 국민생활 수준만봐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5천불이다. 이는 잘 먹고 즐길 수 있는 풍요의 시대를 의미한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든데”라고 말하겠지만 2만 5천불은 가장 풍요롭게 소비하는 시대는 맞다.

자, 그렇다면 이제는 한국인들 말고 외국인들은 우리 한국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최근 한 언론사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첫인상이 어땠는지 설문조사를 했다. 결론은 한국은 환상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나라라고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외국인이 말하는 한국의 첫 인상 다섯 가지을 살펴보면, 첫째 대중교통이 매우 훌륭하다고 말한다. 특히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서울은 지하철만으로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말한다. 둘째, 거리가 정말 깨끗하다고 말한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거리와 비교해도 가장 깨끗하다고 말한다. 셋째, 한국인들이 영어를 상당히 잘하고 친절하다고 말한다. 한국은 영어문화권이 아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영어만을 사용해서도 길을 찾거나 도움을 받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한다. 게다가 외국인의 도움 요청에 매우 친절하고 성의 있게 도와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넷째, 거리에 고급 스마트폰 상점과 커피숍이 많은 게 신기했다고 말한다. 스마트폰과 커피숍은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과 문화생활을 보여주는 척도라 외국인이 보기에 한국은 잘 사는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한다. 끝으로 한국의 밤거리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게 느꼈다고 말한다. 전 세계에서 외국인이 밤거리를 술에 취한 채 다닐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고도 말한다. 어떤가? 외국인들이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충분히 공감이 갈 것이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첫 인상 다섯 가지는 한국에 대해 호감이 있다는 얘기다. 특히 한국에 여행을 오는 외국인이라면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 높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가정하여 볼 때 한국은 그들 말처럼 환상적인 나라다. 물론 한국에 관광을 온 외국인이 보지 못하는 한국의 어두운 면도 많다. 하지만 우리가 한국에 살면서 당연하게 받아드리는 모습이 외국인에게는 부러움을 느끼는 한국의 모습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회사를 살펴보자. 요즘 상황이 어렵다 보니 기업은 이익을 내기 위해 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한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영업 독려도 강하다. 고객의 목소리가 커지다 보니 우발적인 사고라도 터질까 전전긍긍하며 규율과 책임에 대한 강조도 많이 한다. 기업 경영이 어렵다보니 월급이 밀리기도 하고 심한 경우 명예퇴직과 정리해고가 벌어지기도 한다. 일이 없어도 자리를 지키며 야근을 해야 하고, 어쩌다가 약속이 있어 정시 퇴근이라도 할라치면 눈치를 봐야 한다. 사람도 이슈다. 리더들은 일관성이나 책임감 없이 조직을 이끄는 것 같다. 직원들은 주인의식이나 사명감이 부족해 보인다. 외부 상황도 나쁘고 내부 여건도 안 좋고 사람들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상황이 안 좋으면 직원들에게서 부정적인 생각이 고개를 쳐든다. “일부러 나쁘게 보려는 게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상황이 좋다면 드러나지 않고 안 보일게 보이는 것이니 상황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게 맞다. 직원들끼리 모여 조직을 비난하고 사람을 욕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다. 기업이 10년, 20년 더 나아가 50년, 100년 존속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기업이 존속하는 것은 세상에 도움을 주고 인정받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주는 가치가 있고, 그것을 생산하거나 서비스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나 장점이 있어서 이다. 똑똑하지는 않지만 정직하고 성실하기 때문이고, 빠르지는 않지만 꼼꼼하고 책임감이 있기 때문이고, 친절하지는 않지만 진지하고 믿음직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세상과 고객은 우리를 긍정적으로 보는데 우리들은 조직을 잘 안다는 이유로 필요 이상으로 부정적으로 보는 것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은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좋지 않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직원들이 객관적으로 조직을 보고 조직에 대해 균형 잡힌 생각을 해야한다. 그러려면 직원들이 부정적인 생각과 균형을 맞출 우리 회사의 긍정적이고 밝은 면을 의식적으로 발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바로, 우리 회사의 좋은 점 다섯 가지를 찾아보자.

정 진 호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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