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M.R. 코비는 그의 저서『신뢰의 속도』에서 신뢰의 경제학을 설명하면서 “신뢰 수준이 내려가면 속도도 내려가고, 비용은 올라간다. 반대로 신뢰 수준이 올라가면 속도도 올라가고, 비용은 내려간다.”고 역설하였다(↓신뢰 = ↓속도 ↑비용, ↑신뢰 = ↑속도 ↓비용). 신뢰가 사회적·인간적 덕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가면서 설명하고 있다. 필자도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29년간 직장생활을 해오면서 서로 마음이 통하는 상사나 부하직원과 일을 했을 때가 업무속도가 훨씬 빠르고, 또 성과도 높게 나타나는 것을 수차례 경험해 보았다. 결국, 조직생활에서 상사, 부하, 동료직원 간에 신뢰관계가 구축되어 있는지 여부가 조직생활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신뢰관계는 어떻게 구축할 수가 있을까? 필자는 그 첫 걸음으로 조직 내에서의 ‘소통의 노력’을 꼽고 싶다. 포스코의 광고카피 중 “아는 만큼 가까워진다”라는 문구가 있다. 조직 내에서 상사가 직원들과 함께 호흡하려는 노력을 했을 때 소통하는 조직이 만들어진다는 내용이다. 필자 또한 몇 년 전부터 ‘나부터 실천하자’는 생각으로 직원들에게 격의 없는 소통을 이어나가고 있고, 직원들에게도 ‘소통을 위한 노력을 다해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 ‘주간 편지 TGIF’(Thanks God, It’s Friday) 포스코에너지는 인천지역에 가장 큰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서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협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11년 본사의 주요 부서들을 인천에 있는 공장으로 근무지 조정을 단행하였다. 당시 필자가 맡고 있던 경영지원실도 대부분의 직원들이 서울에서 인천으로 근무지가 조정되었다. 주변에 생활 편의시설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공장(발전소)으로 갑자기 근무지가 바뀌다 보니 직원들의 심적 스트레스는 눈에 띄게 높아졌고, 결국 이는 포스코그룹에서 매년 실시하고 있는 ‘직원의 행복지수’에서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리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이때부터 필자는 매주 금요일 아침에 직원들이 느끼고 있는 애로사항에 대해 공감하고 격려하는 내용을 담은 TGIF 메일을 보내기 시작하였다. TGIF는 처음에는 직원들이 느끼고 있는 애로사항에 대해 격려하는 내용과 함께 생활 속 귀감이 되는 이야기를 전하는 편지의 성격이 강했었지만, 지금은 필자의 생각과 경험을 직원들과 공유하는 소통의 채널로 완전히 변모되었다. 회사의 사업영역이 발전뿐 아니라 연료전지,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확대되면서 현재는대부분의 직원들이 다시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필자의 TGIF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는 감사 나눔의 일환으로 직원들에 대한 감사사연을 포함한 감사편지의 형태로 사연을 배달하고 있다. 바쁜 일이 생기거나 출장으로 제때에 배달이 되지 못할 때에는 그 다음 주 월요일에라도 작성하여 보내곤 하는데, 가끔은 성미 급한 직원들에게서 “이번 주 TGIF가 아직 배달되지 않았습니다.” 하고 장난 섞인 메시지를 받기도 한다. 만 3년을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보내고 받고 하다 보니 이제는 받지 않으면 허전한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물론 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지난해 실시한 ‘직원 행복지수’ 조사에서 우리회사와 경영지원본부가 포스코그룹 가운데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수준의 회사·조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입 직원들의 조기 정착을 위한‘소통의 리포트’ 포스코에너지는 필자가 경영지원실장으로 부임한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인원규모가 두 배 이상 증가했을 정도로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경력직 직원의 대거 채용에 따른 조기 정착 이슈가 우리 부서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게 되었다. 경력직의 조기 적응을 위해 도입교육, 팀파워 활동 등 다양한교육을 실시하였지만, 새로 입사한 경력직 사원들을 기존 직원들과 융화시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미국의 미식축구 고교팀의 실화를 각색해 만든 <리멤버 타이탄>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이 영화는 미국 내에서 흑백갈등이 공공연하던 시절, 정부 당국에서 흑백 갈등 해소를 명분으로 흑인학교와 백인학교를 강제로 합병하면서 만들어진 풋볼팀(흑인/백인 혼성팀)을 맡게 된 흑인코치가 선수들 간의 극도의 갈등관계를 해소시키면서 13연승의 신화를 만들어간다는 내용이다. 흑인, 백인으로 나뉘어서 팀워크는커녕 서로 쳐다보지도 않으려는 상황에서 이 흑인 코치는 선수들에게 ‘서로 대화를 통해 상대방에 대해 파악하라. 그것을 실천하지 않은 선수는 출전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서로에 대해 파악한 바를 리포트로 제출하게 하였다. 서로 대화하기를 죽기보다 싫어라 했던 선수들은 차츰 서로를 알아가면서 하나의 완벽한 팀으로 발전해 갔다. 이 영화를 보고 착안해서 만든 것이 바로 ‘소통의 리포트’이다. 포스코에너지는 입문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동기들과 대화를 통해 가족관계, 취미, 특기 등을 파악하여 ‘소통의 리포트’를 작성하게 한다. 또 부서에 배치된 후에도 기존 직원들과 전입 직원들 간 같은 방식으로 ‘소통의 리포트’를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 의식적으로라도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대화를 하다보면 친밀감이 자연스레 생기게 되고, 또 이는 조직 적응이나 업무에 있어서도 성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가까워진다”는 말처럼 소통의 리포트를 통해 조직 구성원 간에 친밀도와 동료의식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부터는 저근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멘토링제도를 운영하여 직원 성장 지원은 물론 조직 내 신뢰·소통 문화를 더욱 정착시켜 나가고자 계획하고 있다. ‘도시락 간담회’를 통한 목표 공유 연초가 되면 필자는 업무목표 및 개인목표를 담은 ‘New Year’s Resolution’을 작성해 TGIF를 통해 산하직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직원들도 마찬가지로 각자의 ‘신년 다짐’을 작성해서 조직단위(그룹)별 도시락 간담회를 통해 서로 간의 금년도 중점 업무 및 개인목표(어학, 운동, 독서, 감사 나눔 등)를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업무목표는 물론 개인적인 목표까지도 공유를 함으로써 직원 간 친밀도를 높여 종래에는 조직의 업무성과를 높여가고자 하기 위함이다. 또 반기에 한 번씩은 ‘달성진도 공유 간담회’를 열어 세워진 목표가 잘 달성되고 있는지, 또 달성의 진도를 높이기 위해 서로가 어떻게 지원을 해야 하는지 등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시작했을 때는 서로 쑥스러워하면서 개인의 목표를 제대로 공개하지 못했었는데, 1년이 지난 올해에는 “배우자 구하기”, “체중감량 수치 공개” 등 지극히 개인신상에 관한 목표까지도 자신 있게 공개하면서 동료들의 조언 및 지원을 요청하는 직원들이 많아졌다. 특히 4년 이하 저근속 직원들에게는 선배사원 중 멘토를 선정하여 목표달성에 대한 진행관리 및 지원을 해주도록 하고 있다. 신뢰·소통 문화 조성을 위한 HR담당자의 역할 우리가 조직 내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는 조직 분위기를 좋게 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진정한 소통을 통해 조직원 간 신뢰를 구축하여 궁극적으로 조직의 성과를 높여나가고자 하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를 알아가는 개인차원의 ‘1단계 소통’에서 한 단계 진화하여 조직 간 업무 공유를 강화해나가는 ‘2단계 소통’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개인차원의 신뢰를 바탕으로 조직 간에 벽을 허물고 소통함으로써 회사 전체의 성과를 높여나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핵심 역할을 해야 하는 계층이 리더계층이다. 따라서 HR담당자는 리더들이 조직 간 소통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수립하고 분위기를 조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소통의 활성화를 위해 조직활성화 등의 행사를 주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소통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인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소통의 리포트건 목표공유 간담회건 뭔가 한 가지라도 직원들이 습관화하여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습이 필요한데 그러한 분위기와 추진동력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HR담당자가 해야 할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양흥열 포스코에너지 경영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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