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의 가치경영

A기업 이야기 : 토종기업으로 세계1위 품목을 가진 소재회사 A기업은 지난해 초 매출 1조 원에 달하는 기업을 M&A하려다 실패했다. 여러 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든 가운데 근소한 차이로 2등에 그쳐 실패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2010년에 이 기업은 ‘2015년 매출 1조 5천억 달성’이라는 큰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그러나 결과는 지난해 7천억에 머물렀다. 그런데 지금 이 기업은 지난해 실패를 아쉬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다행이란 얘기도 하고 다음에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올 초 ‘2020년 매출 2조원’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현재 규모의 3배다.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 이런 기대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B기업 이야기 : 시화공단에 위치한 50년 역사의 화학회사 B기업은 2005년 1천억 매출 규모의 기업이었는데 5년 후 2010년 매출 목표를 3천억으로 크게 세웠다. 2010년 이 기업은 3천억 매출을 달성하였고 다시 5년 후 2015년 5천억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매출이 4천억 중반이라 어렵 지 않게 5천억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5년 후 2025년 매출 1조원이라는 큰 목표를 세웠다. 1천억에서 3천억, 3천억에서 5천억으로 가는 동안 이 기업은 신규사업에 상당한 투자를 했다. 이익이 많이 발생했지만 주주 배당도 하지 않고 거의 전부를 설비와 신규사업에 투자했다. 오로지 지속적인 투자로 기업 규모를 키웠다. 이제 5천억에서 1조로 가려는데 투자 여력이 많지 않다. 아마도 현재 사업으로는 전 직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역량을 집중하면 7천억 정도까지는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부족한 3천억은 M&A를 통해 키운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5년 내 더블 매출이라는 큰 목표지만 경영자나 직원 모두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C기업 이야기 : 컴퓨터부품업계 1위 회사 C기업의 사장은 요즘 임원들을 보며 답답한 마음이 크다. 조금만 더 잘해줬으면 좋겠는데 조금만이 더 안 되는 게 여간 안타깝다. 임원들이 성실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조금 더 확신과 자신감을 가지고 시장을 개척하고 직원들을 잘 이끌어 주면 좋겠는데 뭔가 주도적이지 않다. 지난 5년간 경쟁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직원 교육, 시스템, 제도, 인프라에 투자했고 임원들과 이 과정을 함께 했는데 요즘 임원들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급기야 임원회의에서 앞으로 석 달의 시간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석 달 후에도 변화가 없다면 조직변화를 시도하겠다는 얘기를 했다. 이 회사는 사업에 특별한 전략이 없다고 말한다. 컴퓨터 유통시장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지난 5년간 해온 대로 꾸준히 가는 사이 경쟁자들이 스스로 주저앉을 것으로 본다. 이런 낙관성은 어디서 오는 걸까? D기업 이야기 : D기업은 매출 3천억 대의 30년 된 지방소재 건설회사다. 얼마 전 성공적으로 법정관리를 졸업했고 분양사업도 본궤도에 올랐다. 해외사업도 정리가 되어 리스크도 없는 상태다. 그런데 사장은 답답하다. 임원과 팀장들은 대부분 장기근속자들로 충성스럽고 좋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젊은 직원들은 불만이 많다. 모든 일을 오너인 사장이 결정한다고 불만이다. 위임을 해주고 자율성을 줘야 하는데 모든 일이 사장님 손에 달려있다며 독단적이라고 말한다. 물론 직원들은 사장의 뛰어난 능력과 역할을 인정 한다. 다만, 작은 것 하나하나 모든 의사결정이 사장에게 집중되어 있고 리더들은 제 역할을 못하고 시스템이나 인프라도 너무 약하다는 얘기다. 사장을 만났다. 직원들 얘기를 하자 안타깝다고 말한다. 본인 나이가 60대 중반이고 30년을 넘게 경영일선에 있어 누구보다도 직원들에게 업무를 위임하고 직원들이 알아서 해 줬으면 하는 사람이 자기라고 하소연한다. 그런데 지금 D기업의 임원이나 팀장들의 준비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들이 게으르거나 능력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당장의 일을 하며 앞으로 나가다 보니 제대로 사람을 키우지 못한 채 30년이 지났다고 말한다. 법정관리 등 어려움은 극복했고 앞으로 기회가 너무나 많은데 우리 조직을 보면 걱정부터 앞선다고 말한다. 이런 비관적인 생각은 어디서 오는 걸까? 타이어뱅크 이야기 : 올해 한국프로야구 공식 후원사로 타이어 뱅크가 결정되었다. 이는 곧 올 한해 한국프로야구 앞에는 항상 ‘타이어뱅크’라는 이름이 앞에 걸리게 됨을 의미한다. “타이어가 신발보다 싸다”로 알려진 타이어전문점이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스포츠의 공식 후원사가 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주지하다시피, 과거 한국프로야구는 삼성, 롯데, 한국야쿠르트 같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쟁쟁한 기업들이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었다. 타이어뱅크는 현재 본사 직원 60명, 직영점 직원 1300명, 매출규모는 3천억 대의 중견기업이다. 제조사도 아니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저렴하게 타이어를 공급한다’라고 표방하는 회사가 1년에 60억이 넘는 금액을, 그것도 3년간 200억 원을 후원금으로 지출한다는 것은 놀라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이 정도 규모면 기업의 생사가 갈릴 수도 있는 베팅 중에서도 풀 베팅이다. 타이어뱅크 회장은 한국프로야구 공식스폰서가 된 배경을 두 가지로 얘기한다. 사업적으로는 경쟁사의 모회사인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가 개별 구단과 후원계약을 맺고 있거나 구단을 소유하고 있어 사업상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다른 하나는 평소 한국프로야구에 대한 애정이 컸고 오래 전부터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한 번 해보자고 결심하고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직원들의 지지도 커 현재 직원들의 사기가 더욱 높아져 행운을 거머쥐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공식 후원 3년 중에 한국프로야구 1천만 명 시대를 열어 한국프로야구와 타이어뱅크 모두 국민의 사랑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기대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필자가 앞에서 소개한 5개 기업의 느긋함, 자신감, 낙관성 그리고 비관적인 생각, 기대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A기업 경영자는 “인수하려던 기업은 기업규모가 클 뿐 아니라 조직문화도 강한 기업이었다. 자칫하면 인수 후 조직문화의 충돌로 혼란이 올 수도 있었다."고 말한다. 경영자는 이 부분을 다행으로 여기는 것이다. 인수 실패 후 가치관경영을 통해 사명, 비전, 핵심가치를 정립했다. 이제는 조직문화도 강해졌기에 어떤 기업을 M&A하더라도 자신 있다고 말한다. B기업 경영자는 “시장에는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허약한 조직문화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며 “우리는 현재 자금 여력이 많지는 않지만 동종업계에서 가장 강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성장 잠재력이 있지만 허약한 조직문화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을 찾아 자사의 강한 조직 문화로 기업을 바꾸고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기업은 10년째 쉼 없이 가치관경영을 해오고 있다. C기업 경영자는 “시장에 돈 놓고 돈 먹기 수준인 기업이 대부분이다. 현재와 같이 경기가 나쁘고 IT 분야처럼 변화가 빠른 경우 도태되는 기업이 많아진다.”며 “우리가 강한 조직문화를 유지하기만 하면 앞으로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D기업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기업 상황이다. 뛰어난 역량을 가진 창업자가 회사를 설립한 후 하루하루 생존하고 성장하면서 2~30년이 훌쩍 지났다. 대부분 기업에서 가장 뛰어난 역량을 보유한 사람이 오너이자 CEO 위치에 있다. 오너가 조직을 강하게 이끌었고 리더들은 대부분 실무형이다. 경영자는 사업에만 관심을 가졌지 사람을 키우는 데는 소홀했다. 결국 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리더들의 복종과 성실로 현재까지 성장해 왔지만 한계점에 다다른 상태다. 외부상황과는 상관없이 조직 내부에 성장동력을 살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프로야구 공식 후원사 타이어뱅크는 ‘국민이 좋아하는 타이어뱅크를 만든다’는 가치관 슬로건을 내걸고 ‘대한민국에 타이어사고를 없게 하겠다’는 경영목표를 세웠다. 모든 직원이 하루에도 수백 번씩 “타이어님, 고객님의 안전을 지켜주세요. 감사합니다”를 마음속으로 외친다. 이 기업은 강한 조직문화를 바탕으로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200억 후원이라는 풀 베팅을 했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만드는 것은 강한 조직문화가 답이다. 강한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에게 어려운 외부상황은 희망찬 기회일 뿐이다. 정진호가치관경영연구소 더밸류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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