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국내 굴지의 기업 경영층 한 분과 그 회사 임원 한 분의 공식 멘토링 세션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조직 구성원과 달리 임원에게 기대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한 마디로 “딜리버리(Delivery)”라고 답을 했다. 어떤 일을 시켜도 끝까지 마무리해 딜리버리 할 수 있는 힘이 임원의 첫 번째 덕목이라는 군더더기 없는 설명이었다. 급격한 기술변화와 사회변화로 인한 복잡성과 복합성의 증대는 경영환경의 불 예측성이라는 도드라진 현상을 초래하였다. 이러한 경영환경에서 목표를 구축하고 성과창출을 위해 조직과 사람을 한 방향으로 정렬시켜 끌고나가야 하는 리더들의 역량도 이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발현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없다. 특히 조직에서 무한책임을 가지고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임원들의 리더십은 구성원들과는 차별화된 역량으로 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위의 예에서 보듯이 기업 조직에서 임원들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는, 환경과 상황이 어떻게 변화하고 전개되던 구성원들과 구분되는 본질적인 역량들로 구성된다. 단, 이러한 역량들은 임원이기 때문에 스스로 양해가 되어 간과될 수도 있다는 측면이 있으므로, 하나씩 세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첫 번째 임원들을 구성원들과 구분 짓는 역량은 ‘다르게 보는 힘’이다. 특히 조직에서 문제나 이슈를 발굴하고 대응하며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서부터 보고 생각과 관점을 다양화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학습이나 경험을 근거로 한 통찰력과 직관이 모두 작동되어야 가능한 역량인데, 경험이 많은 임원들에게 특히 힘든 측면이기도 한다. 즉, 임원들은 자신만의 ‘성공 체험’으로 지금까지 온 사람들이기에 ‘내가 왜 다르게 해야 하지?’라는 의문을 당연히 가질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관점은 한 가지 정답을 늘 추구해야 했던 일하는 문화 속에서 완벽한 결과를 예측하기에는 상당히 불안스럽다. 따라서, 관점자체를 고정시키다 보니 문제와 상황을 다르게 본다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성과를 내는 문제해결 방법과 그 결과는 다양하게 도출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하고, 이렇게 다르게 해서 ‘아니면 말지’ 라는 배짱과 소신을 근거로 다르게 보는 힘을 강화 시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구성원들과 다른 임원들의 두 번째 역량은 ‘깊게 고민하는 힘’이다. 근본적인 원인제거를 하기 위해 보다 깊게 들여다보고 고민하는 능력인데, 늘 바쁘고 시간이 없는 임원들의 시간관리 방식을 볼 때 당연히 여건이 안 된다는 핑계가 나올 법한 항목이다. 물리적인 시간은 우선순위 조정에 달려 있기 때문에 당연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고민할 시간을 내야 하는 것이 맞다. 이보다 더 중요한 임원들의 깊은 고민부재 이유는 아마도, 지금까지 일하는 방식이 고민을 요구하지 않아서 인 듯하다. 즉, 근본적인 문제해결보다는 양적인 성과창출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과 일하는 방식이 고민의 필요성을 아예 없애는 요인이 되어 왔음직하다. 적어도 임원이라면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고, 그를 위해서는 고민의 실마리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몰입하며 찾아가야 한다. 또한 고민에 얽혀있는 나 이외의 사람들 입장에서 문제를 들여다보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일상화 되어야 하고, 조직의 미래를 영속성이라는 관점에서 늘 생각하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세 번째 임원이 구성원들과 다른 차원으로 가져야 하는 역량은 ‘실행의 난관을 극복하는 힘’이다. 이 부분은 사실 큰 맥락에서 우리나라 임원들의 ‘Can Do’ 정신에 근거한 성과를 보면 대체적으로 강점으로 부각될 수 있는 역량이긴 하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전의 난관과 최근의 난관의 형태가 달라 임원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측면이다. 이전의 실행 난관은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데 있어 필요한 지원과 도움이 비교적 단순하게 정의되고, 해오던 방식으로 협조를 구해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즉, 부지런함, 성실함, 끈질김이라는 리더십 캐릭터만으로도 성과창출에 무리가 없었다면, 지금은 나의 업무와 관련된 주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어떻게 그들의 깊은 협조를 이끌어 내느냐가 실행에 있어 새로운 형태의 난관으로 부각되고 있다. 공통의 성과창출 목표와 연결되어 있는 알고리듬과 다이내믹을 리더로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대단히 복잡한 문제 해결 프로세스에서 어떤 협력과 지지가 필요한지 효과적으로 파악하기도 쉽지 않고, 따라서 문제 해결에 결정적 요소들이 간과될 가능성이 증대된다. 복합성과 복잡성이 증폭된 경영환경 안에서, 실행난관의 요소를 재정의 하고 난관극복의 방법을 다양하게 시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면서, 동시에 주변과의 연계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려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난관 극복 자세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임원들에게 차별적으로 기대되는 능력은 ‘리더로서 늘 자신을 들여다보는 힘’이다. 즉 리더로서 나는 어떤 강점과 보완할 점을 가지고 있고, 타인들이 이런 나의 리더십 특성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는 측면이다. 내가 보는 나의 리더십 특성과 다른 사람들이 인식하는 특성 간의 갭(Gap)을 정확히 인식하고 왜 그러한 갭이 생겼는지 성찰하며, 그 차이를 좁히거나 없애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가는 모습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리더십 진단을 할 때 활용하는 툴이 360도 다면평가인데, 리더십이란 전 방위에 모두 발현된다는 전제로 본인, 상사, 부하, 동료들이 인지하는 리더십 특성 (행위를 근거로 한)을 진단한다. 진단결과 피드백이 본인에게 주어질 때 특히 임원들의 반응 중 거의 동일한 것이 ‘그들은 나를 잘 몰라’ 라는 진단 결과에 대한 부정(denial)이다. 나는 내 리더십이 이렇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는데,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은 맞지 않고 내가 고려할 가치도 별로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더로서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나를 총체적으로 알고 이해하며 리더로서 나의 의도를 정확히 해석할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의 숫자는 매우 제한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많은 구성원들은 소위 리더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인식(perception)에 근거해 리더십의 질을 판단하기 마련이므로, 리더들은 늘 인식관리(perception management)를 해 나가야 한다. 즉, 주변에서 나의 리더십을 어떻게 인식하고 판단하는지 건강한 민감성을 가지고 늘 점검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피드백의 채널을 열어 놓아야 한다.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내는 리더가 구성원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특히 대한민국 대기업 임원 정도 되면 매우 진지하게 들여다보아야 하는 측면이다. 리더로서 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가족까지 포함한 그들의 삶의 행복과 불행을 즉석에서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동되기도 한다는 생각을 늘 가져야 한다. 리더인 나를 들여다보는 성찰의 힘은 구성원들의 그것보다 훨씬 강력하고 활발해야 하며 늘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것을 향해 나가려는 자신에 대한 향상심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구성원들과는 반드시 차별되어야 하는 임원들의 역량 중 임원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있는 네 가지를 살펴보았다.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대기업 임원이 된다는 것은 평균 20여 년의 성공체험 검증기간을 거쳤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나를 있게 해준 성공방정식이 본질적으로 기대되는 임원들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주변을 돌아보고 함께 가며 그들의 삶에도 리더로서 기여하겠다는 인본주의적 리더십의 맥락에서 늘 나를 들여다보는, 성찰 메커니즘을 키워 나가는 것이 임원 리더십의 DNA를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한다. 조미진 현대자동차그룹 리더십개발실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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