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의 가치경영

지난 3월,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2014년 잠정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8,180 달러(2,980만 원)라고 발표했다. 이 추세대로 라면 올해가 가기 전에 국민소득 3만 달러는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나라는 전 세계 230여 개 국가 중 30여 개 국가로,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인구수 5천만 명 이상 국가 가운데서는 6개국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30-50클럽’에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다음으로 7번째 가입이 유력하다. 30-50클럽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국가를 지칭하는 것으로, 우리나라가 30-50클럽에 가입했다는 것은 명실상부한 경제대국 대열에 합류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같은 수치가 현실과의 온도차가 크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국민소득 3만 달러는 4인 가족 기준으로 1억 2천만 원에 해당되는 수치다. 즉, 부의 편중과 소득불균형이 심각하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이제 우리나라가 ‘빈곤한 나라, 가난한 국민’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특히 국민 다수를 차지하는 6~70% 중산층이 경제적 빈곤 상태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유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살 만한 수준이라 보면 되겠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수 년째 유지하고 있다. OECD 평균치와의 격차도 큰 차이가 난다. 통계청의 2014년 자살통계(2013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1만 명당 자살인구는 28.5명으로, OECD 평균 12.1명과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또 1년간 총 자살자수는 1만 5천여 명으로 하루에 42명꼴로 자살을 선택하고 있다. 1년에 1만 5천여 명이 불행을 견디지 못하고 가장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살률이 높다는 것이 그만큼 ‘현재가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 출산율도 세계 230여 개 국가 중 하위 3%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2013년 기준 1.19명이다. 출산율이 낮다는 것은 ‘현재도 힘들고 미래도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30-50클럽 7번째 가입이 유력시되는 국가라는 긍정적인 경제지표와는 달리 사회문화지표는 자살률 최고, 출산율 최저로 최악의 상태이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는데도 왜 우리는 이처럼 불행하고 불안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이 정도 됐으면 좀 여유를 가질 법도 한데, 왜 우리는 여전히 여유를 갖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것일까? 문제의 원인은 가치관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201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OECD 국가 삶의 질 구조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4.2점으로, OECD 34개국 중 32위였다. 우리보다 행복지수가 낮은 나라는 터키와 멕시코뿐이었다. 조사에서 한국인의 92%는 ‘소득이 행복과 관계있다’고 답변했다. 취업 포털사이트가 30~40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조사한 자료에서 48.6%가 ‘돈’이라고 답했으며, 중산층을 대상으로 ‘현재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가?’라고 묻는 질문에도 대다수가 ‘노후 자금 준비’라고 응답했다. 이런 조사들은 한국인들의 모든 고민이 ‘돈’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혜민 스님, 법륜 스님 등 시대의 스승들이 사람들을 치유하고 힐링을 도와주는 것에 열광하면서도 현실로 돌아오면 ‘돈’이 전부가 되는 것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필자의 가치관 강의에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찾는 시간이 포함돼 있다. ‘당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88개의 가치 단어를 보여주고 그중에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5가지를 뽑아보게 하는 것이다. 88개의 가치에는 ‘가정의 화목, 행복, 건강’과 같은 누구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제외되어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잠시 시간을 내어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감사, 감성, 겸손, 결단, 경제적 안정, 공정, 공헌, 관계, 관대함, 관용, 권위, 권력, 교육, 균형, 긍정, 긍정적 태도, 끈기, 기술, 나눔, 다양성, 단순, 도전, 리더십, 마음의 평화, 모험, 목표, 믿음, 발전, 배려, 변화, 부유함, 사랑, 성공, 성실, 성장, 성취감, 소통, 스피드, 신념, 신뢰, 신실함, 신앙, 아름다움, 안정, 외모, 열정, 영성, 영향력, 완벽, 예의, 용기, 용서, 우정, 유머, 윤리, 의지력, 인내, 인정, 자비, 자유, 자율, 자존감, 전문성, 절제, 정서적 안정, 정의, 정직, 존경, 즐거운 삶, 지식, 지혜, 진실성, 직업적 성취, 창의, 책임, 충성, 탁월성, 팀워크, 쾌활함, 평판, 평화, 품질, 프로정신, 학습, 혁신, 헌신, 효과성, 효율성.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삶’, ‘경제적 안정’, ‘인내’를 선택한다. 즐거운 삶을 살려면 경제적으로 안정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인내해야 한다는 것일까! 경제적 안정은 위에서 말한 ‘돈’과 관련이 있다. 중요한 것은 ‘나의 가치 찾기’를 통해 사람들은 ‘돈’ 이외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비로소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돈과 관련된 ‘경제적 안정’을 포함하더라도 그것은 다섯 개 가치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즉, 20%밖에는 안 되는 것이다. 더불어 ‘경제적 안정’은 중요한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사실도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나의 가치 찾기’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스스로 찾아내지 않으면 ‘나의 가치’는 ‘돈’에게 쉽게 자리를 내주게 되어 있다. 결국, 자신이 의도치 않았지만 돈 중심 가치관, 물질 중심적 가치관이 자신의 가치관의 전부가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가치 찾는 일에 심사숙고하지 않으면, 개인의 ‘나의 가치 찾기’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기업을 포함한 모든 조직은 세 가지의 중요한 가치가 있다. 첫째, 기업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다. 이것을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인 미션(mission)이라고 한다. 둘째, 기업이 나아가고자 하는 꿈이나 미래상이다. 이것을 큰 목표인 비전(vision)이라고 한다. 셋째, 기업의 구성원이 지켜야 할 우선순위다. 이것을 일하는 원칙과 기준인 핵심가치(core values)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제대로 정립하지 않으면 기업의 존재이유(mission)는 ‘돈을 버는 것’이 된다. 세상과 인류를 더 나아지게 하거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존재 이유는 설 자리가 없다. 또 생각을 제대로 정립하지 않으면 기업의 꿈과 미래상(vision)도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이 된다. 기업이 자기 사업영역에서 최대한 성장하여 이루고자 하는 포부도, 세상과 인류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표도, 그 속에 있는 구성원들이 행복감을 느끼고 가슴 설레게 하는 꿈도 설 자리가 없다. 또 생각을 제대로 정립하지 않으면 기업의 원칙과 기준(core values)도 ‘돈 많이 벌어라, 돈 아껴 써라’가 된다. 신뢰, 소통/협력, 열정/도전, 창의, 변화/혁신과 같은 지금 시대를 개척할 수 있는 핵심적인 가치도 설 자리가 없다. 사람이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정하지 않으면 그 자리를 ‘돈’이 차지하게 되고 ‘돈’만을 추구하다 지쳐가는 것처럼, 기업도 기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정하지 않으면 그 자리를 ‘큰 돈’이 차지하게 되고 결국 ‘돈만 아는 기업’ 이라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게 된다. 우리는 2년 전 이맘때, 실적에 허덕이는 30대 영업사원이 아버지뻘 되는 대리점주에게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폭언을 한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 결과 그 기업은 2013년, 2014년 내리 2년 매출과 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가혹한 결과를 맞았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시대와 환경에 맞고 시대와 환경을 개척할 수 있는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정진호 가치관 경영 연구소장

유료회원전용기사

로그인 또는 회원가입을 해주세요. (유료회원만 열람가능)

로그인 회원가입
저작권자 © 월간 인재경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