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총장

‘교학상장(敎學相長)’ 최근 한국산업기술대학교(이하 산기대)의 행보를 설명하는 데 가장 적합한 사자성어다. 실제로 산기대는 ‘기업을 품는 산학융합 선도대학, 산학융합3.0’이라는 기치 아래 ‘기업인재대학’, ‘제조기술혁신연구원’, ‘기업융합관’, ‘이매지네이션 하우스(Imagination House)’를 네 바퀴로 한 ‘담대한 변화’가 한창이다. 변화와 성장의 중심으로 이재훈 총장과 그의 리더십을 손꼽는 이가 많다. 실제로 인재경영이 만난 이 총장은 ‘산학융합3.0’ 실현을 위한 추진전략과 액션플랜 등 구체적 실천방안들을 꿰차고 있었다. 직접 설계한 것은 물론 직접 챙기기까지 할 만큼 실현의 지도 남다르다. 이 총장은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학협력 경험을 극대화한 새로운 대학발전 특성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우리 대학이 중소·중견기업에 최적의 엔지니어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중소·중견기업의 기술혁신 전반을 돕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이 그리고 있는 산학융합3.0은 기업의 존재 가치와 대학의 존재 가치를 같이 보는 것으로 가치도, 공간도, 인적자원도 융합하는 것이다. 즉, 기업과 대학이 히든챔피언 육성이라는 공동의 가치 실현을 위해 인적·공간적 융합을 통하여 상호 성장한다는 개념이다. 이 총장은 “기존 산학협력의 틀을 깬 산학융합3.0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 히든 챔피언의 주역이 될 창의인재 양성에 대학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총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소회의 말을 전한다면. ■ 지난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보냈다. 사실 대학 총장이라는 자리가 바쁘고 허덕이는 자리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부임하고 보니 여기저기 메우고 다져야 하는 부분들이 많아 상당히 바쁜 시간을 보냈다. 먼저, 개인적으로 교육이라는 것을 처음 하는 초심자 입장이어서 학제나 커리큘럼 등 익히고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았고, 여기에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드라이브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의 체질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 흐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두고, 즉 우리 대학이 한 걸음 도약하기 위해 어떤 변화를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었다. 특히 우리 대학은 2012년에 일반대로 전환되어 현재 그 무엇보다 안정적인 재정확보가 관건이다. 대학의 수장으로서 재정확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나 필요한 곳을 대상으로 대외활동을 하는 데 집중하였고, 내부적으로는 학교 발전을 위해 학내 구성원들, 즉 교수님이나 학생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동안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이나 시책에 대해 말해 달라. ■ 역점을 두었던 부분이라 하면 6개월간의 공을 들여 완성한 ‘산학융합3.0’ 전략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우리 산기대의 미래 비전과 특성화 전략을 담은 내용으로, 요약하면 기존 산학협력의 틀을 깬 미래지향적 모델을 통해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글로벌 히든 챔피언의 주역이 될 창의인재를 양성한다는게 골자이다. 우리 대학은 정부가 ‘산학협력 특성화’를 목표로 수도권 최대 산업체 밀집지역인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에 세운 대학으로, 지난 18년 동안 우리 대학 본연의 역할이라 할 수 있는 중소·중견 제조 기업에 최적의 4년제 대학 엔지니어를 공급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실제로 교육부가 매년 조사·발표하는 전국 대학 취업률 조사에서 우리 대학은 수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특히 수도권 4년제 대학 가운데서는 5년 연속 평균 취업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안주할 순 없다. 지금 대학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변화와 도전을 요구받고 있다. 주지하다시피,전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고 있고, 또 모든 산업이 융합됨에 따라 새로운 지식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배출해야만, 즉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생존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더불어 우리 대학이 위치한 지리적 측면에서도 새로운 전략은 필수불가결한 부분이었다. 우리 대학이 위치한 안산시화공단에는 17,000개 정도의 중소·중견기업이 있다. 한때는 국내 제조산업의 메카로 통했지만 현재는 경쟁력을 잃고 노쇠화되어가고 있다. 다시금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도록 우리 대학이 앞장서보자는 생각에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공단에 위치한 기업의 CEO나 기술담당자들을 만나 보면, 대학에 대한 이러한 요구가 높다. 기업 관계자들은 이제까지 기업과 대학이 지극히 단선적인 부분, 이를테면 생산 활동에 있어 애로가 생기면 해당 애로에 대해 교수와 협의를 하는 정도로 협력이 이루어졌는데, 앞으로는 여기서 두 발 세 발 더 나아가 장기적인 시각에서 대학과 기업이 상시적으로 협력을 해나가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즉, 대학은 대학대로 존재하고, 기업은 기업대로 존재하면서 필요한 때만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과 기업이 상시 융합하는 형태로 가야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과 우리 대학이 위치한 지리적 상황이 ‘산학융합3.0’을 발족하게 한 배경이 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융합은 기업의 존재 가치와 대학의 존재 가치를 같이 보는 것으로 가치도, 공간도, 인적자원도 융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과 대학이 히든챔피언 육성이라는 공동의 가치 실현을 위해 인적·공간적 융합을 통하여 상호 성장한다는 개념이다. 산학협력은 많이들 하지만 이처럼 기업을 품는 대학, 기업 속으로 들어가는 대학은 우리 대학이 국내 최초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 대학은 올 상반기부터 재직자의 혁신능력 배양을 위한 ‘기업인재대학’ 설립, 기업 연구개발(R&D) 지원을 위한 ‘제조기술혁신연구원’ 구축, 대학 내 기업연구소 유치를 통해 산학융합 시너지를 높이는 ‘기업융합관’ 확대, 재학생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사업화로 연계될 수 있도록 창업의 전 주기를 전담하는 ‘이매지네이션 하우스(Imagination House)’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시간 의미 있는 성과를 꼽는다면? ■ 이제 겨우 임기 1년 지난 시점에서 성과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 같고, 다만 나름의 보람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먼저 학생들이 제대로 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일부 개선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총장으로 부임하고 나서 학교를 샅샅이 훑어보았는데, 아무래도 공단 내에 위치하고 있고, 또 캠퍼스 내 녹지가 많지 않다 보니 소위 캠퍼스다운 느낌이 많지 않았었다. 이에 모든 부서에 10% 예산절감방안을 주문하여 마련된 재원을 가지고 도서관을 리노베이션하고, 또 학생들이 쉬고 스터디 할 수 있는 라운지를 만드는 데 투자하였다. 업그레이드된 도서관이나 라운지 등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쉬고 있는 학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실제로 학생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다. 하나 더 이야기 한다면, 교수 평가제도의 변화를 준 점을 들 수 있겠다. ‘산학협력 특성화 대학’이라는수식어가 말해주듯 우리 대학 교수님들은 산학협력에 있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칫하면 무조건 많이 하는 쪽으로 치우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 제대로 잘 하는 쪽으로 유도하기 위해, 즉 학교의 발전방향과 일치하는 쪽으로 산학협력을 유도하기 위해 성과주의, 업적주의에 기반한 평가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대학구조개혁에 대비해서 우리 대학의 발전방향을 모색한 것도 기억에 남는 활동이다. 산기대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나? ■ 산기대의 특별함이라 하면, 현장과 이론을 두루 겸비한 탄탄한 교수진, 현장감 위주의 학제, 현장과 그대로 어우러지는 연구공간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교육을 받은 졸업생들은 사회 각계각층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첫 번째는 우리 대학의 건학이념은 실사구시(實事求是)이다. 즉, 현장중심 실무형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이를 구현하기 위해 현장 경험을 두루 갖춘 우수인재만을 교수로 채용하고 있다. 우리 대학 교수님들이 전임교원만 약 230명 정도 되는데, 단순히 학위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교수로 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대학의 거의 모든 교수님들은 국·내외의 기업체 및 연구소에서 6~7년 이상의 현장 경험을 가지고 있다. 즉, 이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이런 기술이 이렇게 제품화된다.”는 큰 그림을 그려주기 때문에 실무형 교육이 가능 한 것이다. 두 번째는 최소한 8주 이상의 현장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학제를 들 수 있다. 우리 대학 학생들은 재학 중 산업현장에서 최소 4학점 이상을 의무적으로 취득하고 캡스톤 디자인을 통과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캡스톤 디자인이라 함은, 반드시 졸업작품을 제출해야 졸업할 수 있는 제도로, 매년 10월에 ‘산업기술대전’이라고해서 졸업작품전시회를 하는데, 굉장히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이 나온다. 현장 실습이 의무화되어 있는 데다 졸업작품까지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전문성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 번째는 교수, 학생, 기업체 R&D 관계자가 한 곳에 모여 24시간 기술개발활동을 이어가는 엔지니어링하우스(EH) 제도를 들 수 있다. 엔지니어링하우스는 학생이 정규 수업시간 외에 교수와 기업간 진행되는 공동연구 프로젝트에 연구원으로 참여해 한 공간에서 24시간 현장밀착형 학습을 수행할 수 있는 신개념 공학교육 모델로, 기업과 대학 간 산학연계 활동을 지속적으로 활성화시키고, R&D 역량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의 연구역량을 강화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연구원으로 참여하는 학생은 연구인건비를 받으며 현장교수로 활동하는 기업 연구원의 맞춤교육을 받을 수 있어 고급 실무능력 배양이 가능하다. 산기대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정규 교육과정에 접목함으로써 재교육이 필요 없는 실무형 기술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 시 지원자의 인성이나 창의성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산기대는 인문학적 소양이나 창의성 함양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 엔지니어 혼자 연구소에서 기술 개발에만 몰두하던 시대는 지났다. 21세기는 바른 인성과 창의력을 모두 갖춘 ‘휴먼 엔지니어’가 필요한 세상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우리 대학은 최근 중앙일보 인성교육연구소와 ‘인성·시민교육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올 2학기부터 1학년생을 대상으로 인성·시민교육 의무화를 제도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바른 인성을 갖추고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하는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교양이나 선택 과정이 아니라 필수 과정으로 인성·시민교육을 전 학과에 도입하는 대학은 아마도 우리 대학이 처음일 것이다. 한 학기 동안 절반은 이론과 토론 중심 수업으로, 나머지 절반은 인성의 다양한 덕목과 시민적 역량을 봉사와 사회 참여 등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체화하는 방식이다. 창의성 함양을 위해서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창의적 문제해결방법론’으로 주목받는 ‘트리즈’(TRIZ)를 학부 전 교육과정으로 확대하였다. 또한 국제 트리즈 인증 검정자격까지 취득하였는데, 아마도 트리즈를 인증받고 전 교육과정에 접목한 대학은 우리 대학이 최초이지 않나 싶다. 우수한 교수확보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지금도 충분히 훌륭한 인적자원들이지만, 앞으로 산학융합3.0을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보강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보고 채용 시 몇 가지를 주의 깊게 살필 생각이다. 첫 번째는 글로벌 트렌드에 익숙한, 즉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Global Supply Chain) 하에서 우리 대학민국이 설 자리가 어딘지, 한 발 더 나아가 우리 산기대가 길러내야 하는 인재는 어떤 유형의 인재인지에 대한 방향감각을 가지고 있는 지원자를 우선적으로 뽑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두 번째는 학생들이 저학년때부터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게끔, 소위 독일식의 도제 교육에 익숙한 분들을 채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가고 있다. 월간 인재경영의 독자이기도 한 기업의 CEO와 인사담당자들에게 산기대 학생들을 PR한다면. ■ 단언컨대, 우리 대학 졸업생을 데려가는 것은 조직의 성과에 기여하는 인재를 영입한 것이라고,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나라 대학의 문제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내용 가운데 하나가 산업현장의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교육 커리큘럼이다. 다시 말해, 대학을 졸업하고도 산업현장에 들어가게 되면 그에 따른 재교육이 또 필요하다는 얘기인데, 우리 대학 졸업생들은 철저히 기업의 니즈에 맞춰진 실무형 인재들로 현장에 바로 투입이 되도 하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아니, 우리대학 출신의 학생들을 채용해본 기업들은 ‘경력사원 같은 신입사원’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하나 더 이야기한다면, 우리 대학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자질과 성향이 순수한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우리 대학 학생들을 채용한 기업들은 매년 더 많은 인원을 채용하고 있다. 이는 우리대학 학생들의 역량과 자질이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중점을 두고 추진할 부분에 대해 말해 달라. ■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먼저, 학생들과의 스킨십을 보다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즉, 학생들 속으로 총장이 들어가서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 학생들이 바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학생들 손에 쥐어줄 수 있도록 찾아내는 노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제까지는 주로 학부모들의 니즈에 맞춰진 일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학생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해 학생들이 무엇이 원하는지를 찾아내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두 번째로 물리적 공간을 확대해야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리 대학은 지난 18년 동안 양적으로 엄청난 팽창을 이루었다. 개교 당시와 비교를 한다면 정원이 세 배 이상 늘었을 정도다. 하지만 이에 비해 공간 변화는 미미한 수준으로, 교수나 학생의 연구·학습활동에 제약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재정적인 부분 외에 공간적 여유도 있어야 하고 풀어야 할 것이 많지만 재임 중에 반드시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끝으로, 우리 대학의 정보화 수준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해에 도서관 리노베이션이나 라운지 설립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교수님들의 연구활동이나 학생들의 교육활동에 있어 막힘이 생기지 않도록 소프트웨어적인 부분, 즉 가상의 공간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미래 한국을 이끌 인재들이 보다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

유료회원전용기사

로그인 또는 회원가입을 해주세요. (유료회원만 열람가능)

로그인 회원가입
저작권자 © 월간 인재경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