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의 가치경영

골프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홀인원(Hole in One)을 꿈꿀 것이다. 홀인원은 골프공이 한 타 만에 홀컵에 들어가 스코어 1을 기록하는 것으로, 남자를 기준으로 130~230여 미터 거리에서 골프채로 골프공을 때려 108mm 홀컵에 한 번에 들어가는 것이니 실력이라기보다는 운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홀인원을 운이라고 보는 이유는 홀인원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공을 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골프 프로와 아마추어 중 누가 홀인원 확률이 높을까? 앞의 논리대로 홀인원이 운이라면 프로든 아마추어든 차이가 없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골프다이제스트>라는 잡지에서 실험한 결과 130여 미터 거리에서 프로선수의 홀인원 확률은 1/3000정도가 되고 싱글 골퍼들의 홀인원 확률은 1/5000 정도가 된다. 이에 반해 아마추어 골퍼들의 홀인원 확률은 1/12000 정도였다. 즉, 프로선수는 3천 번 만에, 싱글 골퍼는 5천 번 만에, 일반인은 1만 2천 번 만에 한 번 홀인원을 한다는 수치다. 프로선수와 일반 골퍼의 홀인원 확률이 4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홀컵이 있는 그린에 공을 한 번에 올릴 수 있는 그린적중률의 차이다. 운의 영역이지만, 프로 선수가 일반 골퍼에 비해 4배 가까이 확률이 높은 이유는 운을 4배 이상 높이는 실력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력 차는 엄청난 양의 훈련과 실전 경험에 의해 생긴다. 그래서 홀인원은 단지 운이라기보다는 행운이라고 보는 게 맞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설치된 케이블카 중 하나가 슬로바키아 타트라산맥에 있는 롬니카산(2634미터) 정상의 케이블 카 전망대이다. 2000미터가 넘는 산이 만년설로 뒤덮여 장관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저 높은 절벽 위에 어떻게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었을까?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1989년 완공된 롬니카산 케이블카는 3단계로 나뉘어 만들어졌다고 한다. 1단계 산중턱까지 1173미터 지점, 2단계 산중호수 1751미터 지점까지는 차량이나 말로 짐을 실어 날랐다. 문제는 차량과 말로 짐을 나를 수 없는 40~50도 경사의 깎아 지르는 절벽지대에서 정상까지 1킬로미터 구간은 모든 장비를 사람이 지고 날라야 했다. 정상에 설치하는 정류장 건설 장비는 사람들이 직접 들고 날랐다고 치더라도 수십 톤에 달하는 길이 3700여 미터 쇠줄은 어떻게 운반했을까? 참고로 롬니카산에 설치한 케이블카 쇠줄은 직경 33mm 굵기로, 직경 1mm 내외의 특수강으로 제작된 가는 쇠줄 200~300개를 뭉쳐 만들어졌다. 세계 10대 불가사의가 아니다. 먼저 전문산악인 수준인 30여 명의 인부들이 2톤에 달하는 직경 10mm 쇠줄을 끌고 산 위 케이블카 정류장에 올라간다. 정상에 도착하면 10mm 쇠줄 끝에 직경 17mm 쇠줄을 묶어 끌어 올린다. 17mm 쇠줄이 정상 정류장에 도착하면 17mm 쇠줄 끝에 직경 24mm 쇠줄을 묶어 끌어 올린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24mm 쇠줄 끝에 린치하는 도르레를 연결해서 직경 33mm 쇠줄을 끌어 올려 이것으로 케이블카 선을 최종 완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조선일보 15. 6. 6자 기사) 수십 톤의 쇠줄을 2634미터까지 사람이 끌어 올리는 것은 기적이 아니다. 요즘 기업 환경이 말이 아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선진국 반열에 있는 저성장 국가들의 일반적인 상황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적인 재난까지 끊이지 않고 있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현재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상이 안 되고 이대로 굳어져 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더 큰 문제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이왕에 어려운 상황이니 좀 더 멀리 우리들만의 큰 목표(비전)을 만들어 직원들의 열정을 하나로 모으려고 한다. 현재 시점에서 비전을 만드는 것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 원하는 것이 없으면 이룰 것도 없기 때문이다.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하자는 얘기는 누구나 하는 것이니 남들과 다른 우리만의 큰 목표를 만들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올 들어 정말 많은 조직이 비전을 새롭게 만들고 있다. 일반 기업은 물론, KBS 한국방송, 한겨레신문 같은 언론사, NGO 단체들까지 비전을 만들고 선포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비전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백 번, 천 번 낫지만 비전은 혹시나 하고 만드는 ‘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홀인원은 실력으로 성공확률을 4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 그리고 단계도 있다. 먼저 그린 위로 올릴 수 있는 그린적중률을 높여야 한다. 다음으로 홀컵에 최대한 가까이 붙일 수 있는 실력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광경을 누구나 볼 수 있게 하는 케이블카를 만들려면 한 번에 수십 톤 쇠줄을 끌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10mm, 17mm, 24mm, 33mm 쇠줄을 단계적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비전도 마찬가지다. 지금 비전을 만드는 기업이라면 비전 슬로건과 함께 3년 후, 5년 후, 10년 후 목표를 함께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건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라는 의미가 아니다. 가까운 지점의 미래상, 중간 지점의 미래상, 먼 지점의 미래상을 서브비전 형태로 정하라는 의미다. 방법은 정해 놓은 비전 기간 동안 우리 기업이 이루고 싶은 것, 직원들의 삶과 관련하여 원하는 것을 토론하여 리스트업 한 후에 시기별로 배치를 하면 3년 후, 5년 후, 10년 후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될 수 있다. 이미 비전을 만들었으나 슬로건만 존재하는 기업도 마찬가지로 워크숍을 통해 서브비전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지금이 우리 기업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일 수 있다. 이왕에 위기돌파를 위해 어렵게 직원들의 마음을 끌어 모아 비전을 설정했다면 이제는 열정을 다하여 하나하나 단계별로 이루어가 보자.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홀인원도 결코 꿈에서만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정진호 가치관 경영연구소 더밸류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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