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몰입할 수 있는 이유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차고 넘치는데도 불구하고 행복한 직장인은 생각만큼 많지 않은 것 같다. 먼저, 나는 무조건 “회사란 정말 좋은 곳이다. 그러니까 딴 생각하지 말고 회사에 충성해라!”라고 외치는 직장예찬론자가 아님을 밝혀둔다. 혹자는 너무 편향적인 사례를 열거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다수의 대기업과 중견기업들 아니 심지어 중소기업에도 해당되는 ‘몇 가지 진실’을 밝혀보고 싶다. ▲ 기업은 기본적으로 구성원의 공헌을 가치 있게 여기며 구성원의 복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조직지원인식(Perceived Organizational Support)을 견지하려고 부단히 애쓴다. ▲ 기업은 개인의 역량이나 직급별에 맞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 기업은 승진자 또는 승진이 임박한 자에게 별도의 리더십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 직장인들은 비즈니스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들에 참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과업을 어떻게 리드하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가는지에 대한 ‘산지식’을 체득할 수 있다. ▲ 기업은 일정기간 이상 근무를 하거나, 중상 이상의 인사고과 등급을 받은 자에게 대학원, 경영대학원 등의 사외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 개인 니즈에 따라 외부 전문기관에서 운영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다. ▲ 다양한 커뮤니티나 세미나 등에 회사 대표로 참석할 기회가 이따금씩 있다. ▲ 많지는 않지만 가끔씩 외국으로의 출장, 연수 등의 기회가 있다. ▲ 기업은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고 성과를 내는 직원에게는 추가적인 특별 프로그램을 디자인해주는 등의 더 많은 투자를 할 의향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 위의 내용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 같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공짜로 이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그런데 정말 곤혹스러운 현실이 한 가지 있다. 인사실무자로, 고위 책임자로 20여 년 이상 현업에서 일을 해보니 다수의 직원들, 실제로 80~90%정도까지도 이런 프로그램들에 그리 흥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틈만 나면 스마트폰으로 시간 죽이기에 열심을 다하면서도 거저 가질 수 있는 직장의 축복에는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아니 그것이 축복인지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뒤늦게 자기계발, 몸값 올리기, 위기탈출 등등을 명분으로 제대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외부 프로그램에 자비를 들여 참가한다. 마치 학교 수업시간에는 늘 딴생각하는 열등생이 수업을 마친 뒤에는 이 학원 저 학원 기웃거리면서 수십, 수백만원대의 과외를 받는 꼴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뒤늦은 후회와 회한이 밀려오는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자의든 타의든 회사를 떠난 후, 즉 삭풍이 몰아치는 광야에서 방황을 해본 후에는 말투가 달라진다. “제가 그 때는 정말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리도 어리석었던지.” “회사가 그렇게 기회를 많이 주었는데, 그게 기회인지도 몰랐네요.” “나가보니 직장만한 곳이 없다는 것을 알았네요.” 나를 키운 건 회사가 8할 한 번 더 강조하지만 필자는 절대 회사예찬론자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특히 개인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유·무형의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혹 당신이 조직의 매니저라면 이러한 진실을 건강한 방법으로 직원들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사부만의 소관이라 생각한다면 그 매니저와 조직의 성장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당연히 직원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조직의 매니저들은 직원들이 현재 머물고 있는 곳을 더욱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러한 모든 제도와 프로그램을 잘 익혀서 자신의 것으로 완전히 소화시킬 수 있도록 격려하면서 말이다. 이것은 그들이 회사를 떠나 제2, 3의 커리어를 만들어갈 때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한 치 앞도 가늠하기가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 인생후반전과 연장전까지 생각해야 하는 인생 100세 시대에 살고 있다. 무엇을 하든 스스로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위해 힘써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재미없고, 자신의 진로가 암담하다고 느낄 때면 참 신기하게도 그 돌파구를 해외영어연수와 MBA를 포함한 대학원 진학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공부를 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역량과 그러한 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커리큘럼 사이에는 쉽게 메워지지 않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어만 하더라도 6개월이나 1년 해외어학연수 다녀와서 영어가 ‘확’ 달라져서 나타나는 사람을 한 명도 본적이 없고, 또 극소수의 세계 톱 클래스의 MBA를 제외한다면 대학원 졸업장 있다고 승진하거나 몸값이 수직 상승하는 경우도 본적이 없다. 지난 시간을 반추해보면, 그 흔한 해외어학연수 한 번 다녀온적도 없는 나를 부끄럽지 않은 인사전문가로 키운 건 회사가 8할 이상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리고 영어 구사 능력까지 모두 회사의 현장에서 익혔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돈을 내면서 회사에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현재의 직장은 가장 좋은 교과서요, 단연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이다.”라는 진리는 여러 성공한CEO나 비즈니스맨들의 입을 통해 꾸준하게 입증이 되고 있다. 이렇게 얘기했는데도, 여전히 감이 잡히지 않는가? 그렇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년만 하고 있는 일에, 다니는 직장에 집중해 보라. 단언컨대, 1년 뒤 당신도 나와 같은 소릴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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