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수 아인스파트너 대표

“우리 기업이 지속적 성장을 위해 지금부터 꼭 바꾸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중 시급한 것 중의 하나‘가기업문화’라고 하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나 최근에는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군 등 다수 공공기관의 기업문화도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적됨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기업문화의 개선에 대한 갈급함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HR 구루를 만나다> 코너에서는 20년 가까이 국내 기업의 인사조직을 컨설팅해온 신경수 아인스파트너 대표를 만나 최근 그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는‘건강한 기업문화 구축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신 대표는“기업문화는 오랜 기간을 거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가정의 가풍과 같은 것”이라며“가장의 말과 행동이 가정의 가풍이 되는 것처럼 오너의 행동과 태도, 메시지 등이 오랫동안 축적돼 그 기업의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기업문화 형성에 있어서 특히 오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신 대표와의 일문일답. 최근 들어 부쩍 기업문화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과 심화되는 경쟁 속에서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갖기 위해서는 가치 있고, 남들이 모방하기 어려운 희소한 제품·서비스들을 시장에 내 놓아야 한다. 즉, 조직의 모든 수준에서 참신한 사고와 계속적인 혁신이 필요한데, 이 고단한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기업문화인 것이다. 실제로 모토로라, 소니, 산요, 노키아 등 세계 최정상에 섰던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원인을 분석해보면 대부분 시장의 변화, 기술의 변화에 빨리 대응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빨리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문화가 경직되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이와는 반대로 여전히 성장을 지속하는 기업들에게는 하나 같이 신뢰와 소통으로 무장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열려 있는 기업문화가 있다. 구글이 창업 10년 만에 세계적 기업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자율'과 '창의'로 대표되는 구글 특유의 기업문화가 크게 한몫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을 없을 것이다. 기업문화, 다른 어느 부분보다도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 기업문화는 가정의 가풍과 같은 것이다. 가정의 자녀들은 가풍에 맞게 규범을 따르고 행동에 영향을 받는다. 기업의 경우에는 기업문화의 규범이 일하는 구성원들의 행동과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 가풍을 만드는 이가 가장이듯이 기업의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은 오너다. 전문경영인인 최고경영자(CEO)보다는 오너가 더욱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비도덕적인 비즈니스의 성과에 대해서 오너가 담당자를 칭찬한다면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그것이 각인돼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비도덕적 비즈니스에 대한 경계감이 느슨해 질 것이다. 반면 모 기업의 회장은 남의 말을 잘 듣는 경청하는 자세에 높은 평가를 주고 있다. 그렇다보니 중간 경영진이나 부서장들도 부하 직원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문화가 형성되었고, 전사 차원에서 경청 문화를 시스템화하는 노력도 진행중이다. 어떤 사안에 대한 오너의 태도와 반응, 메시지 등이 자연스럽게 기업문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기업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실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면. ■ 국내 기업 가운데 코오롱을 사례로 들 수 있겠다. 지난해 발생한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 당시 오너가 사고수습을 위해 발 벗고 나섰기 때문에 사태가 빠르게 수습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오너의 행동을 보면서 강력한 동기부여를 가졌을 것이다. 이런 것이 기업문화로 쌓이는 것이다. 반면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오너가 신으로 추앙받았지만 안전교육도 제대로 시켜주지 않고, 자신들은 비싼 그림을 사모으고 하는 모습을 직원들이 보면서 아무런 애정도, 동기부여도 갖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그래서 사고도 터지게 된 게 아닌가 싶다. 기업문화는 평소에는 별로 중요하게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이는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평소에 체력을 건강하게 유지했다면 병에 걸리더라도 잘 이겨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오너의 자질 부족으로 올바른 기업문화의 형성에 한계가 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나 중간 관리자 등은 사실 강력한 힘도 없고, 힘을 잘 발휘하지도 못한다. 오히려 노조를 통해 기업문화 형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우리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있지만, 사실 부당한 오너에 맞서 좋은 회사를 만들려고 노력했던 것이 노조였다. 기업문화를 부당한 쪽으로 끌고 가려는 오너에 맞서 정당한 쪽으로 방향을 돌려놓는 것이 노조의 역할이 돼야한다. 선진국 기업 노조는 이미 방향성이 이런 데 맞춰져 있은 지 오래다. 오너는 물론 CEO도 큰 틀에서의 전략을 정하거나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결정하는 것 등이 주요한 역할 아닌가.

■ 일반적으로 CEO들은 자신의 미션이 계약 체결이라든가, 미래 먹거리 창출 등 거시적이고, 외부적인 것에 있다고 보지, 직원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거나 하는 내부적 관리에 있다고 보진 않는다. 그러나 직원들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최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회사의 성장을 결정하는 것이 외부 영향인지, 내부 영향인지 물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가 내부라고 답했다. 또 내부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인물로 CEO를 꼽았으며, CEO에게 가장 기대하는 것은 조직 관리라고 응답자의 70%가 답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CEO에게 기대할 것은 인사이트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이 같은 답변은 현실과의 괴리감을 보여준다. HR 관점에서 조직 관리는 부서장의 역할이지 CEO의 역할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답변이 나온 이유는 바로 부서장들이 조직 관리를 잘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서장들이 조직 관리를 잘 하기 위해서는 어떤 개선이 필요한가. ■ ‘담당자 의식’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우선 권한 위임을 많이 받아야 하겠지만 권한에 맞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눈치 보지 않는 것, 즉 소신과 주관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 사람은 모두 다 똑같지 않다. 나와 같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부하 직원이지만 충분히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특히 현장에 대한 문제라면 실제로 현장을 뛰고 있는 부하 직원이 더 잘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 기업문화에선 위에서 결정된 계획이 현장의 의견을 듣고 바뀌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이런 점들이 개선되어야 한다. 한국적 특수성, 이를 테면 유교 문화 등이 열린 기업문화 구축에 장애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 한반도를 오랫동안 지탱해온 유교 사상이 정이 있는 문화를 만들기도 했지만 장유유서에 입각하여 나이를 중요시 하는 것이나 상대에게 안 좋은 말을 쉽게 못하는 것 등의 치명적 단점도 있다. 안 좋은 것도 함께 하는 ‘패밀리즘’ 같은 것은 타파해야 한다. 공과 사는 구분되어야 한다. 능력이 없는 사람이 나이가 많다고 배를 끌고 가면 배는 침몰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문화 차원에서 능력 위주의 평가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 조직 구성원들의 육성을 관점으로 실력과 태도를 평가해 적재적소에 기용해야 한다. 최근 직원들 각자도 기업가정신을 갖는 기업문화를 만들자는 이야기도 있는데 ■ 기업가정신은 스타트업에 어울리는 용어다. 동기부여가 되고, 조직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기업가정신은 갖지 말라고 해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기 때문에 기업가정신을 가지라고 강조, 아니 강요하는 게 아닌가 싶다. 위에서 아래에 희생을 강요하는 것일 수 있다. 도전정신을 강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실패의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기업문화라면 도전정신을 강조할 만하지만 그렇지 않은 현실에서 도전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무리하게 등을 떠미는 것과 같다. 기업가정신은 창업가, 벤처기업가 또는 경영자들에게 두려움 없이 앞을 향해 나아가라면서 해줄 말이다.

모회사인 일본의 리쿠르트는 기업문화가 뛰어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떠한 모습인가. ■ 리쿠르트는 직원들에게 “어떤 일을 하면 행복한가?”, “어떤 일을 하고 싶나?”라고 끊임없이 묻는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하고, 좋은 성과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쿠르트는 직원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또 하향식으로 전해지는 미션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먼저 묻는다. 그렇게 해서 일을 맡은 직원이 중간에 좋은 결과를 내놓지 못하더라도 문책하지 않고 오히려 격려와 용기로서 의지를 북돋아 준다. 실패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업문화가 바탕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고로 리쿠르트 출신의 OB가 사업을 시작하여 기업공개에 성공한 상장사만도 현재 30여 개에 이른다.

신경수 대표는 1995년부터 일본 윌슨러닝에서 HR컨설턴트로 직장생활을 시작하였다. 원래는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전공분야를 마케팅에서 HR로 전환하게 되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였고, 현재는 일본 리쿠르트사의 한국법인인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를 맡으며 한국의 많은 기업들에게‘조직개발’을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icon등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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