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의 가치경영

세상 참 좋아졌다. 기업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람’, 즉 ‘직원’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을 보면. 두말 할 필요 없이 2016년 새해에도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이다. 최근에 중국 현지 법인에 파견 나가 있는 주재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중국 현지 법인은 대개 소수의 한국인 주재원이 다수의 중국인 직원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강의를 진행하기에 앞서 먼저 강의를 요청하게 된 배경에 대해 물었다. 담당자는 주재원이 중국 직원들을 잘 관리해야 성과가 올라갈 수 있는데 그게 쉽지 않다며 주재원들에게 중국 직원들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가르쳐 달라고 요구했다. 필자는 중국 직원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에서 주재원들이 중국 직원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사전 자료를 요청했다. 자료를 통해 확인한 중국 직원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았다. ● 업무시간에는 집중하지만 초과근무나 개인적인 희생은 거부한다. ● 금전적인 보상이 있어야 동기부여가 가능하다. ● 애사심이 없다. ● 알아서 하는 법이 없고 지시해야만 움직인다. ●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질책하는 게 어렵다. ● 업무 간 경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상호 긴밀한 관계 형성이 어렵다. ● 의사표현을 잘 하지 않는다.

'중국인들이 그렇지 뭐!’ 자료를 받아보고 나서 들었던 필자의 솔직한 생각이다. 아마도 알게 모르게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사람에 대한 낮춰보는 시각이 존재했던 것 같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먼저 중국 직원들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차원에서 주재원들과 중국 직원들의 장점, 즉 긍정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 많은 얘기가 나왔다. “책임감이 강하다.”, “자존감이 높다.”, “착하다.”, “성실하다.”, “긍정적이고 밝다.”, “목표가 주어지면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자발적인 의지가 강하다.”,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고 기대감이 있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인정할 줄 안다.”,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열심히 노력한다.”, “배우려는 자세가 뛰어나다.”, “똑똑하다.”, “예의가 바르다.”, “지식에 대한 열망이 높다.”, “충성심이 강하다.” 등. 이게 웬일인가? 당초에 중국 직원들의 특성이라고 정리한 내용을 모두 부정하는 얘기로 가득 찼다. 이어 단점,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단점이라는 표현 자체가 거부감이 있을 수 있어 한국 직원과 다른 특징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한국 직원과 다른 특징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좋고 나쁨의 감정표현이 없다.”, “스스럼없이 친구처럼 대한다.”, “상처를 쉽게 받는다.”, “모른다, 못한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보고 체계나 절차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다음 단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 등의 정도였다. 중국인이라고 해서 이렇다 할 뭔가 다른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사회 초년생이나 새로운 조직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흔히 겪는 일반적인 내용들뿐이었다. 여기까지의 내용을 모두 모아 중국 직원들의 대표적인 특징 다섯 가지를 뽑아보았다. ● 긍정적이고 착하다. ● 성실하다. ● 열심히 노력한다. ● 지시에 잘 따르고 협조적이다. ● 밝은 모습이다. 장점과 단점을 모두 포함한 특성에서 단 한 가지도 부정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한국인 주재원들이 생각하는 중국 직원들의 특성은 긍정적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필자가 내린 결론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나누면 지독한 선입견이나 편견도 의외로 쉽게 풀리고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 워크숍을 진행할 때에도 이러한 상황은 종종 발생한다. 교육에 앞서 경영자나 교육담당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하나같이 직원들이 적지 않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직원들의 문제는 “주인의식이 없다.”, “책임감이 부족하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거부한다.”, 개인주의가 강하다.” 등이다. 그러나 리더들과 토론을 통해 우리 직원들의 특성을 뽑아보면 대부분 “성실하다.”, “열심히 일한다.”, “똑똑하다.”와 같은 내용으로 결론이 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실제로 조직의 구성원으로 일하는 직원들은 대개 긍정적인 특성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지금의 현대를 만들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자. 가난이 싫어 10대의 나이에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 고(故) 정 회장은 쌀가게에서 점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쌀가게를 인수하여 경일상회로 첫 사업을 시작했고, 뒤이어 자동차 수리공장 사업과 건설보수업 등 다양한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초기에 고 정 회장은 사장, 직원 구분 없이 똑같이 일하고, 밥도 직원들과 함께 먹었다고 한다. 또, 야유회나 체육대회를 할 때는 직원과 같이 샅바 잡고 씨름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마도 많은 직원들이 경영자의 이러한 직원과 함께 하는 리더십, 인간미에 이끌려 자신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요컨대, 지금의 현대를 있게한 것은 세기의 경영인으로 추앙받는 고 정주영 회장의 리더십과 더불어 경영자를 아버지처럼 믿고 따랐던 직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이다. 이제 냉정하게 질문해 보겠다. “우리 직원들은 회사와 경영자로부터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가?”, “중요한 사람으로 대접받고 있다고 느끼는가?” 세상에서 제일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는 미국의 SAS인스티튜트의 창업자 짐 굿나잇 회장이 이런 말을 했다. “직원들이 퇴근해 집으로 가면 나의 고민은 시작된다. 직원들이 내일도 아침에 회사로 출근하게 하려면 회사는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 3무 정책(야근 없음, 비정규직 없음, 해고 없음)과 세계 최고의 복지 제도는 이런 고민에서 나왔다. 마지막으로 SAS인스티튜트의 경영철학으로 마무리 하겠다. “행복한 젖소가 건강한 우유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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