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린 HRM코리아 대표

2016년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 기업의 인사담당자들 마음은 어둡기만 하다. 당장 올해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정년 60세가 의무화 되지만, 이와 함께 보조를 맞춰야 하는 임금피크제를 포함한 임금체계 개선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또 경기 악화 등의 이유로 일부 기업에서는 인력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모 기업이 이제 막 입사한 신입사원까지도 명예퇴직 대상에 올려 논란을 빚었던 것을 보면 지금의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해묵은 숙제들도 그렇고, 17년 만에 노사정 대타협을 이뤘다고 치켜세웠던 노동개혁 입법도 그렇고 어느 것 하나 이렇다 할 진척이 없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또 두말할 필요 없는 경제는 장기 불황의 늪에서 헤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쯤 되면‘첩첩산중(疊疊山中)’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HR분야에서만 30년 넘게 내공을 쌓아 온 조병린 HRM코리아 대표도 요 몇 년간 이어진 불황에 풀기 어려운 노동시장 이슈까지 더해져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철저히 대비할 것을 강조했다. 국내 대표‘인사통’으로 통하는 조 대표를 만나 우리 기업들이 안고 있는 HR 이슈와 함께 향후 바람직한 전개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 예상되는 HR부문 주요 이슈에 대해 말해 달라. ■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HR이 신경 쓰고 챙겨야 할 것들이 많은 한 해이다. 먼저, 장기 불황의 여파로 기업 입장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모 취업포털에서 기업 253개사를 대상으로 ‘인력 구조조정 계획 여부’를 조사한 결과, 5곳 중 1곳이 ‘계획이 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인력을 감축하게 되면 자연히 HR 쪽에 이슈가 많아진다. 구조조정에 따른 HR, 이 부분이 올해 인사 부문이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다음으로, 직원의 몰입을 유도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중요한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 년 새 이어진 불황과 구조 조정으로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이미 관리가 필요한 수준으로까지 올라와 있다. 따라서 임직원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방안, 가령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프로그램’, ‘유연근무제’, ‘신세대에 적합한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데 신경 써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수한 인재보다는 적합한 인재를 찾으려는 고민들이 한층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취업 시장 트렌드는 단순 지식보다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러한 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이다. NCS란 구직자들이 현장 경험보다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세태를 개선하기 위해 개발한 시스템으로,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 기술 등의 능력을 국가가 산업별, 수준별로 표준화해 정리한 것이다. 직무역량을 더 효과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인사담당자들은 보다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 NCS 기반 채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향후 기업 인사관리의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채용이 NCS 기반으로 바뀐다고 하면 재직자 훈련, 승진, 배치, 보상에 이르는 HR 분야가 자연스럽게 직무 중심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는 우리 교육시스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존의 이론 중심이 아닌 실무중심, 현장중심으로 달라지는 선순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년 60세 시대가 열렸다. 기업과 근로자가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정년연장 연착륙 방안에 대해 말해 달라. ■ 정년 60세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임금피크제가 동반되어야 한다. 즉, 정년연장과 임금 피크제를 포함한 임금체계 개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결고리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기업들은 이 연결고리를 인식하지 못하고 하나하나 따로 떼어서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근로자 입장에서 “임금피크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제도 도입이 되지 않아도 정년 60세는 보장이 되고, 임금도 매년 상승하여 근로자에게 유리하다.”라고 주장할 수 있다.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근로자는 좀 더 현실적으로 임금 피크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근로자에게 임금으로 분배하는 자원은 제한되어 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면 굳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거나 정년을 설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현재는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이고,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이다. 다시 말해 임금피크제는 회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또한 반대로 기업의 입장에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도 안 된다. 기업과 근로자는 운명공동체다. 지금부터라도 소모적인 갈등을 멈추고 서로 협력하여 현재의 임금체계를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개편해 나가야 한다. 또한 정년 60세가 우리 조직 내에 큰 문제 없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나이 많은 팀장이 직책을 내려놓고 팀원으로 일할 수 있는 의식구조의 변화도 함께 따라가 줘야 한다. 이러한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이 되어야 지금의 60세를 넘어 65세 이상으로 높아졌을 때에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보통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는 당면한 현안에 몰두한 나머지 인재확보나 관리에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 저성장 시대의 효율적인 인력운영 방안에 대해 말해 달라. ■ 단적인 예로, 보통 음식점들이 장사가 안 되면 제일 먼저 취하는 액션이 사람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을 한 명 두 명씩 줄이다보면 자연히 서비스가 떨어져 결국에는 문을 닫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기업 경영도 같은 이치다. 멀리 보지 못하고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에만 급급하다 보면 가까운 미래에 더 큰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위기 상황이라고 하면 비용부터 줄이고 보는, 이른바 비용축소 전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전략은 지금과 같은 상시위기의 시대에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과 원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저성장 시대의 인재육성 방향과 중점 과제에 대해 짚어 달라. ■ 아직도 HRD 역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HRD는 HRM의 한 부분이다. 즉, 인재를 확보·유지·평가·보상하고 난 그 다음이 개발로, HRM의 하나의 부분일 뿐이다. 다시 말해, HRM의 전략과 연계(Alignment)된 교육을 시켜야 하는데, 많은 기업들이 이와 상관없는 전혀 다른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위 이름난 강사나 뜨고 있는 프로그램들로 교육 커리큘럼을 짜는데, 이런 교육들은 조직의 성과를 끌어 올리는 데에 한계가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황 때만 되면 경영진들이 가장 먼저 HRD 존재 이유를 운운하는 것이다. 앞으로 HRD는 전체적인 HRM의 전략하에서 직무분석을 바탕으로 구성원에게 당장 필요한 교육, 즉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HRD는 HRM의 서브 개념으로, HRM과 연계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들어 부쩍 조직문화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방안에 대해 조언해 달라. ■ 조직문화는 조직설립 단계에서부터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적으로 형성된 결과이기 때문에, 단번에 바꾸려고 해서는 안 된다. 조직문화는 기업의 내적 환경이다. 따라서 환경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단계를 밟아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기업문화는 가정의 가풍과 같은 것으로, 즉 가풍을 만드는 이가 가장인 것처럼 기업의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은 오너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최근 직무급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직무급을 도입하려는 기업에게 조언을 한다면. ■ 직무급이 가장 최선이고, 모든 회사가 직무급을 도입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사실 ‘직무급’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엄청난 이견이 존재할 것이다. 가장 쉽게 직무급이 직무 또는 직종을 근거하여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라 정의한다면, 국내에서 고려하는 ‘직무급’은 ‘직무·역할급’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최근에는 단순 직무만을 가지고 보상을 결정하는 회사가 거의 존재하지 않고, 직무와 역할을 함께 고려하여 보상을 책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사부서장의 보상은 인사라는 직무 또는 기능과 부서장이라는 역할을 함께 고려하여 보상을 구성한다. 보상은 많은 부분이 연결되어 있다. 속인적 요소, 담당 업무 및 조직에서의 위치, 성과, 내·외부 인력시장 상황, 경제 상황, 회사의 재무상태 등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 여기서 우리 회사에서는 어떠한 요인을 고려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결정요인을 고민하고 나면, 향후 우리 조직이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를 분석하는 작업도 병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90% 매출이 해외에서 창출될 것이고, 이를 위해 해외인력이 주가 되는 회사로 전환하려고 한다면, 그러한 인력들이 익숙한 ‘직무·역할급’을 도입하는 것은 너무도 적절한 수순일 것이다. 다만 국내기업은 직무에 따른 책임과 권한이 익숙하지 않아 새로운 변화에 따른 고통이 수반이 될 것이다. 최근 급변하는 경제상황에 과거 다단계 직무급 형태가 더 이상 맞지 않다고 이를 개선하는 선진기업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굳이 ‘모 아니면 도’라는 접근보다 우리 조직에 맞는 형태를 선택하고, 이러한 선택이 미치는 다른 영역까지도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무급이라는 것은 단순 보상영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하는 방식, 조직형태, 평가방식, 경력개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전체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업의 HR담당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인사담당자의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점점 강조되고 있다. 특히 현재 우리 조직이 비즈니스 차원에서, 조직 및 인력운영 차원에서 어느 수준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하여야 한다. 정말 심각한 상태인지, 아니면 개선되고 있는지, 아니면 점점 나빠지고 있는지. 더불어 동종업체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왜 그러한 결정을 했는지, 결국 성취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이를 인사전략에 반영할 수 없게 되고, 인력이 경쟁력 우위의 근원이 되는 현 시점에서는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또한, 인사담당자들은 변화의 중심에 서야 한다. 과거부터 인사부서가 변화이행부서의 위치에 있다 보니 변화의 방향이 정리된 후에 상황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변화의 중심이 되는 것은 이러한 변화가 가능한지, 변화에 대한 수용도와 준비도는 어떠한지, 변화가 임직원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해관계자 별 접근과 커뮤니케이션 시나리오는, 변화로 인하여 가장 많은 것을 잃는 집단과 이에 대한 대비책은, 이득을 얻는 집단과 이들에게 주의를 하여야 할 부분은, 변화가 실패할 경우까지 모든 것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인사담당자들은 철학이 있어야 한다. 진성리더십으로 요약이 가능할 것 같은데, 즉 자신과 구성원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조직과 세상을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한 곳으로 변화시키는 사람이 HR을 맡아야 한다. 가령, 자신의 단점이 급한 성격이라고 하면, 상대와 소통하는 데 있어 말부터 앞세우기보다는 의식적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말을 하는 등의 훈련을 통해 스스로를 한 단계 높이는 사람이 HR업무를 할 수 있는 자질이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후배들에게 많이 주문하는 말인데, 인사담당자 옆에는 항상 사람이 있어야 한다. 식사도 항상 타부서 사람들과 함께 할 정도로 먼저 손 내밀어 이야기 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HR을 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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