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창조경영

 3년 전쯤 일이다. 여러 명이 모여 주문하면 가격이 떨어지는 소셜 구매 모델에 관심이 많았던 K사장이 한 마케팅회사에 ‘소셜마케팅’을 요청했다. ‘치킨 두 마리 주문하면 한 마리 공짜’ 같은 자극적인 문구 로 한 시간만 소셜미디어에 노출해 달라는 것이었다. ‘실제 배달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에 K사장은 걱정 말라며 재촉했다. 결국 그 치킨 프랜차이즈는 거의 망할 뻔했다. 배달 가능 물량의 세 배가 넘게 주문이 몰리면서 하나도 제대로 배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비즈니스 공간인 오프라인이 아직은 규모가 작은 온라인 상거래에서 새롭게 생겨나는 비즈니스 관행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일이 늘고 있다. 온라인 독주 땐 기존 사업 위험  지난달 11일 중국에서 열린 ‘1111’ 행사에선 하루 동안 우리 돈 22조 원어치의 거래가 있었다. 하루 주문된 배송물량만 6억 8,000만 건이었다. 대단한 성과지만 문제는 이것이 전부 온라인 물량이라는 것이다. 의류 등 할인상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한 소비자들이 백화점이나 길거리 매장을 찾지 않는 일이 한 달간 벌어졌다.  온라인의 독주가 때로는 오프라인 사업의 붕괴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깊어지면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모델이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제대로 연계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모델이라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온라인에서 주문이 이뤄지면 본사가 아니라 가장 가까운 곳의 매장이 이 온라인 물량을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다. 반품이나 애프터서비스도 해당 매장이 관리한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언제든 가까운 곳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 좋고, 오프라인 매장도 온라인의 성공에 힘입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정부가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으며 ‘O2O 규제를 풀어 한국형 에어비앤비를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맥락을 보면 정부가 O2O 모델을 잘 알고 있다기보다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O2O 모델이 뜨고 있다니 이참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규제를 풀어 이 분야 사업을 열어주겠다는 뜻이다. 온·오프라인 연계 가치 찾아야  숙박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 차량공유 서비스인 우버 등이 대표적인 O2O 모델들이다. 오프라인에 흩어져 있는 개인의 집이나 차를 온라인에서 묶어 남들이 이용하게 해주는 서비스다. 오프라인 방식으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는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그런데 전문적인 플랫폼업체가 이런 정보를 제대로 골라 모아놓고 온라인으로 서비스를 하게 되면서 그 효율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너무 단순한 모델로 보이지만 수조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한 것은 바로 그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O2O 모델의 성장 가능성이 최근 잇달아 확인되고 있다. 식당들을 묶어놓고 온라인으로 배달 서비스를 하는 배달의 민족, 부동산 매물 정보와 부동산중개업체 5,000곳을 모아 온라인으로 서비스하는 직방이 최근 각각 400억 원, 380억 원의 투자를 받은 것이다. 골드만삭스 계열 사모펀드(PEF)인 골드만삭스PIA 컨소시엄으로부터였다.  국내 상거래시장에서 오프라인은 930조 원, 온라인은 50조 원이다. 현재는 그 교집합이 O2O 시장이지만 최근 추세를 보면 두 시장의 합집합으로 바뀌게 돼 있다. 내년 화두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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