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창조경영

채리어트(Chariot)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설 통근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벤처기업이다. 평일 출퇴근 시간에만 15인승 밴을 통근버스처럼 운행하는데 주로 공공노선버스가 잘 연결되지 않는 곳을 다닌다. 스마트폰 예약 기반이기 때문에 승객은 원하는 곳에 단거리로 갈 수 있고, 회사는 운행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채리어트는 2014년 3월 창업한 후발 주자인데도 라이드팔, 리프, 나이트스쿨 등 선발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 교통당국으로부터 합법 서비스로도 인정받았다. 이미 300만 달러가 넘는 투자를 유치했고 시민들로부터는 ‘구글 버스’라는 찬사까지 듣고 있다. 벤처는 국회가 법으로 가로막고 국내에서 막 시작된 비슷한 서비스인 ‘콜버스’는 그러나 찬사는커녕 승객을 빼앗긴 택시·버스 업체들의 반발로 한바탕 곤혹을 치렀다.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법령이 없어 적법성 논란도 일었다. 다행히 지난달 22일 국토교통부가 콜버스를 허용하기로 했다. 사실 이 같은 서비스가 콜버스가 처음은 아니다. 수년 전 뜨거운 논란을 낳았던 ‘e버스’가 먼저 있었다. e버스는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회원 수가 5,000명을 넘는 등 화제를 모았던 혁신적인 서비스였다. 새벽 1시부터 4시까지 노선버스가 잘 다니지 않는 구간을 수시로 운행했고, 차비도 2,000~3,000원으로 택시비보다 아주 저렴했다. 그런데 기존 광역 버스회사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당시 국토해양부가 ‘동일 집단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을 전세버스에 태워 일정 노선을 다니면 불법’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운행이 중단됐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e버스 합법화의 기반이 마련됐지만 면허를 내줄 지방자치단체들이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e버스는 좀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참 잘나가던 벤처기업이 새로 생긴 법령 때문에 하루 아침에 문을 닫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서울대 재학생들이 창업해 1년 만에 누적 거래액 300억 원을 넘은 온라인 중고차경매회사 ‘헤이딜러’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2월에 통과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에는 ‘자동차 경매를 하려면 경매장을 반드시 개설하도록’ 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 사업을 하고 있는 온라인 자동차경매업체가 곧바로 불법 업체가 돼 버린 것이다. 창조경제를 뒤늦게 법으로 막는 반칙이 공공연히 저질러지고 있는 것이다. 개업은 정부가 규제로 틀어쥐고 창업뿐 아니다. 퇴직자들이 ‘사업’이라고 벌이는 소위 ‘개업’에도 정부 규제가 관여한다. 세계 곳곳에서 되는 개업이 한국에선 안 되는 현실을 모두가 목격하고 있다. 집에서 노는 차를 택시처럼 운영할 수 있는 ‘우버’나 빈 방을 외국인 등에게 단기적으로 빌려주는 ‘에어비앤비’ 같은 서비스가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고 있지만 한국에선 하면 안 된다. 우버는 이미 불법이 됐고 에어비앤비는 특정 지역에서만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한다. 오지랖 넓은 정부가 어버이처럼 온갖 규정을 새로 만들어 지도하려고 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창업도 개업도 못 하게 하는 것을 능사로 아는 것 같으니 한심할 뿐이다. 기존 이해집단의 반발이란 어디에나 있다. 그럴 경우 기존 서비스와 새로운 서비스가 경쟁하도록 하는 게 정부 역할일 것이다. 정치권이 이런 상황에서 법에 손대는 것은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 법의 타락은 경제를 망쳐도 크게 망친다. 경제적 자유가 사실상 억압받고 있는 이 현실에서 누가 창업하고 개업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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