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insight

창의력은 과연 무엇일까? 창의를 경영철학으로 강조하고 있는 기업들은 많은데 그 실체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는 직장인은 많지 않다.『심리학사전』(H.Eysenck,1972)에 따르면 ‘새로운 관계를 보는 능력, 전통적인 사고패턴에서 일탈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비슷하게, 창의력의 대가 칙센미하이도 ‘변화 이전에 예측하고, 무관하게 보이는 사건들을 연결하며, 뜻밖의 새로운 적용규칙을 만들어내는 능력’ 이라고 말한다. 종합하면 창의력의 핵심은 ‘새로움’ 그리고 ‘패턴 파괴’다. 실제로 직관이 번뜩일 때 뇌의 변화를 촬영했더니 ‘새로운’ 의미있는 지식이 투입되는 순간 뇌세포의 물리적인 ‘재배열’이 순식간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창의력은 無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와 같이 기존의 지식이나 패턴을 새롭게 변형시켜 독창적인 가치를 만드는 경우가 더 많다. 왜 창의력이 중요해지는가? 글로벌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만들기 위해, 또는 미래성장 모델로서 신사업 창출을 위해 창의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너무 뻔한 답이 될 것이다. 이번 알파고와의 바둑대결을 통해 직감했듯이 인류는 곧 ‘제2의 기계시대’를 맞게 된다고 한다. 미래는 기계를 활용하는 것이 아닌, 기계(또는 로봇)와 인간이 협력해야만 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최근 알파고는 지난 150여 년간 인간 국수들이 전수해온 게임패턴을 거스르는 새로운 바둑을 보여줬다. 이를 보는 우리들은 기계에 패했다는 심리적 거북함과 함께 스스로의 고정관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진 것 같다. 그런데 ‘모라벡의 역설’에 따르면 사람으로서 불가능한 천문학적 단위의 계산이나 복잡한 논리를 푸는 것이 컴퓨터에게는 매우 쉬운 반면,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보고, 듣고, 느끼고, 움직이고, 인식하고 구별하는 일상적인 행위들이 컴퓨터에게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에 고릴라를 입력했더니 흑인 여성이 떴다는 일화가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기계의 장점과 인간의 장점이 만나 윈윈할 수 있는 최적점을 찾는 데 인간의 창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교육학적으로 정리해 보자면, 인류가 배워야 할 것들에는 인지영역(Cognitive domain: 합리적 지적 사고영역), 정서영역(Affective domain: 심리적 사고영역), 정신운동영역(Psychomotor domain: 신체와 머리를 같이 사용하는 영역)이 있는데 로봇은 아직 정서영역과 정신운동영역은 인간에 수준에 많이 못 미친다(미래에는 이 영역도 따라오겠지만…). 따라서 인간 본연의 오감/정서영역 및 현장 출장 등 정신운동영역을 적극 활용하는 업무들이 인간의 업무로 남게 되고, 단순 반복적이거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주로 하는 책상물림 직무는 로봇이 물려받게 될 것이다. 그중에 회계사, 기자, 변호사, 관리자 등의 화이트칼라가 해당된다는 것은 직장인들에게는 매우 위협적이며 이들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MIT대 매카피 교수는 오감과 신체를 동시에 쓰는 블루칼라가 미래 전망이 더 우수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미래에는 ‘정서 및 신체와 결부된 창의력’은 인간들이 갖고 있으면 좋은 능력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이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창의성이 높을까? 이 질문에 답하자면 창의성의 유형을 나눠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창의성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수렴적 창의다. IQ테스트 의해 측정 가능하며, 정답이 있는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말한다. 창의적 문제해결력이라고도 한다. 이번에 알파고가 바로 수렴적 창의의 본보기를 보여줬다. 두 번째는 확산적 창의다. 스스로 문제를 만들 수 있으며, 합의된 해결책이 없고 특별한 관점 및 연관성을 발견해내는 능력을 말한다. 최근 신사업 창출을 모색하는 모든 기업들이 갈구하는 것이 바로 확산적 창의다. 왜냐하면 이것이야 말로, 직원들이 스스로 독창적으로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연구과제로 승화시켜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앞으로 인류가 기계를 능가하며 독점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은 어떤 창의성이 높을까? 어떤 외국인은 우리나라의 방물장수가 자전거에 수많은 물건들을 요리조리 싣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한다. 즉 한국인은 어떤 문제가 주어지면 이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수렴적 창의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문제를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 확산적 창의력은 낮다고 한다. 일례로 구글 사장의 말을 빌면, 한국은 구글이 실패한 국가이며 ‘(검색창만 주어지는 구글 초기화면에서) 한국인은 주어진 부가정보 없어 검색어 입력을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즉 질문/문제를 만들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분야의 창의력 개발에 시급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로봇의 취약 분야인 신체를 활용한 정신운동영역의 창의성(젓가락 활용 등) 그리고 人情으로 표현되는 정서영역의 감수성이 우리 국민에게 높은 것은 정말 다행이다.

확산적 창의력 제고를 위해 기업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딥러닝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면 결국 기술이 사람의 수준을 추월하는 특이점(싱귤래리티)이 올 것이다. 그러나 인간 수준의 기계가 인류를 대체할 미래는 아직 좀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인간도 꾸준히 기계와 협력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해 창의성을 개발해야 한다. 칙센미하이는 그의 책,『창의성의 즐거움』에서, 창의적 결과물은 영역, 개인, 현장이란 3박자의 능동적 상호작용을 통해 나온다고 했다. 첫째, ‘영역’이란 문명이란 이름 아래 인류가 공유하는 지식체계(예: 수학, 미술 등)를 말한다. 대부분의 창의활동은 지식의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존의 것을 변화 발전시킬 때 가치를 부여받는다. 아이디어는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진 노력의 결과다. 마치 알파고가 한 사람이 삼천년 동안 학습해야 습득할 수 있는 분량의 기보 학습을 통해 축적한 지식들을 통해 다음 수를 계산하듯 말이다. 둘째,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는 ‘개인’이 있어야 한다. 대개의 연구들은 이러한 특정 개인의 타고난 특성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셋째, 그러나 아무리 개인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도 이를 평가하고 선발하는 ‘현장’(해당 영역 전문가, 기업, 정부 등)에서 가치를 간과한다면 결국 폐기되고 만다. 고흐의 그림이 생전에 인정받지 못한 것이 바로 그 이유다. 그래서 칙센미하이는 ‘창의란 것은 개인적인 성취보다는 전체 조직 차원에서 발현돼야 더욱 빛을 발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선발된 산출물을 후배들이 습득하여 더 새로운 산출물을 만들면서 영역은 점점 더 전문화된다. 따라서 창의적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조직 차원의 지원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래야 선대의 창의적 산물이 또 다른 창의적 산물의 토양이 되는 선순환을 거듭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기업이 창의적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들이 필요한데, 칙센미하이의 조언을 반영하여 HR, HRD, 리더 영역으로 나눠 기술해 보았다. 1) HR의 역할: 창의적‘개인’의 선발 및 관리력 제고 창의인 채용 시스템이 필요하다. 요즘 각종 매스컴에서 창의적인 덕후들이 많이 소개되는데, 이들은 자기 분야에만 몰두해 있어서 사회관계나 시험성적에 관심을 덜 쏟아 일반채용에서 걸러질 확률이 높다. 주커버그, 잡스와 같은 덕후들이 미래의 세상을 이끌어 간다고 전망할 때, 우리 주변의 덕후들을 특별채용, 관리하는 시스템을 연구 해봐야 한다. 기업 홈페이지를 통해 이들과 지속적인 소통하면서 역량을 간접적으로 사전 검토해 본 후 채용으로 연결시키는 외국기업 사례도 있다. 특히, ‘제2의 기계시대’를 제대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기술-인간 조화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덕후 채용도 유용할 것이다. 둘째, 특화된 창의인 관리가 필요하다. 창의력에는 성별 차이가 없다. 다만 창의력이 높은 사람의 특징은 있다. 독립적, 자기의존성, 지배성, 비판성이 강하고, 충동성, 규범이나 권위에 도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대개는 신입사원 교육 시 희석시키려고 하는 인성들이다. 그러나 앞선 기업 중에는 이런 성향이 있으나 창의력을 겸비한 직원들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보다는 조직적으로 이들을 관리하는 곳도 있다. 2) 기업교육의 역할: 전문‘영역’지식의 습득 및 연구 첫째, 확산적 창의력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대개의 경우 창의력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라 믿어 후천적인 창의력 개발에 큰 기대를 갖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연구결과 창의력은 학습될 수 있다고 한다. 진정한 창의적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창의교육’을 게을리하지 않되, 기계가 더 잘하는 창의성과는 다른 확산적 창의성 개발을 교육목표로 해야 한다. 둘째, 전문 영역에 대한 정통한 이해가 필요하다.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려면 이 세상에 무엇이 없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즉 창의력은 기존 지식을 통달해야 하므로 폭넓은 지식창고를 갖고 있다는 것은 어느 순간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분출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은 따라서 각자 개인 관심 분야를 가질 것을 독려하고, 이에 대해 사내교육이든 외부교육이든 자기개발의 기회를 주어 관심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스스로 습득하게 하고, 관심분야 프로젝트도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구글이 20% 룰을 실시하는 것이 그 일환이라 할 수 있겠다. 주5일 근무라면 주당 하루의 개인 연구시간을 허락하는 셈이니 꽤 많은 시간을 주는 셈이다. 3) 리더의 역할:‘현장’의 수용적인 조직문화 구현 거름망이 너무 촘촘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개인의 아이디어를 무시하지 않고 다양성과 개방성을 갖고 검증하는 조직문화 조성이 필요하다. 인텔은 특혜나 권력이 창의성을 저해시킨다는 취지 아래 임직원의 차별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권위주의적인 성급한 평가는 전통적인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창의적이면서도 실용적인지를 평가하되 리더 개인의 잣대로 평가하기보다는 다양한 전문가와 팀을 이뤄 평가하고, 아이디어 발상자의 생각을 존중하며, 때로는 판단을 보류하는 것도 권유된다. 픽사는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란 기업철학 아래, 창의성 보호를 위해 ‘집단’ 창의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개인 창의성에 초점을 두었지만 이를 수용하고 지원하는 집단의 검증 그리고 리더들의 승인과 지원이 있어야 비로소 위대한 창조물이 세상에 탄생하게 됨을 기업들은 유념하고, 이를 리더들이 실천하도록 인지시켜야 한다. 끝으로, ‘인공지능 로봇들을 부하로 삼고, 이들에게 목표를 주고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창의적 관리직 인간이 출현하지 않을까’라는 SF소설적인 예측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유료회원전용기사

로그인 또는 회원가입을 해주세요. (유료회원만 열람가능)

로그인 회원가입
저작권자 © 월간 인재경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