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l 형원준 SAP코리아 대표

기존의 틀을 깨는 창의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재계 지도를 바꿔나가고 있다. ‘창의성’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역량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창의성은 단시간의 훈련이나 교육으로 길러질 수 있는 것일까? 전 세계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SAP의 한국 시장을 책임지고 있는 형원준 SAP코리아 사장은 주저 없이“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도구가‘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이라고 강조한다. 창의성 발현과 혁신을 위한 방법론으로 디자인 싱킹을 주목해야 한다며 디자인 싱킹 전도사를 자청하고 나선 형 사장을 만났다. 혁신은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어떤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혁신은 그저 어제라는 과거보다 한 걸음 앞서 가는 데 있다. 혁신은 요원한 것이 아닌 어제보다 한 걸음 앞서 가는 것 요 몇 년 새 매스컴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뭘까? 아마도 ‘창의’와 ‘혁신’이 아닐까 싶다. 더욱이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경영환경 속 기업의 입장에서 창의와 혁신은 이제 빼놓고 논할 수 없는 경영전략 그 이상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창의와 혁신이란 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데 있다. 왜 그럴까? 먼저, ‘창의’와 ‘혁신’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자. 창의는 “새로운 의견을 생각하여 냄, 또는 그 의견”이라 되어 있고, 혁신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라고 적혀 있다. 문자 그대로만 보면, 창의와 혁신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단어다. 창의와 혁신을 강조할수록 뭔가 새로운 발전이 이루어져 가는 듯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창의와 혁신을 어려워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새로운, 완전히 바꾸어서’라는 표현의 중압감이다. 마치 기존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새롭게 바뀐 세상에서 살아야 할 것 같은 낯섦, 그리고 그 중심에서 자신이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부담감이 먼저 떠오른다. 창의와 혁신을 이야기 하는 것은 마치 오늘날 세계적으로 디지털 생태계를 바꿔놓은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잡스의 수준 정도가 되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혁신의 모습이다. 삼성전자에서부터 지금의 SAP코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경영혁신과 관련된 일을 해온 형 사장 또한 혁신을 지나치게 어렵고 고상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혁신이 안 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혁신은 지금껏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어떤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혁신은 그저 어제라는 과거보다 한 걸음 앞서 가는데 있다. 대한민국이 세계가 경탄하는 고속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남의 것을 빨리, 잘 베끼는 나름의 혁신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베끼는 것에 대해 일부 부정적인 시각들이 있는데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 시대에는 더 없이 잘한 선택이다. 나도 과거 삼성전자 재직 시절 회사생활의 대부분을 일본, 미국 등 선진 기업의 잘했다는 거 베끼는데 시간을 썼다. 그저 단순히 베끼기만 하는 게 아니다. 베끼면서 동시에 더 좋게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의 삼성전자가 있는 것이다. 꼭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만이 혁신이 아니다. 남의 아이디어에 내 아이디어를 더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 것도 혁신이다. 혁신의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모두가 다 스티브잡스가 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혁신을 위한 최고의 도구, 디자인 싱킹 따라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남의 것을 빠르게, 잘 베낀 것은 분명 잘 한 선택이다. 하지만 지금은 잘 베끼기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현 정부가 창조경제를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형 사장은 창의성 발현과 혁신을 위한 방법론인 디자인 싱킹을 개인과 조직을 넘어 범 국가적차원으로 확대하게 되면 창조경제 구현도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우리는 그동안 주어진 문제를 풀어내는 훈련만 했다. 문제가 왜 문제인지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푸는 데 급급했기 때문에 갈수록 창의력과 거리가 생긴 것이다. 디자인 싱킹은 이러한 거리를 좁혀주는 즉, 창의성과 친숙해져가는 과정인 것이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면서 기업들은 세계 1등 상품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단기간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에서 벗어나 변화를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시장 경제로 이야기 한다면, 과거에는 근면 성실이 인재의 요건이었다면, 이제는 창의력 있고 협업적으로 혁신을 잘하는 인재를 뽑아야 한다. 일각에서 이제껏 근면성실형 인재를 키우는 데 집중했는데 어느 세월에 혁신을 가르쳐서 창조경제를 실현하느냐고 이야기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창의, 혁신을 진작시키기 위한 개인, 조직 나아가 범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이루어진다면 5년 내에 창조경제가 현실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를 가능케 할 도구는 디자인 싱킹이다.” 디자인 싱킹은 SAP의 창업자 하소 플라트너가 디자인 회사 IDEO의 혁신 사고방식에 영감을 받아 350만달러를 기부, 2005년 스탠퍼드대내에 디스쿨(institute at Design at Standard, D-School)을 세우면서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디스쿨(D-School)은 디자인 스쿨(Design School)의 약자로 전통적인 디자인을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라 혁신과 창의 사고를 디자인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교라는 뜻으로, 관점과 경험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협력을 통해 문제를 찾고, 재정의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공부하고, 실제 적용을 통해 해결의 실질 방법을 찾는다. 형 사장은 “디자인 싱킹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최종 소비자가 경험하게 될 해결책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과정으로, 보통 공감(Empathize), 문제정의(Define), 아이디어화(Ideate), 시제품제작(Prototype), 테스트(Test) 5가지 단계를 거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사람들이 혁신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이러한 과정을 모르기 때문, 아니 보다 정확히는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혁신을 이끌어내는 과정 즉, 공감(Empathize), 문제정의(Define), 아이디어화(Ideate), 시제품제작(Prototype), 테스트(Test) 5가지 단계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첫 번째 단계가 상대방 입장이 되어서 진짜 문제를 찾는 공감(Emphasize)과 문제정의(Define)다. 진짜 문제를 찾는 제일 좋은 방법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다. 진짜 문제를 찾는 과정은 굉장히 명백해야 한다. 이게 진짜 문제인지 저게 진짜 문제인지. 우리는 스스로 창의적이냐 아니냐를 생각할 때 전구에 불 들어오는 걸 떠올린다. 즉, 일부 천재들의 반짝하고 떠오른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하는데, 그러나 인류역사상 거의 모든 혁신은 에디슨처럼 엄청난 양의시도에 의해서 하나를 건지는 식이었다. 우리는 그게 훈련이 안되어 있는 것이다. 천재가 아닌 평범한 사람도 양으로 승부를 하면 그중에 하나를 건진다. 이 또한 너무도 당연한 이치인데 그게 훈련이 안되어 있는 것이다. 디자인 싱킹에서는 참가자들이 특정 주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진짜 문제를 찾아낸다. 다음 단계는 아이디어화(Ideate)이다. 가능한 모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각기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디자인 싱킹을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학생이 제시하는 해결책과 은퇴한 공무원이 생각하는 해결책이 다르듯 각기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다. 여러 해결책을 모아 토론을 통해 시제품제작(Prototype)로 넘어간다. 여기서 디자인 싱킹이 강조하는 것은 빠른 실패다. 빨리 견본을 만들어 그 다음 단계인 테스트(Test)를 통해 해당 프로토타입의 실행가능성을 확인한다. 실패할 경우 다시 상상단계로 돌아가 과정을 반복한다. 원하는 결과를 도출할 때까지 끊임없이 실패와 개선을 반복하는 과정을 진행하게 된다. 빨리 견본품을 만들어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혁신을 가속화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당신은 창의적인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모르긴 몰라도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7살 유치원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 보면 다들 창의력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을 한다. 형 사장은 “7살 때 창의력 지수가 100이었던 사람이 40대가 되면서 10 이하로 줄어들게 되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창의력을 발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그렇고 기업에서도 우리는 그동안 주어진 문제를 풀어내는 훈련만 했다. 문제가 왜 문제인지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푸는 데 급급했기 때문에 갈수록 창의력과 거리가 생긴 것이다. 디자인 싱킹은 이러한 거리를 좁혀주는 즉, 창의성과 친숙해져가는 과정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 사장은 성인들도 디자인 싱킹 교육을 몇 달만 받으면 금세 혁신적인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미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들의 상상력으로 결정이 된다. 그 미래를 남에게 맡기고 예전처럼 따라갈 것인지, 아니면 주도해서 만들어 낼 것인지는 디자인 싱킹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달려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디자인 싱킹에 주목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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