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명정 롯데 정책본부 인사팀 수석

가모장(家母長)이 그저 연예인의 캐릭터에서 비롯된 유행어인지, 실제 우리 삶의 변모상인지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적어도 롯데는 시대의 선두에 여성을 세우는 일에 주저함이 없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그룹 내 여성 CEO를 배출하고 임원 3분의 1을 여성으로 채울 것”이라 선언하며 여성인재 육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제과를 모태로 성장해 식품, 유통, 건설, 유화에 이르기까지 기업이라기보다는 대한민국의 일상이 된 롯데에게 여성은 직원이자 고객인 동시에 기업의 생존을 판가름할 열쇠다. 어떠한 전략과 실천과제로 여성인재 경영에 앞장서고 있는지 손명정 롯데그룹 정책본부 수석을 만나 들어보았다. 롯데가 여성을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

롯데의 비전은 ‘Asia Top 10 글로벌 그룹’이다. 고객 중심, 창의성, 협력, 책임감, 열정이라는 5가지 핵심가치와 더불어 롯데의 비전을 완성하는 단어가 바로 ‘여성’이다. 신동빈 회장의 가치경영에서 시작된 ‘여성중심경영’에는 롯데만의 세 가지 관점이 있다. 첫째, 초고령화 사회, 경제활동 인구의 절대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여성 경제활동이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요건이 ‘여성인재 활용’이다. 둘째, 롯데 사업 포트폴리오의 80% 정도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기 때문에 여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기업에서 제대로 일할 수도, 성장할 수도 없다. 여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여성’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셋째, 남녀는 차이가 아닌 다름의 존재인데 한가지 방식을 가지고 있는 남성이 주도하는 조직은 경직될 수밖에 없다. 남성과 여성이 밸런스를 맞출 때 조직은 유연화되고 창의적일 수 있다. 공채 여성 비율 35% 이상 매년 달성, 여성임원 19명 배출 여성을 기업 성장의 열쇠라고 말하는 롯데는 ‘여성인력과 여성임원의 증가’를 통해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손 수석은 “롯데는 매년 35% 이상의 여성인력 채용을 달성하고 있다. 인재 확보의 측면에서 수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후 육성과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여성임원 수를 늘리고 여성 CEO를 배출하는 것이 롯데가 나아가는 방향이다.”라고 강조했다.

롯데는 2012년 공채입사를 통해 여성임원에 오른 사례가 최초로 등장한 이후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해 2016년 현재 19명의 여성임원이 활동하고 있다. 여성관리자 비율 30%를 달성하기 위해 계층별 교육 프로그램, 멘토링제도, 여성리더십 양성과정 등을 운영하며 매년 11월 열리는 WOW(Way of Women) 포럼을 통해서 그룹 여성 간부사원을 격려하고 함께 소통한다. 손 수석은 “여성인재를 중시하는 만큼 확보, 육성, 강화에 필요한 모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여전히 여성이 가정과 육아의 주축이기 때문에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가족친화경영은 필수다. 롯데는 여성가족부와 협력해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에 적극 앞장선다. 또한 여성을 우선 승진시키는 특화제도를 통해 여성관리자 양성을 빠르게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계열사 유연근무제 도입‘, 삶의 가치’를 높이는 기업 기업의 자양분이 되는 인재를 어렵게 확보하여도 이를 유지하고 키워내지 못하는 조직이라면 퇴보는 시간문제다. 특히 결혼과 출산, 육아를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직장을 포기하는 여성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가장 어리석다. 손 수석은 “롯데가 여성인력의 확보와 유지, 육성에 필사적인 만큼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에 맞는 지원을 펼치고자 노력한다.”고 말하며 대표적인 예로 자동육아휴직제도와 유연 근무제도를 꼽았다. 자동육아휴직은 3개월 출산휴가에 1년 육아휴직을 덧붙여 총 15개월 동안 출산과 육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이후 안정적인 복직을 위해 복귀 전 단계별로 가이드북, e-learning, 출퇴근 교육을 실시한다. 이는 일·가정 양립이라는 사회적 요구뿐 아니라 원치 않는 경력단절을 경험해야 하는 여성들의 육체적·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기업의 핵심자원으로서 가치를 보존하는 가장 실질적인 장치다. 또한 롯데는 2016년 1월 전 계열사에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총 5개 타입의 시차출퇴근 중 직원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시간대를 선택하도록 하고 팀별로 관리한다. 시행 6개월 차, 반응은 긍정적이다. 손 수석은 “자녀를 키우는 직원들에게 아침 30분, 1시간은 황금과도 같다. 직원의 아침과 저녁시간을 지켜주는 것이 곧 직장과 가정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롯데는 주 2회 ‘가족사랑의 날’ 제도를 통해 정시퇴근 문화를 빠르게 정착시키고 퇴근 이후의 시간이 더욱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양성위원회’를 통해 기업 제도와 문화 자생력 키울 것 2013년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 다양성 헌장’을 선포하고 숫자로 명시된 목표보다 임직원이 함께 공유하고 성장할 수 있는 인식 확산을 강조했다. 롯데는 다양성위원회(Diversity Committee)를 설립하고 현재 9개사, 2016년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성 지향 문화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기획, 영업, 해외사업 등 다양한 파트의 팀장 및 핵심 보직 임직원으로 구성된 다양성위원회는 각 계열사에서 여성인재 양성과 다양성 공유를 위해 필요한 부분들을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협의체로, 참여 인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다. 사내 육아 커뮤니티 활성화, 여성인재 직무 확대, 여성 전용 콜택시 지원 등 각 계열사별 추진과제뿐 아니라 여성네트워크 구축, 롯데어린이집 공유제 등 그룹 전체 추진과제를 아우르며 다양성 확산 문화를 이끌고 있다. 특히, 전국 15개 직장어린이집은 현재 계열사별로 이용이 분리되어 있지만 이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보다 효율적인 이용과 더불어 또 하나의 공유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손 수석은 “좋은 제도는 현실성과 자발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롯데는 다양성 헌장에 바탕을 둔 실천과제를 임직원 스스로 선정하고 이를 개선하는 과정을 통해 공유와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한걸음 뒤에서 돕는다. 현장의 목소리가 조화를 이룬다면 롯데가 지향하는 다양성과 창조성은 스스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단순히 기업 홍보를 위한 이벤트가 아닌 임직원 스스로 강력한 문화를 만드는 기업이 늘어나기를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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