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 ON GLOBAL REPORT

기로에 선 아베노믹스호 아베 일본 총리가 취임한 후 국내외를 향해 야심차게 천명한 경제정책이 아베노믹스다. ‘잃어버린 20년’을 벗어나 일본의 옛 영화(榮華)를 되찾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이었다. 높은 성원과 강한 의지 속에서 추진되었지만, 결과는 명목 GDP 500조 엔 전후에서의 모걸음질이었다. 이제는 ‘잃어버린 25년’으로 고쳐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는 2020년까지 600조 엔의 경제규모를 달성하겠다는 의욕적 비전까지 거듭 제시하였지만, 이 또한 국내외 반응은 무관심에 가깝다. 실제로 정권출범 4년째로 접어드는 올해 국내외의 평가는 날로 떨어지는 추세이다, ‘평가하지 않는다’는 쪽이 ‘평가한다’는 쪽을 크게 앞지르고 있으며,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지는 경향이다. 하지만 정작 아베 총리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5월 26일과 27일 이세시마(伊勢志摩)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을 앞둔 유럽 순방 기자회견에서 “(G7이) 세계 경제의 지속적이고도 강력한 성장을 향해 견인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자 한다.”는 정책협조를 피력하면서, “나는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즈니스 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 것이다. 그래서 개혁은 계속 단행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긍정적 정책평가, 부정적 성과평가 초기에 6할이 넘는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아베노믹스가 3년 후에 반토막으로 지지율이 추락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엔화의 평가절하, 마이너스 금리, 헬리콥터 머니 등 정부로서 가용한 단기처방전은 모두 동원하였지만, 경제재흥(經濟再興)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오히려 비정규직의 증가, 중소 내수기업의 경영난 등 사회계층 간의 격차 확대라는 부작용이 현재화되기 시작했다. 4년째로 접어들었지만, 기대했던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나 디플레 탈출의 공약(公約)은 그야말로 공약(空約)으로 끝나가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아베노믹스 경제정책 그 자체에 대한 평가는 좀 다르다. 국가 지도자가 20년이란 디플레경제를 탈출하겠다는 비전 제시와 그 실현 수단으로서 추진 중인 아베노믹스를 반대하는 일본인은 소수이다. 문제는 정책수단의 경제적 효과, 즉 가시적인 성과 유무를 둘러싼 평가 척도에 있다고 할 것이다. 적어도 일본인 입장에서 볼 때, 자국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육중고(六重苦) 해소정책은 올바른 방향이었고, 부분적이나마 지난 3년 동안 비즈니스 환경은 분명히 개선되었다. 엔화의 평가절하(平價切下)와 법인세 인하만으로도 가격경쟁력은 크게 강화되었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의 재가동이나 노동개혁, 재정확대 등은 이해관계 집단이나 조직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그 진척이 지지부진하다. 전임 총리와 주민, 노동단체와 후생노동성, 재무성 등 국내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TPP 또한 미국과 일본의 정치적 일정과 맞물려 국회비준 등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요컨대, 지난 3년으로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가시적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적으로나 리더십으로나 역부족이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처럼 국내의 걸림돌도 산재하고 있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일본의 가시적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경제대국 중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개선과 정책협조도 불가피하다고 본다. 중국 수출의존도가 GDP의 3%에 불과하다지만, GDP 성장률이 1%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과소평가할 수치가 아니다. 글로벌 경제시대에는 타국의 불행이 자국의 행복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웃 나라의 경제성장 둔화는 장기적으로는 자국의 수출감소, 실업증가, 재정악화 등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터널의 출구를 향하는 일본과 입구를 향하는 한국 최근, 한국에서는 일본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칫하면 우리도 일본처럼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경계와 근심이다. 80년대 이전이었다면, 일본화라는 용어도 좋은 의미였을 테지만, 지금의 일본화는 지난 25년간 정체된 경제, 노쇠(老衰)한 일본사회의 부정적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화를 건너뛰거나 그 기간을 단축할 수는 없는 것일까? 필자는 이전부터, 반면교사(反面敎師)로서의 일본 배우기를 지적하고 있다. ‘일본을 이기자’라는 극일(克日) 구호가 말로만 그치지 않으려면, 배일(排日)과 반일(反日)의 감정만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지일(知日)과 친일(親日)의 이성까지도 발휘하여야 한다. 서로를 알고 친하게 지내는 관계 속에서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한일 양국의 어른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이미 터널 속으로 들어선 지 사반세기에 가깝다. 그동안 탈출하고자 온갖 정책을 펼쳤고,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해 왔으며, 아베노믹스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한편, 한국은 일본이 벗어나고자 온갖 힘을 다하는 터널의 입구를 향하여 다가가고 있다는 불안감에 싸여있다. 일본이 그간 경험한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배우고, 우리의 실상을 반영하여 대응책을 세우고 실행한다면,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도 있고 고통의 짐을 줄이는 길도 열리게 될지 모른다. 탈출과 재흥의 엔진으로서 제4차 산업혁명과 인재육성에 주목 일본 정부는 2020년 동경올림픽의 해까지 GDP 규모를 현재의 500조엔에서 600조 엔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달성을 위한 주력 엔진으로서 제4차 산업혁명에 주목하고 있다. 즉 미래의 먹거리로서 인공지능, IoT, 로봇, 빅데이터 등의 시장을 선점하고자 산관학(産官學) 공동으로 전략과 정책 입안에 지혜를 모으고 있다. 제3차 산업에서의 뼈저린 경험을 바탕으로 대반격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할 것이다. IT를 구사한 제3차 산업혁명에서 일본 전자업체들은 한국에게 완패의 굴욕감을 맛보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계 최강의 일본 전자업체를 삼성과 엘지 등은 어떻게 추월할 수 있었을까?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리더의 비전과 전략을 실현시킬 수 있는 직원들의 팔로워십과 역량의 우수함도 간과할 수 없다. 신입사원을 엄선하여 채용하고 채용한 직원은 직무변화에 상응하는 인재로 부단히 육성하는 가운데, 사내에서 육성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판단될 때는 과감하게 글로벌 탤런트 확보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인재 확보는 다가오는 제4차 산업혁명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기업 혼자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따른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는 최근 보고서「새로운 경제사회의 실현을 향해서」(4월 19일)에서 타파해야 할 5가지 벽을 지적하였다. 중앙부처, 법제도, 기술, 인재, 사회 수용이라는 각각의 벽이다. 벽을 허물어야 제4차 산업혁명에서도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는 논조다. 이는 한국에서도 그대로 지적될 수 있는 과제들이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에서는 지연사회(知連社會: Wisdom Network Society)의 중요성이 지적된다. 데이터, 정보, 지식, 지능, 지혜 등의 연결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의 개방적 문화, 개인의 오픈 마인드가 선결요건이지만 최근 한국사회를 보면 퇴행 내지는 역행의 느낌마저 든다. 국가 간, 회사 간은 말할 것도 없고 회사 내의 개인 간, 부서 간의 흐름마저도 단절되고 있다. 경쟁력의 원천을 둘러싼 ‘소통의 벽’이 높고 두터워지는 것이다. 이러한 벽은 한국 사회가 스스로 만들고 있다. 요컨대 공유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공개될 경우가 문제인 것이다. 언론은 비롯하여 SNS상의 온갖 비난과 인신공격, 기관의 사찰과 국감장 호출 등이 인적 자본의 질적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제4차 산업혁명의 밑거름이 될 지연(知連)사회를 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억압하고 있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과 인재육성에서도 반면교사가 아닌 벤치마킹 대상으로 일본을 배울 가치가 충분하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나려면 중국까지도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들 양국의 전략과 정책 등에 대한 조사연구와 대응책 강구가 필요하다. 끝으로 미래 글로벌 시장에서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견지에서의 동향파악과 의사결정이 요구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여 결과적으로 우리만 따돌림 당하고 그 여파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면 아베노믹스와 다를 바가 없다. 긍정적 정책 평가, 부정적성과 평가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려하는 일본화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각종 개혁과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정(勞使政) 대타협과 고통분담의 노력이 절실하다. 더불어 격변기일수록 조직의 지속적 확대 성장과 후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의 육성과 확보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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