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훌륭한 기업모델 우리는 회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주 5일 근무제가 됐다지만 절대 다수의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여전히 ‘회사 인간’이다. 일터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한국이 행복해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일터를 행복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일찍부터 이런 일에 관심이 많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신뢰경영을 창시하고 미국에서 ‘일하기에 훌륭한 일터(GWP:Great Workplace)운동을 벌였던 로버트 레버링이다. 레버링은 훌륭한 일터를 가능케 하는 조건으로 신뢰(trust), 자부심(pride), 재미(fun)를 들고 그 가운데 신뢰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았다. 레버링은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과 함께 연초 일하기 훌륭한 미국의 100대 기업을 뽑아 그 리스트를 '포춘 100'으로 공동 발표하고 있다. 그는 지난 80년대에 품질 좋고 값싼 일본 제품들의 침공으로 자신감을 상실한 미국 기업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불황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기업들을 찾아다녔고 그들의 공통된 3가지 특성을 모아 ‘일하기에 훌륭한 기업 모델’을 만들었다. 레버링이 불황에 끄떡없는 기업들의 비결로 꼽은 특성을 하나씩 보자. 먼저 신뢰란 상사와 부하간의 관계다. 부하가 상사를 믿을 수 있어야, 또 상사가 부하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어야 일터는 자신의 평생을 바칠 수 있는 곳으로 변한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을 갖는 것이다. 자기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도, 회사 조직적으로도 아무런 의미가 없을 때 일터는 괴로운 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같이 일하는 사람끼리 재미있고 즐겁게 일하는 것이다. 그런 재미가 없으면 일상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일터는 행복한 공간이 될 수 없다.

믿음과 자긍심, 그리고 즐거움 종업원들에게 모티브를 주고, 이왕이면 기를 살릴 수 있게 해주려면 그 방향도 이런 세 가지 카테고리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상하간의 믿음, 일에 대한 자긍심, 같이 일하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회사가 마련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정보의 공개다. 회사의 중요 정보를 같이 나눌 수 있을 때 종업원들은 자신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대접받는다고 느낀다. 이미 상당수 회사들이 시행하고 있어서 이미 당연해진 것 같지만 회사의 경영상황에 대해 자신들이 전혀 알지 못할 때 종업원들은 의욕을 잃기 쉽다. 이는 사내 인트라넷을 제대로 정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자부심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원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다. 비즈니스 파트너를 앞에 두고 ‘우리 부장님께 보고해보고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다’는 말을 할 때처럼 맥이 빠질 때가 없다. 회사 경영에 심각한 피해를 미치지 않는 한, 현장과 시장을 가장 잘 아는 실무자에게 대폭적인 권한을 이양해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재미있는 직장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많다. 소그룹 활동을 지원해주는 것, 시기 마다 이벤트를 만들어 실시하는 것 등은 많은 회사들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들이다. 부서마다 실시할 수 있는 것도 많다. 음주 회식 대신 공연을 같이 보러 간다거나, 점심을 근처 고궁에 가서 도시락 같이 먹는 행사로 꾸미는 것 등은 경제적이고 실속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존중하고 이해하고 돕는 문화, 일할 맛 나는 공간 이미 많은 회사들이 신뢰, 자부심, 재미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실시하고 있다. 전사원이 참여하는 경영정보설명회, 가족들을 초청하는 패밀리데이, 젊은 사원들의 참여도를 높이는 주니어보드, 사원끼리 맺어주는 멘토링, 서로 장점을 찾아내는 칭찬릴레이 등 수없이 많다. 그러나 종업원들의 기를 살리는 데는 이런 프로그램만이 꼭 중요한 것은 아니다. 생각해보라. 예전에도 체육대회가 있었고 가족들까지 참여하는 야유회도 있었다. 그리고 집들이 같은 행사도 회사 다니는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인 아니었나. 정말 중요한 것은 회사가 종업원들을 회사의 기둥으로 믿고 종업원들의 발전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프로그램도 그 본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 인간적인 대우는 꼭 금전적인 것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구성원들끼리 서로 존중해주는, 그리고 다른 부서의 일까지 서로 이해하고 돕는 문화가 형성되면 회사는 더욱 일할 맛 나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빠뜨릴 수 없는 것이 공정한 절차다. 연구에 따르면 일반 인식과 달리 사람들은 공정한 결과 못지않게 공정한 절차를 소중히 생각한다. 아무리 공평한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그 절차가 불공정하면 수긍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직원 기 살리기 프로그램이라면 모름지기 톱다운(top-down)이 아니라 버텀업(bottom-up)이 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어떤 프로그램을 도입하더라도 직원 만족도가 높아지고 참여도도 강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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