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INSIGHT

정년제도는 일정한 기간 동안 고용을 안정시켜 기업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고자 하는 목적에서 실시하는 제도로 보통 특정 나이를 정년 기준으로 정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 개정 이전에 대부분 평균 퇴직 연령은 55세 전후이었고, 평균 정년은 58.4세 정도이었던 상황에서 2013년 4월「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일부 개정하여 권고조항이었던 정년을 의무조항으로 바꿔 60세로 연장하였다. 그리고 이를 2016년부터 공기업,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하고, 2017년부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하도록 하였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정년제도의 변화를 추진한 국가들을 보면, 프랑스는 2018년까지 퇴직연령을 62세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독일도 법정 정년연령을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67세로 높이는 방안을 내놓았다. 일본은 이미 1998년 4월부터 60세 정년을 의무화하였으며 고령자 고용안정 개정법을 시행하여 2013년 4월부터 정년을 다시 65세로 하여 단계적으로 이를 연장하고 있다. 미국은 1966년 연령차별금지법을 제정한데 이어 1986년 정년제도를 아예 폐지하였다. 영국도 2011년 4월부터 65세 기본퇴직연령을 폐지하여 근로자와 고용주가 서로 원하면 나이에 관계없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영국의 경우 2006년 노동당 정부 시절에 처음 법정정년 폐지가 논의되었으나 기업의 노령화와 청년 실업을 심화할 수 있다는 반발로 무산되었다가 재정위기가 심화된 2010년 보수당 연립정부에서 법이 통과되었다. 영국의 경우 국민연금과 기업 퇴직연금 등 은퇴자를 위한 복지 수준이 높아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은퇴 시기가 늦어지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년연장과 관련하여 장년층과 청년 세대 사이의 일자리 갈등이 큰 이슈는 아니어서 우리나라와는 다른 상황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왜 많은 선진국에서 정년연장이나 정년폐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인구구조의 변화 및 작업장 평균연령의 상승을 들 수 있다. 2010년 기준 노인인구 비중은 일본이 22%로 가장 높게 나타나났고, 이탈리아 20.6%, 독일 20.5%, 영국 16.6%, 프랑스 16.5% 등으로 나타나며 우리나라는 11%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저출산고령화위원회에서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의 노인인구 비중은 38.2%로 OECD 주요국들 중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이며 일본 37.7%, 이탈리아 32.6%, 독일 30.2% 정도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작업장에서도 우리나라 생산직의 경우 평균연령이 40대 초반을 넘어 40대 중반에 들어섰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이처럼 인구구조와 작업장 인력 구성이 바뀌면서 과거보다 중장년 인력의 비중이 늘어나고 또 그만큼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보다 중장년 인력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국가 경제적으로나 개별 기업 입장에서도 중장년 인력을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하게 되었고, 따라서 중장년 인력에 대한 직무관리 및 임금관리의 효율성과 효과성에 대한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인구구조의 고령화와 더불어 정년연장이나 정년폐지 논의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요인은 저성장 경제기조이다. 비록 인구 고령화로 인해 중고령 근로자의 비중이 높아지더라도 경제가 고성장기에 있다면 성장잠재력을 통해 인구구조 중고령화의 충격을 어느 정도 완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저성장 경제기조로의 진입과 인구구조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중고령화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노동시장 개혁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정년연장 그리고 더 나아가 정년 없는 경영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첫째, 단지 중장년 인력에 대한 인적 자원관리 제도만 바꾸는 부분적인 개혁이 아닌 전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적자원관리 체계 자체를 개혁하는 전사적이고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기업에서 중장년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단지 중고령 인력에 대한 관리제도만 바꾸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인력 활용에 대한 틀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장년 근로자 활용의 문제는 단지 중장년 근로자들에 대한 인력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인력을 어떠한 관점에서 관리할 것인지의 문제이며, 따라서 전체 인력관리에서의 문제 해결 없이는 중장년 인력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임금피크제도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별도의 정년제도 없이 인력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중고령 인력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임금관리 등 인사관리가 직무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별도의 정년이 필요 없다고도 볼 수 있다. 즉, 나이에 상관없이 근로자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직무의 가치에 상응하는 임금을 받으면 되기 때문에 근로자의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중고령 인력을 활용할 필요성이 증대하면서 기존의 연공급적 성격을 가진 직능급을 성과 및 직무의 성격을 많이 반영할 수 있는 역할급이라는 임금체계로 바꾼 경험을 가지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도 중고령 인력을 고용하는데 추가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사적으로 임금체계를 비롯한 인사관리 체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 임금체계에 있어 특히 중요한 부분은 기존의 경직적인 연공성이 강한 임금체계를 약화시키는 방식일 것이다. 임금의 연공성 완화를 위해서는 대안적인 임금체계가 직무급이든 역할급이든 혹은 숙련급이든 기본급 결정원리를 명확하게 하고 근로자의 성과를 임금수준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연공성 완화 방안에도 어느 정도의 방향성은 필요하다. 즉, 입직 초기에는 어느 정도의 연공성을 인정하는 것이 대부분 임금체계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이 시기는 외부노동시장에서 내부노동시장으로 전환되는 시기이며, 따라서 기업 특수적 숙련을 형성하고 기업문화에 적응하며 해당 기업의 내부인력으로 전환되어 가는 시기이다. 이때는 개별적 성과에 의한 변동성보다는 안정적인 근로조건 하에서 향후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축적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 이후에는 임금곡선에서 연공성을 약화시키고 성과에 의한 변동급 비중을 높여 나가는 것이 방법이다.

둘째, 점진적 퇴직관리다. 점진적 퇴직관리는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제활동 주기 후반부에 중고령 근로자들이 근로시간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면서 점차적으로 퇴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득감소는 별도의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보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일반적인 퇴직과정은 근로 혹은 퇴직이 일정한 시점을 기준으로 상호 단절적으로 이루어지는 데 반해 점진적 퇴직에서는 일정한 기간에 걸쳐 근로와 퇴직이 병행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차이점이 있다. 이러한 점진적 퇴직제도는 1976년 스웨덴에서 처음으로 도입되었고, 현재 EU 회원국들 가운데 10개국 정도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점진적 퇴직제도는 신체적 노화에 따른 작업부담을 완화하고 별도의 소득보충을 통해 중고령 인력의 장기근로를 유도할 수 있는 중요한 유인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인력수급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고, 노동생산성 유지나 인적자본의 상대적 가치 하락 방지, 그리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손실을 별도의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보충함으로써 기업 차원에서의 추가적인 비용 발생이 필요 없는 등 긍정적인 장점을 가진다.

독일의 한 기업의 점진적 퇴직제도의 경우 기본블럭형, 변동블럭형, 동일시간형, 불규칙형 등 4가지 형태의 점진적 퇴직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점진적 퇴직제도를 적용받게 되면 55세부터 60세까지 근로시간은 50% 정도 줄어들고 임금도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독일 정부가 청년실업 완화와 고령자 고용안정 차원에서 지원금을 약 10% 정도 지급하여 임금삭감을 완화한다. 또한 기업에서 별도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개인적으로 그동안 적립한 연장근무시간을 금전으로 환산하여 이 기간에 추가적으로 지급받는다. 따라서 실제 근무 시간은 50%로 줄어들지만 임금수준은 약 70-80% 수준까지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셋째, 근로자의 연령에 따른 직급관리 및 직무관리의 필요성이다. 연령에 따른 직급관리는 임금의 연공성 완화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요소이다. 어떠한 기본급 임금체계를 도입하더라도 직급관리가 연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임금제도 역시 연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년연장 및 정년 없는 경영을 위해서는 명확한 직급규정 및 엄격한 승진관리가 필수적이다. 나이 어린 후배가 팀장직을 수행하더라도 나이 많은 선배가 팀원으로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년 없는 경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령에 따른 직무관리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나이에 상관없이 개인이 담당하는 직무 및 성과에 따라 임금이 지급되는 형식으로 직무관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다만 연령대별 특성을 고려하여 청년층은 숙련보다는 진취적이고 미래에 대한 투자가 될 수 있는 직무를 맡고 중고령층은 기존에 축적한 숙련을 활용, 조직에 대한 이해에 기반을 둔 업무들을 배분하는 연령 적합 업종의 개발 및 이에 따른 업무 배분이 중요하다. 이제 100세 시대는 공상과학 소설 속의 허구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가까운 미래에 일본처럼 기업에서 먼저 중고령자를 고용하려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중고령 근로자를 고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중고령자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중고령자에 대한 점진적 퇴직관리를 비롯한 중고령자 인력관리 문제와 전사적인 직무 및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선결과제가 남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산적한 과제들을 극복하고 근로자의 나이가 아니라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에 따라 일하고 일한 만큼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미래의 일자리 세계를 준비하고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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