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훈의 인재경영

교세라의 창립자 이나모리 가즈오는 인재도 물질처럼 자연성(自燃性), 가연성(可燃性), 불연성(不燃性)의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스스로 불타오르는 인재가 있고, 주변의 영향을 받아 타오르는 인재가 있고, 어떻게 해도 타오르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나 몰입해서 일하는 인재들을 자연성 인재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소수에 불과할 자연성 인재만을 바라보며 조직을 운영할 수는 없다. 조직은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최대한 많은 구성원들이 열정을 불태우고 더 나아가 일에 영혼을 담으며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때 구성원의 만족과 몰입을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물론 일을 통해 구성원들이 경제적 문제와 생활의 안정 등 기본적 욕구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함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그것은 첫 단추일 뿐, 몰입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후한 보상과 복지제도, 그리고 안정성을 자랑하지만 일 자체의 의미가 없는 조직을 생각해 보자. 구성원들이 그 조직에 머물기를 바랄 수는 있겠지만, 일에 영혼을 담지는 않을 것이다. 이른바 ‘신의 직장’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구성원들의 몰입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구성원의 몰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 처우 개선과 더불어 무엇보다 수행하는 일 자체와 수행 과정이 구성원들에게 높은 차원의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그와 함께 몰입의 장애물들을 과감히 솎아내야 한다. 이를 위한 조직의 과제를 생각해 보자. 도전적인 일과 참여 기회 부여 맛없는 음식을 맛있게 먹기 어렵듯, 누구나 할 수 있는 따분한 일을 하며 흥미와 몰입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의 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 보드(The Conference Board) 역시 구성원들이 보이는 낮은 몰입의 이유 중 하나로 다양성과 도전성이 부족한 일을 꼽았다. 조직은 열심히 하라는 독려 이전에 일 자체를 ‘맛있게’ 요리하는 솜씨 있는 요리사가 되어야 한다. 피터 드러커는 몰입도가 높은 구성원과 유사한 개념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구성원(Responsible Worker)’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그런 구성원들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도전적인 목표와 과업의 부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도전적 목표의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성과는 물론, 기량과 업적에 대한 구성원의 자부심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조직과 리더는 개인의 잠재력을 고려한 도전적 목표를 부여하여 구성원들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성취감과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을 맛 볼 수 있도록 일을 설계해야 한다. 구성원 역시 도전적인 과업의 수행이 높은 수준의 인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임을 알고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도전적 목표와 참여 기회의 조화, 그리고 건전한 실패의 인정이다. 달성이 버거운 목표나 일을 일방적으로 부여하고 실패는 전혀 용납하지 않는다면 몰입을 유도할 수 없다. 과업의 설계와 목표 설정부터 구성원을 참여시키고, 건전한 실패에는 패자부활의 기회를 줄 때, 어렵더라도 ‘나의 일’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도전하며 몰입할 수 있다. 창업자 저커버그(M. Zuckerberg)를 중심으로 ‘해커(Hacker) 정신’을 표방하고 있는 Facebook 사는 6~8주 주기로 ‘해커톤(Hackathon : hacker + Marathon)’이라는 행사를 열고 있다. 구성원들은 스스로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팀을 구성하고, 해커톤이 벌어지는 그날 밤을 꼬박 새워 일하면서 아이디어의 실행 방안을 만든다. 밤새워 일하는 것은 힘들고 시간 제약도 있지만 자신이 구상한 내용을 현실화할 기회를 얻을 수 있어 호응은 매우 높다고 한다. 물론 모든 시도가 성공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그러나 타임라인, 채팅 등 주요 기능이 이 해커톤을 통해 비롯되었을 정도로 이 행사는 단순한 상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또 한편으로 해커톤은 자발적으로 기획한 아이디어를 구현해보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구성원의 의식 속에 도전정신과 자발성을 자연스레 배양하는 도구이자 해커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의 맥락과 의미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 이제 그저 지시에 따라 관성적으로 열심히 일할 뿐인 인재를 두고 몰입 수준이 높다고 하기는 어려운 시대다. 지시에 앞서 경영자의 눈으로 스스로 조직에 기여할 바를 찾고 이를 일에 반영하는, 생각하는 힘과 결합된 몰입만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몰입이라 할 수 있다. 조직의 목표와 운영 방식에 대한 충분한 이해는 이런 깊은 몰입의 전제가 된다. 조직의 상황을 이해하고, 일이 동료와 고객에게 어떻게 기여하는지 알 수 있을 때 일의 중요성과 보람을 찾고 스스로 해답을 찾으며 몰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칙센트미하이(M. Csikszentmihalyi) 교수도 조직의 비전과 이의 실천이 구성원의 에너지를 결집시키는 강력한 요인이라 지적하였다. 이런 이유로 많은 조직들이 고객과 세상과의 기여를 담은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구성원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비전은 액자 속에 머무는 데 그치고, 구성원들은 일의 맥락을 놓친 수동적 존재가 되기 쉽다. 변화가 심하고 복잡한 조직 속에서 구성원들이 과업의 맥락과 의미를 가늠하기란 그만큼 힘든 것이다. 따라서 충분한 정보의 제공을 통해 구성원들이 일의 흐름을 깨닫고 스스로 생각하는 자세를 갖도록 하는 의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일이 조직 내에서 어떤 공헌을 하는지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자포스(Zappos) 사는 일정 시간 타 부서 동료의 뒤에서 그의 일을 관찰할 수 있는 ‘그림자 세션(Shadow Session)’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운영한다. 이 제도를 통해 구성원들은 일의 흐름과 자신의 노력이 조직 속에서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이해할 기회를 얻게 되어 보다 넓은 관점을 갖게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일의 흐름까지 개선하고 있다. 물론 이는 아주 작은 사례가 되겠지만 이런 사소한 시도로부터 구성원들의 시각을 넓혀갈 수 있는 것이다. 몰입의 발목을 잡는 비효율의 제거 업무 효율화와 근무 여건의 개선은 구성원 몰입의 저해 요소를 제거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비효율적인 조직 운영과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은 몰입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크고 복잡한 조직일수록 구성원들이 일에 몰입하기 어렵다. 근무 시간 중에 별도로 집중해서 근무하는 ‘집중근무제도’를 운영해야 하는 모순적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퇴근 시간이 지나야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야근을 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낯설지 않다. 의사결정의 지체로 지시를 기다리거나, 회의실이 비기를 기다리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런 ‘일도 아니고 노는 것도 아닌’ 비효율들은 낭비일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몰입 의지를 쉽게 꺾는다. 현실적으로 다양한 과업이 얽힌 거대 조직이 완벽하게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집중을 위한 업무 효율화는 끊임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피터 드러커도 구성원들의 몰입과 성과를 저해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로 비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꼽고, 이러한 비효율을 없애 구성원을 꼭 필요한 일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 경영자의 주된 임무라 지적하였다. 블루투스 헤드셋 등 오디오 장비 업체인 미국의 플랜트로닉스(Plantronics) 사는 2008년부터 일하는 방식과 업무 환경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 회사는 업무 프로세스를 면밀히 분석해 업무 공간을 협업, 의사소통, 깊은 사고, 집중을 위한 4개의 영역으로 재편하고, 구성원들이 그날의 업무 성격에 가장 적합한 장소와 시간을 선택해 근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였다. 또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회의 등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정보 인프라를 구축하였다. 이와 함께 기존의 회의 및 보고 문화를 개선하고, 조직을 철저하게 ‘투입보다는 성과 중심으로’ 운영함으로써 구성원들이 핵심적인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로 이 회사는 업무 공간 운영 비용을 30% 이상 절감함과 동시에 구성원의 이직률을 낮추고 만족도를 높였으며 구성원의 몰입을 크게 향상 시키는 성과를 얻었다. 몰입은 마음으로부터 돈으로 살 수 없는 여러 가지 중 하나가 몰입일 것이다. 몰입은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몰입을 다룬 연구들도 하나같이 몰입을 높이는 데 있어 금전적 보상의 한계를 지적하며, 심리적인 요인 즉, 마음을 강조한다. 우리 구성원들의 몰입이 낮다는 것은 어쩌면 그동안 조직이 구성원의 마음에는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마음은 마음으로 얻어야 하고 그 과정은 길고 지루할 수 있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마음으로부터 조직을 신뢰하고 일에서 보람을 느끼며 몰입한다면, 나아가 일에 영혼을 담는다면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조직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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