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INSIGHTⅢ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이 지난달 28일에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판결을 받고 올해 9월 28일부터 발효가 된다. 법의 내용을 간단히 말하면, 김영란 前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으로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게끔 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는 법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범위와 규제하고 있는 금액 때문이다. 공직자는 물론이거니와 언론사, 사립학교 교원 그리고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도 해당이 된다. 예를 들면, 신문사에 근무하는 기자의 배우자가 아는 지인으로부터 공연 티켓을 선물로 받아도 홍보 등의 대가성이 의심이 된다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금전적 범위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이 부분은 우리와 같이 기업 교육을 생업으로 하고 있는 업계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유명 강사의 강연 취소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강연전문이벤트 회사의 경우 초청 강사의 1회 강연료가 많게는 1천만 원에 달하기 때문에 30만 원~1백만 원 정도의 강연료를 가지고는 강연회 개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기업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 법률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식산업이라는 것이 시장의 요청에 의해 연동되는 것이지, 법으로 가격을 정해놓고 얼마 이상 받으면 안 된다는 논리는 시장경제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대학교나 카이스트와 같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권위 있는 교수들에게 30만 원의 강연료는 현실 감각을 무시한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들 말을 하고 있다.

더하여 ‘얼마 이상은 안 된다’는 식의 규제는 지식산업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발전을 생명으로 하는 문화산업에도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들도 적지 않다.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그러하듯 이 문제 또한 일장일단이 있다. 순기능적인 부분으로 유명 대학교수의 강연료를 예를 들어 보겠다. 국내 대학교수들 중에서 가장 비싼 강연료를 기록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교수들의 경우 이름이 알려진 경우를 빼고는 암묵적으로 대략 1백만 원 정도의 외부 강연료가 책정되어 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서 이름이 알려졌거나 발간한 책이 유명세를 타는 등의 프리미엄이 더해지면 3백만 원 이상의 강연료를 지불해야 연단으로 초청할 수가 있다. 대표적인 이가『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으로 유명한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의 김난도 교수이다. 실제로 필자가 잘 아는 회사에서 이분을 모시기 위하여 전화를 했더니 비서인지 에이전트인지 모를 어떤 여성이 대뜸 “기본 강연료가 5백만 원입니다. 그 이상이 아니면 응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소위 뜨기 전에는 보통 1백만 원 선에서 유지되던 강연료가 세권의 책이 연달아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5배, 10배로 뛴 것이다. 본인의 의지인지 아니면 주변에서 만들어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좋았던 이미지가 한순간에 확 깨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자본주의 시장이라는 것이 어차피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라 그만큼의 비용을 들여도 찾는 이가 있다면 뭐가 문제이겠느냐 만은,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편중된 강연료는 사회적인 위화감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다른 강사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자본의 분배 기회를 박탈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너무 한 쪽에 쏠리는 현상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김영란법의 순기능적인 요소로서 또 하나 제시하고 싶은 사례는 보험 형태로 지불되는 강연료를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있다. 실제로 일부 회사에서는 고액의 강연료를 자사 비즈니스를 위한 일종의 보험으로 생각해서 대학교수에게 거리낌 없이 지급하고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필자의 회사와 가까운 곳에 설계, 감리로 유명한 모 건축회사가 있는데, 가끔 이곳에 가면 진기한 장면을 목격할 때가 있다.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유명 건축학과 교수가 강연회를 열고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강연료라는 것이 액수를 들으면 뒤로 넘어갈 정도의 고액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일종의 보험이란다. 정부에서 발주하는 대형 토목공사의 경우 관련 분야의 대학교수들이 심사를 보게 되는데, 누가 들어갈지 모르니 그 분야에서 이름이 알려진 대학교수들을 이런 식으로 평소에 관리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란다. 그러면서 남들 다 하는데 우리만 안 하면 소위 ‘괘씸죄’에 걸려 심사에서 불이익이 있을까봐 어쩔 수 없이 한다고 귀띔한다. 공사의 발주 단가가 몇 백 억씩 하는 대형공사가 많다 보니 이 정도의 관리비용은 그래도 싸게 먹히는 투자라면서, “혹시 직원들 자기계발을 위한 교육투자는 어느 정도 하느냐?”는 필자의 질문에는 “그걸 왜 회사에서 돈을 써야 되지요? 자기계발은 말 그대로 본인이 스스로 투자해서 하는 것 아닌가요!”라는 어이없는 답변을 한다. ‘심사위원 관리를 위한 1회 강연료로 1만 원짜리 도서 1천 권은 살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보수 경제학자’로 유명한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김영란법에 대해 불편해하는 규제 대상자들의 의식이 얼마나 부패했는지를 꼬집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지인이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그 지인이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한 재벌그룹을 비판하는 글을 쓰자, 이 그룹의 임원이 “그 교수 우리 돈으로 해외연수까지 다녀왔으면서 그런 식으로 글을 쓰면 안 되지? 그건 예의가 아니지!”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기업이 교수들을 상대로 제공하는 선물에는 반드시 검은 의도가 숨어있다는 말로, 그래서 김영란법을 지지한다는 내용으로 글을 마쳤다. 나 또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번 김영란법을 통해서 강연료에 대한 투명성과 현실성이 동시에 재정립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국내 최고 대학의 교수 지위에 맞지 않은 지나치게 저렴한 강연료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부풀려진 강연료의 거품도 걷어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강연료라는 이름으로 악용되고 있는 일부 부도덕한 회사들의 검은 돈의 흐름을 막는 효과도 동시에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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