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정부세종청사에 내려가 있는 친구를 만났다. 다른 공무원들도 그렇겠지만 이 친구 또한 처음에는 처자식 모두 서울에 남겨두고 원치 않은 지방살이를 하는 바람에 불만도 많았고 고생도 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이 친구를 힘들게 한 건 가족들하고의 이별이 아니라 같은 부서에 속한 동료들하고의 커뮤니케이션이었다고 하는데, 이유는 이 친구가 선발대로 먼저 세종에 내려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부처 전부가 통째로 내려가 그럴 일은 없지만, 처음 세종에 정부청사가 들어설 때에는 선발대가 먼저 내려가고 본진은 2~3년 후에 내려간 부처가 많았다. 회의 대부분이 화상회의로 이루어졌는데, 동료들과 충분한 대화를 하기가 어려웠고 때로는 본의 아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바람에 중요한 사항이 아닌 것은 대화를 꺼리는 현상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얼굴을 보면서 토의를 했다면 5분이면 끝날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등 그야말로 시간낭비도 적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그래서일까?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서 했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답습하는 비효율적 의사소통이 많아져 갔다는 것인데,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은 당시 선발대로 같이 내려온 타 부서 사람들이 오히려 서울에 있는 같은 부서에 있는 사람들보다 동료애가 더 좋았다고 말하면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같은 곳에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순간, 사상 최대금액의 M&A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다음카카오가 생각이 났다. 마침 그날 아침 재미있는 기사 하나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하기 훨씬 전의 시절로 거슬러 올라 간다. 2004년 6월 23일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창업주 이재웅 사장은 다음 본사를 제주도로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우선 당해년도인 2004년에는 인터넷지능화연구소 직원들이 입주를 하고, 다음 해인 2005년도에는 미디어본부가 옮겨가고, 2006년에는 다음글로벌미디어센터(GMC)를 완공하여 이주하고, 2009년 3월에는 서울에 있는 본사직원 전원을 제주도로 옮긴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이재웅 사장은 한겨레신문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음의 제주 이전은 의미 있는 실험이 될 것이다. 미국의 IT기업들이 캘리포니아 산호세로 이전해 실리콘밸리를 만든 것처럼 우리도 서울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과 함께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우수 인재를 확보하려면 근무환경과 더불어 생활의 질을 높여야 하는데 제주도는 쾌적한 환경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하고 있어 빠르게 이런 조건들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라고 말하며 제주도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4년 4월 7일 제주발전연구원은 ‘다음의 제주 이전 10년과 지역경제 파급효과’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다음이 제주에 이전한 이후에 생산유발효과 1,890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 1,042억 원, 고용유발효과 2,705명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라고 언론에 발표하면서 서울에 있는 다른 기업들의 제주 이전을 부추기는 듯한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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