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미국 뉴욕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키티 제노비스(Kitty Genovese)라는 여성이 정체불명의 한 남성에게 무자 비하게 살해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뉴욕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이 하루에도 수십 건에 달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살인사건 하나가 그렇게 큰 주목을 받을 일은 아니었다.

평범한 살인사건으로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이 뉴욕을 넘어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유는 살인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이 무려 36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 있었다(사건 발생 1년 후에 피해자 남동생의 끈질긴 조사로 최초 목격자는 10여 명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당시의 사건을 대서특필한 <뉴욕타임즈>는 1면 머리기사에서 제노비스 살인사건을 이렇게 묘사했다. “한 생명이 위험에 처해서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수십 명의 목격자들은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도와주겠지 하는 막연한 책임회피가 충분히 살릴 수도 있었던 젊은 여성의 아까운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뉴욕타임즈>는 당시 미국 전역에 퍼져가던 ‘사회적 무관심현상’을 제노비스 사건과 연결시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로 활용하고자 했던 것이다.

훗날, 사건이 다소 과장된 면이 있었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제노비스 사건의 기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일어나자 당시 사건을 취재한 로젠탈 기자는 “목격자가 정확히 몇 명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다수의 목격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와주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 적극적 개입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 이다.”라고 말하며, “눈앞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데도 도움을 주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심리적 상태를 기사로 다루고 싶었을 뿐이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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