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볼 맛이 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뉴스들로 분노를 억누를 길이 없었는데, 요즘은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그간 잊고 있던 희망이 또 기대가 꿈틀대는 것을 느낀다.

얼마 전 있었던 37주년 5·18 기념식도 그랬다. 그저 광주의 어느 슬픈날 정도로만 알고 있던 필자에게 이날의 기념식 모습은 깊은 울림을 안겨주었다. 이날 기념식에선 5·18 유족자 김소형 씨가 아버지에게 바치는 ‘슬픈 생일’이라는 제목으로 추모사를 낭독했다.

“…철없었을 때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때로는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빠와 엄마는 지금도 참 행복하게 살아있었을 텐데. 하지만 한번도 당신을 보지 못한 이제, 당신보다 더 큰 아이가 되고 나서 비로소 당신을 이렇게 부를 수 있게 됐습니다. 아버지. 당신이 제게 사랑이었음을, 당신을 비롯한 37년 전의 모든 아버지들이 우리가 행복하게 걸어갈 내일의 밝은 길을 열어주셨음을. 사랑합니다, 아버지.”

전남 완도에서 직장을 다녔던 김 씨의 아버지는 1980년 5월 18일에 태어난 딸을 보려고 광주를 찾아왔다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소중한 딸을 얻었다는 기쁨도 잠시, 아버지는 주택가까지 날아든 총탄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고자 솜이불을 꺼내 창문을 가리던 중 계엄군이 남발한 총탄에 맞아 29살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유료회원전용기사

로그인 또는 회원가입을 해주세요. (유료회원만 열람가능)

로그인 회원가입
저작권자 © 월간 인재경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