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여년이 넘는 P&G의 역사에서 4분의 1은 위기였다. 전쟁, 기근, 대홍수, 불황 등으로 경영여건이 극도로 악화된 시기였다. 그런 위기 때마다 우리는 혁신(Innovation)을 두 배로 늘렸다. 과거에 해오던 대로만 하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버트 맥도널드 P&G 회장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우려되는 시점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곱씹어볼 대목이다. 그의 말을 좀 더 풀어보면 이런 것이다. 혁신을 2배로 늘렸다는 것은 평소보다 신제품을 두 배 더 출시했다는 얘기다. 수요 자체가 위축되다 보니 어떻게 해서든 새로운 수요 또는 숨은 수요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더 많이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위기 상황이 되면 소비패턴이 바뀌기 때문에 잘만 관찰하면 새로운 수요를 찾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공황 때는 자연스럽게 생활용품 재활용 트렌드가 생겼다. 이때 날개 돋친 듯 팔린 제품이 바로 3M의 스카치테이프였다. 깨지고 부서지고 찢어진 것을 붙이는 스카치테이프로 3M은 대공황 때 오히려 크게 성공한 대표 기업이 됐다. 위기 때 혁신을 강화했다는 말은, 하기는 쉬워도 실천이 어렵다. 생각해보라.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신규 프로젝트에 투자할 예산 규모가 10억 원이고, 매년 100억 원 정도 매출을 올리는 기존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투자비도 마찬가지로 10억 원이라고 해보자. 경기가 나빠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대부분의 경우‘조금만’더 노력하면 매출이 늘 것이 확실한 기존 사업부문에 투자하게 돼있다. 왜? 바로 해오던 대로 하면 안전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이만큼 위험한 생각도 없다. 고객이 변하고 시장이 변하고 기술이 변하면 과거의 상품이나 제품만으로 승부를 낼 수가 없다. 새로운 기회에 투자를 하거나 새로운 기술, 아이디어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놓지 않으면 언제든 망할 위험에 빠진다. 이 얘기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노키아 아닌가. 최근 만난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삼성전자가 휴대폰 부문에서 절대로 따라잡지 못할 것만 같았던 노키아가 변화의 시기를 놓쳐 스스로 추락한 것이 삼성에게는 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노키아는 예전의 방식대로 열심히 좋은 ‘기기’를 만들려 노력했지만 결국 전혀 다른 생태계 경쟁력을 가진 애플에게 고가 휴대폰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당하고 말았다. 세계 1등도 변화의 기회를 놓치면 하루아침에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리는 것이 바로 지금의 글로벌&인터넷 세상인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지난 두 차례 경제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러나 성장기회를 찾고 기반을 닦는 일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대기업이라면 작은 벤처와 같은 도전문화를, 중소기업이라면 기존에 해오던 업종 자체를 반성하고 재검토하는 작업도 벌여야 한다. 생각해보라. 세계적인 저성장 국면에서도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알리바바닷컴 등의 업체들은 혜성같이 나타나 글로벌 기업이 됐다. 이들의 초기 투자비는 결코 대규모가 아니었다. 사내 벤처, 사내 아이디어 공모대회를 열고 여력이 되면 더 나아가 외부의 아이디어들을 사냥해야 한다. P&G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오픈 이노베이션’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새로운 경영방식이었다. 권 영 설 한국경제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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