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반전이 거듭된 야간버스 탑승기

얼마 전 친구들과 만나 여행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자주 대화의 화두로 오르는 주제다. 여행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설렘 때문인 것 같다. 그날도 서로의 여행 경험을 나누며 분위기가 한층 달아올랐다. 한 친구가 30대 여행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학생 친구들이 맥도널드에서 한 끼를 때울 때 자신은 경비가 넉넉해서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친구는 20대의 여행은 생각만 해도 미소 짓게 하는 평생의 추억을 남겨준다고 말했다. 친구들과의 대화를 나누면서 20대 여행도, 30대 여행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지만 여행 중에 할 수 있는 것은 다 때가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와 함께 세비야에서 리스본으로 가던 길이 떠올랐다. 정말 괴로웠던 그 기억이.

세비야에서 리스본으로 가는 여행객들은 주로 야간버스나 비행기 등을 이용한다. 그중에서 나는 육로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보자는 것이 처음 생각이었다. 게다가 일찍 구매를 하면 티켓을 반값에 구매할 수 있다는 문구에 홀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결제를 해버렸다. 그때는 그랬다. 여행객들이 주로 타는 야간 버스니까 못해도 우리나라 우등고속버스 같을 거라 생각했다. 아니 단정지었다. 우등버스 외의 다른 버스 형태는 머릿속에 없었다. 싼 가격에 티켓을 얻었다는 사실에 도취되어 다른 정보를 등한시 한 과오가 고스란히 내 몸이 견뎌내야 할 고통이 됐다. 1박 2일간 세비야에서 열정적으로 돌아다니고 프라도 데 산 세바스티 안(Prado de San Sebastian)로 갔다. 출발시간이 다가올수록 여행객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그런데 정작 버스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출발시간 훨씬 전부터 버스가 승차장에 들어와 대기하고 있는 한국 터미널의 일반적인 전경을 상상하고 있었던 나는 당혹스러웠다. 이제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터미널을 잘못 찾아온 것은 아닌지 걱정돼 몇 번이고 인터넷을 검색해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버스는 이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그 차를 보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는 것이었다. 프라도 터미널이 첫 출발지일 거라는 예상이 철저히 무너졌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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