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토의 자랑‘동 루이스 1세 다리’와 야경

몇 년 전 포르토에 갔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날씨가 좋지 않았다. 그곳에 머무는 내내 회색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고, 쌀쌀한 바람이 여행자의 누추한 옷깃 사이로 파고들었다. 가끔은 비도 흩뿌렸다. 짐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며 우산을 챙겨오지 않았던 탓에 고어텍스 재킷을 단단히 여미고 모자를 푹 뒤집어쓰고 다녔다. 여행은 날씨가 반이라고 하는데, 그런 점에서는 아쉬웠지만 그래도 참으로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동행 수진 씨는 여행을 가면 꼭 하는 일이 있다고 했다. 그 도시의 야경을 감상하는 것이다. 이곳 맛집에서 마침맞게 한 자리가 나서 저녁 식사를 든든하게 먹고 포로토의 야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으로 갔다. 걸어서 동 루이스 1세 다리를 건넜다. 다리는 이층 구조이다. 하층은 자동차가 다니고, 상층에는 메트로 철로가 있었다. 사람들은 하층, 상층 모두 도보로 지나다닐 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반포대교와 잠수교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상층에서는 메트로가 다니지 않는 찰나의 순간에 사람들이 철로 위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것이 여기서 해야 하는 ‘Must-Do’인 것처럼 말이다.

나는 부끄럽기도 하고 언제 메트로가 들어올지 모른다는 걱정에 철로 사진을 남기지 않았다. 대신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오전에 내가 돌아다녔던 강변의 마켓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리가 그렇게 높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사람들이 아기자기, 올망졸망해 보였다. 이렇게 멀리서, 높은 곳에서 보면 더 넓게 또 다르게 보이는데 그 안에서는 왜 안 되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라고 하는데, 상상력이 좋지 않은 탓인지 숲 안에서는 나무만 보이지 숲을 볼 수가 없다. 그래도 경험이 다채로워지면 그만큼 세상을 보는 시각도 다양해지고 이해하는 마음의 깊이가 깊어지는 것 같다. 번잡한 서울에서 정신없이 살다가 떠나온 이번 여행이 내게 그런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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