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자의 무모한 여행기

뭐든지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마음이 편안한 법이다. 동양인 이라고는 한 명도 보이지 않는 두바이행 비행기 안에서도, 공항에서도 그다지 낯설거나 두려움은 없었다. 20일 만에 여행자 모드에 적응한 모양새였다. 그냥 ‘원래 이런 곳’이라고 생각하니 편안했다.

다만 환경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스페인에서는 바르셀로나에 도착할 때 빼고는 대부분 밤 비행기로 이동했기 때문에 공항에 도착하면 형광등이 밝게 빛났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둠의 그림자’가 있었다.

반대로 두바이공항은 눈이 부셨다. 도착 시간이 아침이었던 탓도 있지만 외부에서 들어오는 강렬한 자연광과 공항직원들이 입은 중동 전통의상 칸두라(Kandora, 남성복) 덕분이었다. 하얀 칸두라를 입은 중동 남자들이 어찌나 빛나고 멋져 보이던지 아픈 것도 잊고 열심히 눈을 돌려댔다.

갑자기 확 바뀐 눈앞 광경에 한동안 헤벌쭉 입을 벌리고 있다 이내 정신을 차렸다. 출국장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평생지기와 그녀의 가족이었다. 그녀와는 10년을 같은 직장, 같은 사무실, 바로 옆자리에서 근무했다. 집 방향도 비슷해서 퇴근길을 대부분 함께 했다. 걷기도 하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가기도 했다. 매일 만나면 서도 할 이야기가 뭐가 그렇게 많았는지 매번 다른 주제로 끝도 없는 토크지옥에 빠져들기 일쑤였다. 퇴사 시기도 비슷해서 백수끼리 만날 만나서 수다 떨고 여행 다니며 우리의 한 시대를 정리했다. 어떻게 보면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공유했고,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았다. 그런 친구와 퇴사 후 약 6개월 만에 그것도 한국이 아닌 이역만리 두바이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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