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의 인재경영

얼마 전 신문을 읽다가 ‘우리나라 월급쟁이 최고 재테크는 승진’이 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이 월 소득 400만~700만 원인 25~55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는데, 조사대상자 중 56%가 자산 증식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직장에서 승진해 급여를 더 많이 받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부동산, 주식, 적금, 가상화폐 등 다양한 재테크 수단이 열풍을 일으키는 현실에서 자신이 맡은 직무로 승부를 걸겠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렇듯 직장생활을 하는 많은 이들의 승진에 대한 간절한 열망을 알기에 승진인사 시즌이 다가올수록 필자는 고민이 깊어진다. 승진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직원이 현재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한 성과가 좋고 상위 직급에서 요구하는 역량까지 두루 갖춘 인재라면 고민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 업무성과가 좋거나 부서의 성과에 많은 기여를 한 직원이 실무자에서 간부급 리더로 역할이 바뀌어도 과연 지금처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업무는 전문가 수준이지만 매니지먼트 역량이 부족한 직원이 리더가 됐을 때 오히려 그 부서가 예전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리더는 부서 내 다양한 업무를 조정하고 처리하며 내․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협상을 해야 하기에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요구되기도 한다. 업무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실무자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조직에서는 성과를 내는 것이 역량이기도 하지만 상위 직급으로 갈수록 직무 역량보다는 리더십 역량이 중요해진다. 상급자로 승진한 후에 그 직급에 필요한 역량 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현 직급 단계에서 상위자에게 필요한 역량 교육을 꾸준히 이수하게끔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승진에 필요한 최소한의 성과를 갖춘 사람이라면 상급자에게 요구하는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는 인재를 승진시키는 것이 리더십 측면에서 온당하다.

그렇다면 뛰어난 업무 전문성이 강점인 ‘실무형 인재’는 어떻게 승진시키는 것이 합리적일까. 조직의 성장에 필수적인 핵심 인재의 육성은 투 트랙(Two-Track)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다. 하나는 앞서 소개 했듯 경영관리 리더로 승진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 장인 리더로 활용하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에서는 통상 4급에서 3급으로 승진할 때 리더의 경력을 시작하게 된다. 1974년 서울 지하철이 개통한 후 지금까지 단 한건의 사고 없이 지하철 100만km 무사고 운행을 달성한 기관사는 5 명이다. 100만km는 지구에서 달까지 2.6회 가거나 서울에서 부산을 2,538회 다녀온 엄청난 거리다. 철저한 안전운전으로 기록적인 운행실적을 쌓은 이 기관사들은 통상 4급직에 있다. 공사에서는 이들 기관사를 3급으로 승진시키지만, 경영관리가 아니라 기술장인 리더인 수석 기관사로서 현장에 남아 운전 업무의 전문성을 고도화해 나가는 명장의 길을 간다. 이 경우 금전적 보상과 함께 업계 최고 수준으로 우대하고 담당하는 업무의 범위를 넓혀주게 되면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장에도큰 도움이 된다. 향후 수석 기관사가 가진 기술적 노하우와 유무형의 전문지식을 후배들이나 신규 기관사의 역량 강화를 위해 전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조직은 성과를 통해 성장하고,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다져간다. 이 과정에서 획일적인 보상이 아니라 직무의 특성을 반영하여 적합한 보상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유연한 보상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했을 때 개인과 조직, 모두가 건강한 성장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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