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 미국

비정규직, 하청, 도급, 아웃소싱, 계약노동…. 이러한 단어들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애플에서 만드는 아이폰 중 애플에 의해 고용된 노동자들의 손길을 거치는 부분이 얼마나 될까. 힐튼호텔에 예약을 하고, 숙박 혹은 식사를 하러 로비에 들어서면서부터 마주치는 많은 호텔노동자 중 힐튼호텔에 의해 고용된 노동자들은 얼마나 될까.

경제학자이자 미국 노동부(Department of Labor) 산하 근로기준분과 종신 행정관인 데이비드 웨일(David Weil)이 2014년 「균열 일터 (Fissured Workplace)」라는 저서를 통해 고용주가 노동자와 직접적인 고용관계를 파기함으로써 더 이상 고용주로서의 책무를 수행하지 않고, 아웃소싱과 외주화를 통한 노동의 외부화가 이처럼 보편 화, 심화되고 있는 현실과 이에 따른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균열 일터라는 용어는 웨일이 전직 지질학자였던 그의 아내와 나눈 대화에서 유래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웨일이 오늘날 고용주의 핵심 역량에 맞지 않는 사업을 외주화 시키고 직접 고용을 줄이는 추세가 확산되는 경향을 그의 아내에게 설명했더니, 그 현상이 지질학 적으로 균열이 생기고, 최초 균열로부터 추가 균열이 확산되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하여 붙여진 용어라고 한다. 웨일은 지질학에서처럼 일단 고용의 분열이 시작되면, 2차, 3차로 하청계약의 고리가 마치 핵분열이 되듯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한 기업에서 핵심적인 업무와 가장 관련성이 먼 경비업무를 외주화하기 시작하면, 점차 모든 서비스 부문으로 확산되는 한편, 콜센터, 고객상담, 채용등 보다 기업의 핵심에 가까운 부문까지 외주화되고, 각 부문의 세부적인 업무는 재하청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이러한 균열노동자의 수는 2,900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약 23%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은 과거 같으면 원 고용주에 직접 고용되어, 기업의 울타리 안에서 근로 및 안전기준이나 연금 등의 보호를 받았어야 할 신분이지만, 균열 노동 하에서는 공정한 보상, 안정적인 직업과 안전한 노동환경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지만, 일자리의 질과 직업의 안정성이 위협받는 노동자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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