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희 미국 SK Hynix 시니어 HR 디렉터

최근 언론에 미국 제조업을 대표하면서 기업명의 첫 단어가 ‘General’로 시작하는 두 회사, GM(General Motors)와 GE(General Electronic)의 경영난과 관련된 뉴스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먼저 미국 자동차 기업의 상징인 GM을 살펴보자. 지난 해 11월 26 일 GM은 북미 5곳과 해외 2곳 등 전 세계적으로 7개 공장에 대해 가동을 중단하고, 사무직 근로자 8,000명을 포함해 북미 지역에서만 1만 4,000여 명의 인력을 정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메리 배라(Mary Barra) GM CEO는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나 자율 주행차 등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고, GM은 그곳에 적응해야 한다”면서 이번 구조조정에 대해 “선제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인력 감축은 내연기관을 가진 기존 전통 차량 부문에 종사하는 인력들이라면서 이런 인력 감축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나 전기, 자율주행차 관련 전문가들을 여전히 채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 2년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에 대한 투입자원을 2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래에 대한 대비라는 배라 CEO의 적극적인 설명에도 불구하고 금번 구조조정에 대한 자동차 노조와 미국 정치권 반응은 싸늘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GM의 공장 가동중단 결정은 근로자 수천 명의 일손을 놓게 할 것”이라면서 “모든 법적 조치와 단체 교섭권 등을 통해 맞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의원들은 GM이 2006년 파산위기에 처했을 때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미국인들이 힘을 합해 도왔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미국 자동차 산업 부흥을 강조했고, 러스트 벨트(Rust Belt, 미국 북동부 5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장지대)의 지지에 힘입어 2016년 대선에 승리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GM을 구했는데 이런 식으로 감사 표시를 받게 됐다!”고 GM을 맹비난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전기차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GM 보조금을 삭감하겠다”며 GM에 엄포를 놓았다.

이후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과 이에 굴복하지 않는 모습의 배라 CEO에 집중하고 있다. CNN 등의 언론은 ‘GM의 경쟁사는 이제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닌 구글, 애플, 우버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됐다’며 ‘자동차 산업의 대변혁기에 살아남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배라 CEO의 결단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동시에 메리 배라 CEO에 대한 기사도 많아졌다. 2014년 1월 GM CEO가 되면서 미국 자동차업체 사상 최초의 여성 경영자란 타이틀을 가진 배라 CEO는 전기공학을 공부하던 18 살 때 인턴사원으로 GM에 입사해 39년을 GM에서 근무한 특이한 경력을 지닌 인물이다. 주로 생산라인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배라 CEO는 2009년 Vice President of Global Human Resources로 임명되었다. 이때 언론에 회자된 흥미로운 일화는 복장규정(Dress Code)에 대한 변화였다. 당시 GM의 HR은 직원들의 다양한 니즈와 필요성을 다 반영하기 위해서 10페이지가 넘는 복장규정을 만들었다. 이에 HR 리더였던 메리 배라는 이를 싹 없애고 딱 두 글자만 남겼는데, 그 두 글자는 ‘Dress appropriately’ 즉 ‘적절하게 입어라’였다. 현재까지 배라 CEO에 대해서 GM에 만연했던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지배적 이다. 사업 실적도 좋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실적도 매출 액은 357억 9,000만 달러, 주당 순이익은 1.87달러로 시장 예상치 보다 모두 높게 나왔다.

GM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주가이다. GM은 지난 4년간 주가를 부양하겠다며 139억 달러에 이르는 거액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했는 데, 2010년 뉴욕증시 재상장 당시 기업공개에서 거둔 주가인 33달 러에서 크게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주가의 측면에서 미국의 대표적 제조사이자 126년의 역사를 자랑 해온 GE의 하락은 어지러울 정도로 급격하다. GE 주식은 2017년만 해도 30달러를 웃돌았는데 지난해 12월 12 일에는 6.71달러까지 떨어졌다. GE의 가장 큰 문제는 실적 하락이다. 지난해 GE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6% 감소한 296억 달러, 228억 달러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였다. 주당 순이익도 시장 예상치였던 20센트에도 크게 못 미치는 14센트에 그쳤고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다. 이에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GE의 신용등급을 2단계 하향조정했다. 결국 GE는 2019년 분기 배당금을 주당 12센트에서 1센트로 줄이기로 했다. 계속되는 실적 악화로 119년 전통의 배당금을 없애지는 못하고 최소한의 시늉만낸 것이다.

유료회원전용기사

로그인 또는 회원가입을 해주세요. (유료회원만 열람가능)

로그인 회원가입
저작권자 © 월간 인재경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