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을 시작하며 많은 기업이 ‘애자일(Agile)’을 경영 키워드로 내걸었다. ‘민첩한’, ‘기민한’이란 의미에서 알 수 있듯 애자일 경영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기민한 시스템으로 대응, 조직의 생존·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우리의 많은 기업이 이를 적용하기에 준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전히 ‘민첩한’, ‘기민한’과는 거리가 먼 경직된 관료주의가 우리 기업의 민낯이다.

전문가들은 애자일 기법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문화’가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애자일 전략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대럴 릭비(Darrell K. Rigby)는 애자일은 단순한 경영기법이 아니라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필요에 맞게 소규모 팀을 구성해 업무를 수행하는 수평적 조직문화라며 애자일이 하나의 조직 DNA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고 실패에서 학습하는 문화가 구축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애자일 경영의 모범사례로 자주 회자되는 아마존의 성공 이면에도 수많은 실패가 자리한다. 아마존이 스마트폰 확산 전인 2007년 시작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웹페이’는 수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결국 2014년 서비스가 중단됐다. 2년간 공들인 자체 스마트폰 ‘파이어폰’도 소비자의 외면으로 1억7000만 달러의 손실을 남긴 채 철수했고, 2015년에 출시한 ‘아마존 데스티네이션’이라는 지역 호텔 예약 서비스도 에어비앤비 등에 밀려 6개월 만에 손을 뗐다. 이밖에도 ‘아마존 월렛(결제)’, ‘아마존 뮤직 임포터(음악 재생 플랫폼)’, ‘아마존 로컬(부동산 정보)’ 등 실패한 사업이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아마존의 이런 다양한 실패는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의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베조스 회장은 “큰 성공은 수십 번의 실패가 쌓인 뒤에야 온다. CEO로서 내 일 중 하나는 직원에게 실패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이 라고 이야기한다.

아마존의 파이어폰 개발팀은 처절한 실패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인 ‘에코’를 출시해 ‘알렉사’란 서비스로 대박을 터뜨렸다. 영미권에선 알렉사의 편리한 서비스로 운영체제(OS)가 텍스트 기반에서 음성 기반으로 그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결국 지금의 아마존은 끊임없는 도전과 실패를 통해 무언가를 얻겠 다는 편집광적 조직문화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한국의 기업문화는 보수적일 뿐만 아니라 실패에 대해서도 굉장히 엄격하다. 바뀌어야 한다. 지금의 모습으로는 애자일을 만날 수 없다. 최고경영진부터 솔선수범해 의미 있는 실패에 대해 용인하고 보상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목표 추구 과정에서 발생한 실패를 유효한 학습으로, 또다른 성과로 인정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애자일을 만날 수 있다. 애자일이 우리 기업들의 DNA로 장착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10년 전에도, 또 그 전에도 유연한 조직문화로의 혁신은 우리 기업들의 최대 화두였고 지금도 화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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