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영진약품 대표이사

1960~70년대 국내 No.1 제약회사로서 전통과 신뢰를 다져 온 영진약품은 2004년 KT&G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글로벌 제약기업들의 약진과 대기업들의 앞다툰 투자 및 경쟁 환경 속에서도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제 모습을 갖추었으나 다만, 과거의 영광과 자부심이 기업실적과 하나로 연결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2018년 3월, 영진약품의 새로운 수장으로 부임한 이재준 대표는 글로벌 제약·헬스케어 분야 A.T. Kearney 경영컨설턴트로 오랜 경력을 쌓았고 이어 삼성전자 글로벌 마케팅과 GSK 아시아태평양 사업개발, 동아ST 글로벌사업 등에서 비즈니스 역량을 인정받은 최고 전문가이다. 그는 “실적과 자부심이 하나되는 영진을 만들겠다”는 확고한 목표 아래 ‘작년 4분기 영업흑자 전환, 올 상반기 최대 실적 달성’이라는 쾌거를 빠르게 이룬 것은 물론, 경직된 조직문화에 소통과 협력의 바람을 일으켰다. 그 결과, 고용노동부 주관 ‘2019 노사문화 우수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 경영과 조직문화 전반을 ‘Renewal’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그는 노사상생의 키워드로 “타인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소통할 것’을 강조했다. 더불어 “향후 글로벌 시장 확대와 신규 시장 개척, 글로벌 라이센싱 체결 등을 통해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소통·협력하여 실적을 달성하고 이를 임직원의 자부심과 행복지수로 연결하겠다는 이재준 대표의 비전을 되새겨 본다.

먼저 영진약품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1962년 설립되어 ‘생명을 위한 의약’이라는 신념 아래 약업발전과 국민보건 향상에 헌신하고 있는 국내 대표 제약회사이다. KT&G그룹 계열사로서 연구개발 노하우와 우수한 의약품 생산력을 바탕으로 바이오/제약 사업부문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신제품 개발과 수출확대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9 년 9월 기준 630여 명의 임직원들이 ‘바른 기업, 깨어있는 기업, 함께 하는 기업’이라는 경영이념 아래 협력하고 있다. 노사 간 원활한 소통을 통해 ‘올바른 방향, 관계의 선진화(조직과 문화), 공유와 밸런스’를 일궈내는 새로운 영진을 꿈꾸며 하루하루 경주하고 있다.

영진약품을 이끌면서 그간 체감한 대내외 비즈니스 환경은 어떠한지.

제약부문 비즈니스 환경이 녹록치 않은 와중에 영진약 품과 같은 중견기업이 겪는 딜레마를 살펴보면 첫째는 사업규모(scale) 이슈였다. 대부분의 중견제약사와 같이 제네릭에 기반한 영진의 제한적인 포토폴리오로 다가오는 약가인하 정책 및 컴플라이언스 같은 영업환경 변화의 장벽이 가장 눈에 띄었다. 더군다나 현재 영진의 MR(영업) 조직은 총 250여 명으로 전국 종합병원및 의원을 충분히 커버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둘째,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기 위한 각 분야의 전문역량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셋째, 오너기업이 아니다 보니 행정적인 네트워크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면도 보였다. 이러한 백그라운드를 냉철하게 분석 하고 미래 성장가능성을 타진하여 경영성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새로운 비전과 사업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내가 부여받은 역할이다. 앞서 글로벌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오랜 경험을 쌓았고, 삼성전자 글로벌 마케팅, GSK 아시아태평양 사업개발 등 실적과 성과 중심으로 일해왔기에, 영진의 가족이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도 목표가 뚜렷했다. 실적이 좋으면 조직원의 자부심과 행복 지수도 그만큼 높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회사가 잘 되어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공유하고 어수선한 조직을 정비하는 데 특히 공을 많이 들였다. 노사 간 관계가 발전한 것도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한 덕분이라고 본다.

취임 이후 특히, 작년 4분기 경영실적이 눈에 띈다. 어떤 요소가 있었을까.

국내영업과 해외수출 모두 고르게 성장하였지만 해외수출 부문이 경영실적 개선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영업이익 흑자로 전환 이후 올 상반기 최대 실적도 달성했다. 일본 수출이 정상화되고 기존 거래선 외에 신규 시장을 개척하면서 글로벌 분야의 성장세가 주효하게 작용했다. 더불어 수출이 확대되면서 공장가동률이 정상화되어 이익 측면도 개선되었다. 자사 생산제품의 매출 확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업들이 많이 남아있음을 고려할 때 현 상황에 안주하지 않는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집중하는 바, 이를테면 경영 키워드는 무엇인가.

작년까지는 ‘Reset’, 그야말로 영진을 새롭게 바꾸는 활동들이 주요 했다면 올해는 변화와 혁신, ‘Renewal’을 강조하고 있다. 경영 측면 에서는 신규 시장 개척과 국내영업 Renewal을 단행했다. 경장영양 제인 하모닐란 전담팀인 Nutrition팀을 신설하여 시장의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자사 경구제 품목 중심의 판촉을 통해 수익구조 개선을 추진했다. 조직문화 측면에서는 관리자들에게는 신뢰와 배려 기반의 리더십을, 직원들에게는 상호 존중의 팔로우십을 강조한다. 경영실적이 반등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을 인지하고 극복 전략을 함께 세워나가야 한다.

영진약품의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경영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첫째로 HR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 둘째는 영진약품의 현황과 환경을 진단하는 것이 과제였다. 과거 ‘시간’ 중심으로 일과 삶을 동일시하고 근로자의 의무가 보다 강조되는 사업주 중심의 노동환경에서 이제는 ‘효율’ 중심으로 HR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근로와 개인의 삶이 구분되며, 근로자 권리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변화된 노동법과 노동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영진약품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기 위해 노사합동TF를 구성하여 근로시스템 전반을 사전 점검하였다. 근로 시간과 휴게시간의 구분, 근무시간 내 과업 달성 가능성, 직무의 특성, 시기별 업무 편중 정도 등의 다양한 척도를 중심으로 ‘간주근로시간제, 재량근로시간제, 선택적근로시간제, 대체휴무 활성화’ 등을 도입하였고, 물리적으로 제약이 따르는 부문은 인력 충원으로 극복하고 있다. 현재는 변화한 HR 패러다임과 시스템을 직원들의 마인드와 업무 태도에 내재화시키는 ‘Soft Power’에 주력 중이다.

임직원들에게 평소 강조하는 점은 무엇인지.

취임 이후 줄곧 소통과 협력을 강조해왔다.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 지는 현 시대에서 과거의 가치관이나 혼자만의 생각에 붙들려 있다면 그 조직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소통과 협력이 강력한 팀은 상황판단과 위기대응력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하나의 비전을 향해 움직일 수 있다. 때문에 일선 현장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2018년 2분 기부터 전 부서를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3분기 타운홀 미팅의 경우, 보다 발전적인 대담을 위해 임원 및 각사업 본부장이 패널로 참가하여 직원들의 질문에 직접 답변했다.
이러한 소통은 경영진과 직원들의 상호 신뢰를 증가시켜 모든 구성 원이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고 믿는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SPARK’ 즉, 회사에서 빛나는 존재가 되라는 말을 자주 한다. 미 해병대 리더십 훈련을 주제로 한 『스파크』를 감명 깊게 읽고 각자의 자리에서 빛이 나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생각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보지 않아도, 어떤 핑계를 대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 SPARK가 아닐까. 경영진부터 솔선수범할 수 있도록 진행한 ‘스파크 리더십 프로그램’도 지점장까지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인사(人事) 그리고 리더십에 특히 관심이 많다. 좋은 리더는 타인의 입장, 제3자의 관점에서 볼 줄 아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나만이 옳다는 고집이 아니라 상호 생각과 의견의 차이를 존중하고 합의를 해 나가는 과정을 통찰력 있게 이끌어야 한다. 긍정 마인드와 신앙, 삶의 비전, 열정을 바탕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스스로 부족함을 느낀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신뢰할 수 있는 리더로서 기업의 실적뿐만 아니라 조직의 문화를 아우를 수 있는 영진약품의 ‘SPARK’가 되도록 힘쓰겠다.

고용노동부 ‘2019 노사문화 우수기업’에 선정됐다. 그간의 과정과 의미를 짚어본다면.

구성원 없이 회사는 존재할 수 없고, 노동조합 또한 회사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다만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은 경영의 자율성과 노동조합의 대표성 사이의 불균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노사상생(勞 使相生)은 회사와 노동조합이 서로의 친분으로 OK를 남발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정 사안을 놓고 의견을 달리할 수 있지만, 핵심은 ‘문제를 보는 노사의 상호 관점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진약품의 노사관계 회복의 주요 수단은 소통이며, 그 이면에 신뢰 형성이 큰 힘이 되었다. 과거 영진약품 노사는 논의하는 사안마다 과도하게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본다. 마치 노동조합은 항상 강경한 모습을 보여야 하고, 회사는 항상 인색 하고 엄중한 모습을 보여야 제 역할을 다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러한 태도는 각각 추구하는 바를 이해시키기 어렵고, 과도한 감정 소비로 인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었다. 영진약품은 공식적인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협상, 단체협상에서 경영상황과 구성원의 요구사항에 대해 상호 소통하는 자세를 유지했다. 또한 노사발전재단의 노사갈등해결프로그램, 노사상생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파트너쉽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노력한 점이 노사문화 우수기업 선정에 주요했던 것 같다.

소통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는데, 변화된 내용과 구체적인 방식을 소개한다면.

사업장 단위 노사협의회와 중앙노사협의회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근무환경 관련(화장실 개선, 점심 식대 인상, 피복 및 안전장비 지급 등) 애로 및 건의 사항은 사업장 노사협의회에서 논의하고, 장기적인 정책은 중앙노사협의회에서 담당한다. 각 사안별 목적, 방향성에 맞게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노사 간 소통 증진의 핵심은 회사와 노동조합 간부들 사이만의 협의가 아니라, 회사와 구성원 간의 원활한 소통에 있다. 따라서 본사뿐만 아니라 각 공장과 연구소, 지점 등에 화상회의 장비를 구비하여 전 구성원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타운홀 미팅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경영현황뿐만 아니라 귀감사례 공유, 유공부서에 대한 칭찬과 격려, CEO 메시지 전파 등 정보의 폐쇄성과 비대칭성을 완화하고 영진약품의 소식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인트라넷에 ‘부패신고, 고충 처리, 제도개선’ 창구를 만들어 누구든지 손쉽게 제보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시스템 환경을 구축했다.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워라밸 등 복지에도 관심이 많을 듯한데.

국내 워라밸 이슈는 ‘Work’보다는 ‘Life’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졌 고, 그에 맞춰 확산되고 있다고 본다. 워라밸은 말 그대로 일과 삶간의 ‘균형(Balance)’이므로 영진약품의 워라밸은 두 가치를 모두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개인의 삶에 대한 보장,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회사의 시스템 지원 으로 균형을 이루고자 한다.
특징적인 몇 가지만 꼽자면, 영진약품은 간주근로시간제, 재량근로 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을 부문별로 적용하고 있고, 휴일근무에 대해 노동법을 상회하는 200% 수당을 지급하며, 본인 희망에 따라 대체휴무일을 지정하여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이메일, 게시판, 전자결재 등이 가능한 어플리케이션과 온라인 SFE 시스템 등을 통해 공간적 제약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구축하였다. 일·가정 양립과 모성보호를 위해 출산휴가 전 기간 유급, 보건휴가 및 검진휴가 월 1일 유급, 유산/사산에 대하여 최소 30일 이상의 유급휴가 보장, 여성전용 휴게실 등 다양한 제도들이 잘 갖추어져 있다. 6~7세 아동수당, 장학금, 대학 학자금을 비롯해 장기근속자 포상 및 포상휴가, 휴양소· 동호회·경조사·복지카드 지원 등도 빼놓을 수없는 항목이다.

끝으로 앞으로의 포부를 밝힌다면.

CEO의 책임 중 최우선이 경영실적이라고 볼때, 턴어라운드에 접어든 지금에 결코 만족할수 없다.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사업 확대, 혁신 신약 연구개발, 라이센싱 체결 및 비유기적인 성장을 통해 새로운 상승곡선을 그려내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동남아, 미국, 유럽까지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되 먼저 ‘국내 제약기업 TOP10’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불어 ‘제약회사’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모습이 아닌, 차별화되고 특별한 회사를 만들고자 한다.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처럼 브랜드 영향력이 곧 회사 구성원들의 자부심이 되는, ‘Noble Pharmaceutical Company’를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나뿐만 아니라 영진약품 가족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빛나는 존재 (SPARK)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국내외 입지를 다져 노블 브랜드로 성장하는 영진약품을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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