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어린 시절 많이 듣던 참 곤란한 질문입니다. 두 분 모두 인생에 가장 중요한 분들인데 왜 굳이 하나를 골라야 할까요? 세상에는 이처럼 곤란한 질문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 에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비슷하게 고민하는 주제가 하나 있습니다. “삼성과 LG 중 어느 제품이 더 좋아?”라는 질문입니다. 이는 제품을 고를 때에도 해당되며 취업준비생에게 ‘어느 기업에 들어가고 싶어?’라는 매우 어려운 선택형 질문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삼성과 LG 중 어느 곳이 더 좋은가요?
아마도 답은 개인의 선호와 제품군 등에 따라서 다를 것입니다. 확실한 것은 두 회사 모두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과 명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혁신은 전 세계 어느 기업들보다 앞서 있다는 것입니 다. 그렇다면 삼성과 LG는 어떻게 꾸준한 개선과 혁신을 보일 수 있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아주 부분적인 답을 지난 9월 6일 ~ 11일 진행된 국제 가전 박람회 ‘2019 IFA’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생존에 대한 절박함이 그들의 혁신을 이끌었던 것은 아닐까요?

매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IFA(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는 CES(Consumer Electronic Show) 그리고 MWC(Mobile World Congress)와 함께 세계 3대 전자기기 박람회로 불립니다. 올해 참석자 규모는 25만 명으로 전 세계 전자기기와 관련된 기업과 종사 자들이 대거 모여서 한 해의 혁신에 대해 공유하고 경험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IFA에서는 다양한 기업들이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는데, 올해도 역시 삼성과 LG 그리고 화웨이가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화웨이는 키노트 스피치에 ‘5G 통합 나노칩 최초 개발’ 등 자신들의 역량을 널리 알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FA 컨퍼런스의 꽃은 단연코 삼성과 LG였습니다.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두 회사의 새로운 제품을 보기 위해 줄을 서고 체험하고 토론했으며, 전 세계 미디어에서 그들의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취재에 열을 올렸습니다.

혁신의 동력은 무엇일까?

사실 두 회사 모두 한국 기업이고 주변에 널리 있기 때문에 그 명성을 가늠할 수 없었지만, 그들이 보인 제품의 혁신 수준을 보고서는 잠시 할말을 잃었습니다. 우선 LG와 삼성 모두 다른 기업을 압도할 기술과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마치 LG와 삼성이 주인공이고 다른 회사는 들러리 같은 생각이 들 정도의 차이라고 할까요? 특히 AI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제품들의 연결,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제품의 변화와 이를 반영하기 위한 업종을 넘어선 협업(Coinnovation) 등은 정말로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그들의 제품을 보면서 뭔지 모를 절박함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두 회사가 혁신에 집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중국 기업의 부상입니다. 중국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기존의 삼성과 LG 제품을 “그대로” 복제해서 훨씬 저렴한 가격에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오죽했으면 몇몇 매체는 ‘IFA가 아니라 CFA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국제적인(International) 가전 박람회가 아니라 중국(China) 가전 박람회라고 꼬집은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가전과 모바일 제품군에서 한국의 삼성과 LG가 6개월 가량 빠르지만, 5G는 화웨이가 한국 기업들에 비해서 6개월 이상 앞서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삼성과 LG가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고 혁신을 지속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삼성의 “초격차” 전략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초격차” 전략을 구사하지 않는 한, 1년 만에 중국 기업에 따라 잡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고객들의 생활 패턴이 아주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어 이를 따라잡지 않으면 더 이상 선택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IFA는 매년 9월에 열리는 특성상 크리스마스를 대비한 유럽의 딜러들이 와서 대규모로 제품을 구매하는 장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3~4 년 이상을 쓰는 가전제품의 특성상 ‘얼마만큼 고객이 요즘 원하는 바를 반영하고 있는가?’도 매우 중요한 선택 기준입니다. 삼성과 LG는 그러한 의미에서 올해 유럽의 다양한 가구 회사들과 협업하여 전자제품과 가구의 매칭 등을 중요하게 강조하고, 이를 판매 포인트로 잡기도 했으며 ‘가구와 같은 전자제품’이란 컨셉으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다른 종과의 경쟁과 선택의 이슈는 마치 한 종(Species)이 주변 환경에 맞게 진화하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퇴화되고 멸종한다는 자연의 이치와 맥을 같이합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삼성과 LG는 자연에서 하나의 종이 진화하듯이 끊임없이 혁신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 다. 동시에 “진화를 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CES, MWC, 그리고 IFA 와 같은 장을 통해서 끊임없이 스스로 되새긴다고 느껴졌습니다. 이는 조직 구성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끊임없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보여주고 이를 구성원들에게 공유한다면 “우리 회사는 혁신적이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조직 자산입니다. 어떻게 하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조직 풍토”를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실행과 연구 주제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조직 풍토를 만들 수 있을까?

삼성과 LG는 컨퍼런스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그러한 풍토를 구축할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하나로 귀결될 것입니다. 우리가 속해 있는 조직은 어떻게 하면 주변 환경과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종의 진화”를 하도록 절박함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함께 간 몇 명의 임원을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특정 회사의 주요 임원진으로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여러 기술을 이용해서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을 실행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IFA에 참석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들에게 IFA에서 소개되고 있는 기술적 혁신은 바로 속해 있는 조직의 생존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컨퍼런스를 대하는 임원들의 자세는 조금씩 차이를 보였습니다.

아주 일부지만 소수 임원들은 IFA의 여러 가지 기술적 혁신에 대해서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면서 IFA에 크게 몰입하지 못했습니다. 2019년 9 ~ 10월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소개된 'Experience doesn’t predict a new hire’s success'에 따르면, 81개의 기존 연구를 종합해서 살펴본 결과 과거의 경험이 성과를 예측하는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합니다. 즉, 경험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성과가 높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몇몇 조직 구성원들은 본인의 경험을 맹신하고 새로운 자극에 호기심을 갖지 않고 옛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임원들은 IFA의 여러 기술들이 본인들의 비즈니스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으며, 고객경험에 변화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살펴보고 질문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지속적 으로 사진과 영상으로 관련 내용을 기록하고, 그 적용점을 구성원 들과 공유하고자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1년간 Pre-CEO 양성 과정을 진행하며 지켜본 결과, 이러한 행동을 보인 임원들의 공통된 특징은 다양한 일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고 자주 질문하며 학습하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기술 등의 내용을 학습하고 토론함에 있어서 그들은 일관되게 호기심이 많고 학습하려는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이번 IFA는 삼성과 LG의 진화도 놀라웠지만 어떻게 하면 우리 조직에도 그러한 진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자리였습니다. 이에 대한 답은 ‘HRer로서 호기심과 학습하는 리더를 선발하고 양성하는 데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존의 많은 연구에서 드러난 대로 리더의 행동과 태도 등은 조직 풍토를 결정짓는 데 큰영향을 끼칩니다. 리더가 위기감을 가지고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조직을 “진화”시키기 위해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학습한다면그 조직은 도태되지 않는 “종”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리더들이 지속적으로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새롭고 통찰력을 주는 여러 가지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 HRer의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출처: HR블레틴(https://hrbullet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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