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대, 심한 결벽증을 앓고 있다. 증세가 나타난 게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대략 생각이 여물던 중학생 시절부터인 듯하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용납지 못한 성격으로 스스로를 또, 주변 인들을 부단히도 피곤하게 했다. 이런 증상은 마치 성격과 같아서 쉬이 바뀌지 않는다. (지금도 아내가 많이 피곤해한다.)

연예인 중에도 소문난 결벽증 고수(?)가 여럿 있다. 대표 주자로 허지웅과 서장훈을 꼽을 수 있는데, 그러나 이 둘은 닮은 듯 많이 다르다. 그 차이는 소위 깔끔 좀 떤다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차이로, 허지 웅이 집안 곳곳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면서 소품 하나하나 정리·관리에 공을 들이는 케이스라면 서장훈은 그마저도 눈에 거슬린다며 최소한의 있을 것들만 추구하는 전형적인 비우고 덜어내는 케이스 이다. 여하튼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이 둘의 삶의 방식은 모두 바르고 옳다.

‘웬 허지웅, 서장훈?’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둘을 화두로 꺼낸 이유는 비우고 정리하는 습관이 생각보다 힘이 세서이다. 물론 적당히 어지럽혀진 공간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이들은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적당히 어질러져 있는 공간에서 편하게 머물 줄도 알아야 정리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고 많은 이들이 내게 말하는 것처럼.

그러나 그들도 인정할 것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간 집에 많은 물건이 자리를 잃고 흩어져 있다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내 사무실 책상 위에 몇 달째 손도 대지 않은 각종 서류가 쌓여 먼지를 먹고 있다면? 정리를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하는 이유가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프린스턴 대학 연구에 따르면 각종 물건이 가득한 공간은 일에 집중하는 능력을 저하시킨다. 어지러운 공간을 쳐다보는 시야에는 많은 자극이 서로 엉킨 채 분주하게 접수된다고 한다. 이 때, 뇌의 활동 상태를 살펴보면 서로 다른 자극이 시지각 피질에서 경쟁 상대의 활동을 억제하고 있다는 것인데, 즉 “주인님, 저를 봐주세요! 쟤 말고요. 아니요, 여기를 보셔야죠!” 잡동사니들이 내 시선을 서로 갖겠다고 싸움질하니 눈이 시끄러워 집중할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심리학자 다비 색스비 또한 어질러진 공간이 만성 스트레스를 부른 다고 연구결과를 토대로 역설한 바 있다. 너저분한 공간에 사는 사람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준이 아침에도, 저녁에도 높다는 것이다.

“그 서류가 어디에 있지? 아무리 찾아도 없네.” “서랍이 고장 나서 열때마다 힘들어.” 당장 써야 할 물건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사람은 불안을, 피로를 느낀다. ‘내 맘대로’ 어지르고 방치하다 보면 ‘내 맘대로’ 살 수 없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조금 더 행복해지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을 찬찬히 둘러보자. 산만하게 얽힌 물건들이 눈에 들어온다면 더는 미루지 말고 정리하는 습관을 가져보자.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1일 1개 버리기』 등에서 말하는 것처럼 ‘매일 5분 정리’의 습관을 갖기를 권한다. 단순 환경만 정리되는 것이 아닌 마음도 정리가될 것이다. 그리고 더 가치 있는 일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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